19세기 말이 되자 동물 전시와 동물공연 등 동물 관련 산업은 사람 전시로까지 발전했다.(......) 인류학자의 입장에서 사람 전시는 인위적인 쇼를 위한 속임수가 아니라 ‘진짜’ 원주민을 관찰할 기회였기 때문이다. 당시 인류학자들은 유럽의 공원 내 전시된 원주민들을 관찰하며 종족별 형태학적 특성을 구분했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의 신체적 특성만 비교 분석한 것에 불과해, 인종주의적 사고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생겼다. 사람 전시를 합리화하기 위해 여러 과학적 이유가 등장했지만, 사람 전시는 대중의 즐거움을 위한 측면이 훨씬 강했다. 사람들은 쇼에 동원된 원주민들을 구경하고 만지거나 찔러보기도 했다. 과학 연구라는 명목으로 연구자들은 원주민들의 나체 사진을 공유하기도 했다.
--- p. 21~25, 「동물원은 왜 만들어졌을까?」 중에서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매년 10월에 죽은 동물을 위한 위령제를 지낸다. 생태계는 급속도로 파괴되어가고 서식지가 회복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위령제는 그들이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수명이 다하게 된 것에 대한 미안함의 표현일 것이다. 동물들이 태어나고 삶을 다하는 곳인 동물원과 수족관은 자연을 빼앗긴 동물들의 집이며 안식처다. 동물들은 사람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동시에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동물원과 수족관은 사람들에게 생태계의 회복이라는 큰 과제를 던져줄 의무가 있다.
--- p. 37, 「동물원 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중에서
개인과 기업이 건립한 동물원은 현재 대기업이 운영하는 테마파크, 개인이 운영하는 실내 체험 동물원으로 성행하고 있다. 테마파크의 경우 사파리를 비롯하며 다양한 쇼와 체험 프로그램, 화려한 이벤트, 놀이시설과 함께 운영해 인기가 높다. 유명 수족관 역시 대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이런 동물원과 수족관은 자본이 탄탄한 대기업이 운영하고 있어 경영악화로 인한 동물의 건강, 복지가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전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일반 시민들에게 있다. 그러나 이윤이 목표일 수밖에 없는 기업의 운영 원칙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 역시 사실이다. 동물원, 수족관 운영만으로는 이윤을 확보할 수 없다. 다양한 방식으로 수입을 얻되 동물복지에 대한 기본과 원칙은 지켜야 한다.
--- p. 50, 「한국 동물원의 현재」 중에서
현재 환경부 지정 멸종 위기 야생생물은 총 267종이다. 대표적으로 늑대, 대륙사슴, 반달가슴곰, 호랑이, 표범, 스라소니, 산양, 수달, 여우, 사향노루 등은 멸종 위기종 1급 포유류이며, 담비, 물개, 물범, 삵 등은 2급으로 지정되어 있다. 조류는 1급으로 검독수리, 넓적부리도요, 두무리, 저어새, 크낙새, 흰꼬리수리 등이 2급으로는 고니, 독수리, 노랑부리저어새, 뜸부기 등이 있다. 수원청개구리, 남생이, 맹꽁이는 대표적인 멸종 위기종 양서류이고, 어류의 경우 1급으로는 감돌고기, 꼬치동자개 등이 2급으로는 가는돌고기, 가시고기 등이 있다. 해양수산부 지정 멸종 위기 해양생물로는 귀신고래, 남방큰돌고래, 대왕고래, 물개, 바다사자, 상괭이, 점박이물범, 참고래 등이 있다.
--- p. 53, 「한반도의 멸종 위기종」 중에서
동물원이 문을 닫게 되면 거기 있던 동물들은 어떻게 될까. 동물원이 폐쇄되어도 동물들이 갈 곳이 없었다. 법과 제도를 만드는 일부터 시작해야 했다. 우리가 유일하게 구조에 성공한 동물은 호랑이 크레인이었다. 크레인은 서울대공원 동물원 출신이다. 지방 동물원으로 팔려 가는 과정에서 생사가 불분명해졌으니 엄격하게 말하면 서울대공원 동물원이 책임을 회피할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 우리는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다시 크레인을 받아줄 것을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부탁했고 다행히 이것이 받아들여졌다. 몇 가지의 절차를 거쳐 2012년 12월 크레인은 서울대공원 동물원으로 돌아갔다. 크레인의 귀환과 지방 동물원의 열악한 환경은 동물원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큰 계기가 되었다. 망해가는 동물원에 남은 동물들. 그 동물을 책임져줄 법적 주체가 없다는 상황은 동물원을 법적으로 들여다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 p. 62, 「세상을 바꾼 동물들」 중에서
21세기 동물원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을까? 최근에 대두되는 동물원을 둘러싼 논쟁 중 하나는 동물원에 가두기 어려운 동물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고 모든 동물은 존중해야 하지만 동물원과 수족관이 감당하기 어려운 동물들이 있다. 이는 수십 년간의 논쟁을 통해 정착되었고 여러 과학적 증거와 자료들이 증명하고 있다. 최근 ‘비인간 인격체’라는 용어가 등장해 인간처럼 자의식을 가진 동물로 돌고래, 코끼리, 영장류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인간은 아니지만 인간처럼 인격을 가진 동물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거울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아를 인식할 뿐 아니라 자기 자신과 남을 구분하고, 고통에 대한 기억을 오래 간직하며 혈연 혹은 깊은 유대관계를 가진 같은 종의 동물들과 무리 생활을 한다. 가족을 이루고 산다는 의미다.
--- p. 87, 「동물원에 가두기 어려운 동물들」 중에서
사람과 동물이 직접 접촉할 수 있는 형태의 동물원이 많아지면 이에 따라 질병 감염의 위험도 증가한다. 운영 중인 동물원은 질병조사가 정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실험실과의 긴밀한 협조 관계가 필수적이다. 동물원은 동물원에서 질병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관람객들에게 반드시 공지해야 하며, 질병 관리 가이드라인이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카페테리아 등 방문객이 음료 및 음식을 섭취하는 공간은 동물 사육 전시 시설과 반드시 분리되어 있어야 하고, 동물과 가까이 한 후 손을 입으로 가져가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특히 5세 이하의 어린아이와 임신부, 노약자 등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이를 철저하게 지키게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 p. 136, 「동물들은 체험 동물원이 좋을까?」 중에서
동물복지란 동물의 신체적 건강과는 다른 개념으로 일반적으로 삶의 질과 관련되며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고 고통이 최소화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미국수의사협회(American Veterinary medical Association, AVMA)는 동물복지를 ‘동물에게 적절한 주거환경 제공, 관리, 영양 제공, 질병 예방 및 치료, 책임감 있는 보살핌, 인도적인 취급, 인도적인 안락사(필요한 경우) 등 관련한 모든 것을 제공해야 하는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데이비드 프레이저(David Fraser)는 복지가 의미하는 바를 셋으로 구분하고 있다. 첫째, 복지는 생물학적 기능이 높은 수준이어야 함을 의미한다. 즉 동물은 질병, 상해, 영양 부족이 없어야 한다. 둘째, 복지는 장기간 아픔, 고통, 피로, 불안, 배고픔, 목마름과 다른 부정적인 경험이 없고 고통을 최소화해야 한다. 셋째, 복지는 동물이 편안하고 만족함을 느끼는 긍정적인 경험과 놀이, 탐험같이 기쁨을 줄 수 있는 활동이 있어야 한다.
--- pp. 157~158, 「동물에게도 복지가 필요하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