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우리에게는 떠날 권리가 있다. 단지 먹고사는 데 열중하느라 이 사실을 잊고 있었을 뿐이다. 부담감이라는 씨앗에서 싹트고 자라난 두려움 때문에 여행할 권리마저 포기해버리고 마는 여자들이여, 부디 명심하시길. 여행이란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떠날 수도 있는 것이다. 부담은 잊고 이 한 가지 사실만 기억하며 용기를 낸다면, 여행의 절반은 준비된 것이나 다름없다.
_21쪽, ‘모두’ 간다고들 하는데 왜 정작 ‘나’는 아직도 여기 있을까?
여행은 나답게 사는 인생을 보여주는 메타포다. 주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고 업무도 잘해내는 ‘좋은 사람’ 강박증을 조금은 느슨하게 하고, 지금의 행복을 나중으로 미루지 말자. 가끔은 내 인생을 위해 이기적이어도 된다. 하던 일을 멈추고 떠나는 여행이 위험한 발상일지도 모른다고? 하고 싶은 것이 해야 하는 것에 밀려 인생 전체가 정체되어 있는 지금이 더욱 위험하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지금 아니면 기회는 영원히 안녕일지 모른다.
_29쪽, 여자의 인생에 때가 있듯, 여행에도 때가 중요한 법이다
나는 3~4달에 한 번씩, 금요일 오후 반차를 내거나 퇴근 후 공항으로 향했다. 가까운 나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일본, 중국, 홍콩 정도는 금요일 저녁에 꽉 막힌 서울 시내 도로 위에 갇힌 채 보내는 시간이나 기차를 타고 부산 가는 시간과 비슷하다. 해외 일정이 부담스럽다면 가깝고도 멀게만 여겨왔던 국내 여행지에 눈을 돌려보자. 비행기를 타고 멀리 가지 않아도 좋다. 국내 여행은 하루나 이틀이어도 충분하다. 시간, 거리, 경제적인 부담도 없다. 지하철로 1~2시간 만에 경기도 파주 나들이는 물론이고, 강원도 춘천까지 갈 수 있다. 서울역에서 KTX 열차를 타고 3시간이면 부산 현지에서 돼지국밥으로 해장도 가능하다.
_63쪽, 부담백배 휴가신청 대신 공짜 같은 빨간 날을
그렇다면 관점을 뒤집어보면 어떨까? 여행에서 삶을 읽어내던 사고의 방향을 바꿔 삶을 여행으로 읽어보는 것이다. 바로 내가 사는 도시가 새로운 여행 대상이다. 뻔하다 못해 지겹기만 했던 이곳은 국경을 넘어온 누군가에겐 설레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내가 살아온 터전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버리고 낯선 여행자가 되어보기. 여행지로서 매력적인 서울을 발견하는 여행이다.
_73쪽, 돈 없고 시간 없는 도시생활자의 여행법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알아나가고, 체험을 통해 여행 경험을 나의 자양분으로 만들려면 ‘공부하는 여행’도 필요하다. 단순히 도시 이름, 길 이름, 음식 이름을 외우는 것이 아니다. 이 도시의 특징은 무엇이며, 역사적 배경은 오늘날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과연 현지인들은 왜 이 음식을 즐겨 먹게 되었으며, 이곳 태생의 유명 예술가는 어떤 영감을 받았는지 여행지에 대한 근본적인 호기심을 지금보다 조금만 더 가져보는 것이다. 문화적 관심과 이해는 곧 길 위에서 배우는 나만의 인문학이다.
_165쪽, 선 공부, 후 체험으로 만드는 나만의 인문학
___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