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쓰조는 적잖이 두려웠다.
치매가 시작됐나.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혼자 나타났다 사라졌다 이동했다 하는 방범 카메라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치매가 시작됐나.
아내를 먼저 보내고 혼자 산 지 삼 년을 넘겼다. 나름대로 건강하게, 규칙적인 생활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시의 노인복지 센터에서 연락이 올 때마다 아직 ‘어르신 지원 도우미’는 필요 없다고 거절해왔다.
치매가 시작된 건가.
줄곧 혼자 지내니까, 스스로의 감각 말고는 잣대가 없으니까, 자각하지 못했을 뿐이다.
산책 가기가 무서워졌다. 동네 방범 카메라를 기록한 수첩은 찢어서 버렸다. 외출하고, 기록하고, 새로 생긴 방범 카메라를 발견하거나, 기록해둔 카메라가 그새 사라진 걸 알아채거나 하면 진정 절망할 것 같았다.
집에 틀어박혀 있자니 처마를 단조롭게 때리는 장맛비 소리가 독거의 적적함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든다. 다쓰조는 그저 우두커니 앉아 며칠을 보냈다.
그러는 사이 식재료가 다 떨어졌다. 영양실조가 되기 싫으면 장이라도 봐야 한다.
토요일이었다. 신문에 섞여 들어온 광고지를 보니, 녹지 공원을 지나 새로 개점한 슈퍼마켓이 주말 포인트 환원 세일과 산지 직송 특판 행사를 한단다.
─ 나가볼까.
갈 때는 녹지 공원을 가로지르면 지름길이고, 돌아올 때 짐이 무거우면 택시를 타면 된다. 그렇지, 슈퍼마켓 점원, 택시 운전기사와 이야기를 해보자. 대화가 제대로 되는지 스스로 확인하는 거다.
방범 카메라는 이제 신경쓰지 말자.
---「전투원」중에서
“굉장히 오래된 물건을 갖고 계셨네요. 가족분 취미라든가?”
세상에는 중고 로봇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최근에는 ‘앤티크 로봇’이라는 표현도 있다.
“하먼은, 줄곧 우리 곁에서 일해줬어요.”
수더분한 목소리로 앳된 여자애는 대답했다. 그런가요, 실례했습니다, 하고 나는 형식적으로 응대했다.
하먼. 이 물건의 제조회사명이다. 주식회사 하먼. 범용 작업 로봇의 여명기에는 선두를 달렸던 국책 기업이지만, 이미 오래전에 동업종 대기업에 흡수 합병되어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 오 년 전까지 ‘하먼&모리타 상회’라는 간호로봇 전용 판매?렌털 회사가 있었는데, 그것이 그 잔해였는지도 모른다. 글로벌리즘에 먹혀 쪼개지고 분해되어 뱉어내진 하먼의 마지막 한 조각.
어쨌거나 제조원보다 장수한 제조물을, 여자애는 회사 이름으로 부른다. 혼다 회사의 로봇을 혼다라고 부르는 것처럼 쌀쌀맞게 들리지만, 오래된 타입의 기체機?라면 이런 예는 많다. 옛날에는 로봇이 흉부에 큼직한 제조원 로고를 달고 있는 경우가 흔했기 때문이다. 마치 명찰을 달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그대로 개체의 이름으로 정착해버린다.
여자애는 하먼을 ‘사용했다’가 아니라, 하먼이 ‘일해줬다’라고 말했다. 지금 (내 감각으로는 필요 이상으로) 긴장하고 경계하는 것도 줄곧 친숙했던 늙은 로봇이 여기서 앞으로 어떤 취급을 받게 될지 걱정하는 탓이리라.
작업 로봇에 대한 사용자의 감정 이입 ─ 의인화는 지극히 흔한 현상이다. 가정용의 경우는 바람직한 일로, 로봇과 사용자 사이에 어느 정도 의인화라는 ‘양해’가 없으면 로봇이 노동력으로서 인간의 일상생활 속에 정착하기 어렵다.
---「안녕의 의식」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