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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005
1장 의사가 되고 싶었을 뿐인데, 환자가 되어있었다 의사면, 공부 잘했겠네요·017 꿈이 의사였길 망정이지·025 병원에서 의사가 죽었다·029 병원에 가지 못하는 의사·034 의사지만 환자기이도 합니다·041 모든 시작은 재발로부터·045 실망이 뭐 어때서·050 나는 불량 환자였다·055 마지막 재발이길, 제발·058 의사가 되지 말 걸 그랬어·063 네가 버티니깐 나도 버틸 수 있었다·068 2장 대한민국에서 여자 봉직 의사로 산다는 것은 암소 여의女醫의 탄생·075 야, 나두 을이야·080 환자는 살아있고, 의사는 죽었네·085 의사도 정신과 갑니다·090 진료실에 경찰이 들이닥쳤다·100 꿈은 건물주, 현실은 그냥 건물·108 의사는 하고 싶고, 병원은 떠나고 싶고·112 언제까지 봉직 의사로 있을거야?·117 내게 남은 건 의사 친구들뿐이네·121 여의사의 하얀 가운·125 나의 명품 가방·131 어쩌다 보니, 미라클 모닝·139 꿈이 밥벌이와 하나가 된 순간·145 3장 의사지만, 엄마는 처음이라 몸이 차가운 사람은 임신이 되지 않는다·153 내려놓으셔야 합니다·159 나는 걱정을 낳았다·164 우리만 망한 건 아닐 겁니다·169 출산휴가, 출산은 맞고 휴가는 틀리다·176 원장님도 〈삐뽀삐뽀 119 소아과〉 보세요?·181 그것이 기적인 줄 몰랐다·186 엄마의 직업은 이모님이었다·191 머리에 구멍이 났다·197 4장 내과 의사의 건강한 잔소리 부캐, 닥터 키드니의 탄생·205 가슴 통증을 가슴에 ‘정박’시키세요·208 달리지 않아도 괜찮아·216 방광아, 참아서 미안해·221 환자가 병원에 오지 않았다·228 제 명대로 살다 간 환자는 없다·232 우연이 운명이 된다·236 어른들은 약 잘 먹는 방법을 잊어버렸다·241 어른들을 위한 약을 잘 먹는 아주 사소한 팁·245 인터넷에 증상 검색 좀 하지 마세요·251 복통, 그 가볍지 않은 고통·256 폐렴을 조우하지 않는 3가지 방법·264 코로나 삼 년, 잃은 것과 얻은 것·270 드라마 〈서른아홉〉, 미루지 않아야 할 것들·274 건강해진 이유를 환자는 왜 모를까 279 에필로그·2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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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잘하게 되기를 간절히 원했다. 그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타고나길 잘나지 않았기에 나를 이기려는 수많은 본능과 싸워야 했다.
--- p.23 그저 내 일을 했을 뿐인데, 내가 한 그 모든 행위가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라니…. 의사가 되고 싶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정말 그랬다. --- p.26 뚝. 하얀 변기에 새빨간 피가 붉게 물들었다. 병원 생활에 적응한 지 딱 한 달째 되던 날이었다. 흠칫 놀랐지만 차분하게 생각했다. 머릿속으로 소화기내과 제3강을 펼쳤다. 하부 위장관 출혈 중 가장 흔한 것은 치질이다. ‘그래, 치질이겠지.’ 며칠째 배를 쥐어뜯는 복통이었다. 복통. 교과서에 한 단어로 표현된 그 단어는 너무 가벼웠다. 나에게 복통은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 p.34 나의 모든 시작에는 재발이 있었다. 1년 차 전공의의 시작부터 2년 차 시작, 치프 전공의의 시작, 봉직 의사의 시작 그리고 엄마의 시작까지 십여 년이 넘는 삶의 매 중요한 순간마다 깊숙하게 들어와 존재감을 드러냈다. 재발이라는 공포의이름으로, 내가 환자임을 잊으려 할 때마다 찾아왔다. --- p.49 건강한 삶을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의사지만 환자의 본분을 잃지 않았다. 규칙적인 생활, 적절한 운동, 충분한 휴식, 처방한 약 잘 먹기, 정기적인 외래 방문과 검사. 특별할 것 없는 일이다. 환자라면 마땅히 해야 하지만 나는 한 번도 제대로 해본 적 없는 것들이었다. 무엇 하나 쉽게 얻지 못했던 나는 이렇게 당연한 것 역시 노력해야만 얻을 수 있는 사람이다. “마지막 재발이길, 제발!” --- p.61 어떤 이는 월급쟁이 의사가 하기 싫으면 “병원을 차려!”라고 말한다. 회사 다니는 게 힘들다는 직장인에게 “그렇게 힘들면, 직장 때려치우고 회사를 차려!”라는 말과 똑같다. --- p.82 피, 도끼, 칼. 한 환자에게 그 모든 것이 있었다. 환자 옆에는 의사인 내가 있어야 했다. 나에게 보여준 도끼, 늘 가방에 소지하고 다녔을 칼, ‘그 도구들이 나를 위한 것은 아닐까?’라는 끔찍한 상상을 했다. 내가 가진 것은 사랑하는 남편과 딸 그리고 내 목숨뿐이다. --- p.96 의사는 하고 싶고 병원은 떠나고 싶었다. --- p.115 추운 겨울, 전공의 시험이 끝나자마자 수술을 받았다. 차가운 수술실에서 불임의 원인이었던 자궁내막증과 이별했다. 한겨울에 손과 발이 차가워도 임신이 될 수 있는 엄마가 되기를 바랐다. --- p.156 환자가 병원에 오지 않았다. 혈액투석을 받아야만 살 수 있는 환자가 병원에 오지 않는다는 것은 더 이상 투석 기계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이는 두 가지를 의미한다. 새로운 콩팥을 이식받았거나, 더 이상 콩팥이 필요 없거나. 전자는 기쁜 이별이고, 후자는 슬픈 이별이다. --- p.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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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열심히 사는 여자 의사의 인생을 백조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대한민국의 암소 여의사다. 의사는 집에서 아무 것도 안 하는 줄 알았다. 진료실 안 여의사들의 우아한 모습으로는 결코 연상되지 않았다. 『봉직 의사』에서는 완전한 노동자로서 의사의 모습들을 과감히 보여준다. 의사도 시댁이 있고, 돌봐야 하는 아이와 집안일이 있음을 날것 그대로 웃프게 묘사하고 있다. 의사는 항상 ‘갑’인 줄 알았다. 간호사가 그만 둘까봐 고민하는지 몰랐다. 당당한 그녀들의 모습으로는 눈치챌 수 없었다. 병원에서 실적 평가할 때 저조한 성적을 받아든 학생처럼 쩔쩔맬 줄 몰랐다. 우리의 단단한 착각이었다. 의사는 돈을 많이 벌 줄만 알았다. 의사는 무조건 세단을 몰 거라고 생각했다. 일하는 가정부를 두고 명품 가방을 휘두르며 쉬는 날에는 골프를 치러 다닐 것 같았다. 『봉직 의사』에서는 진정한 명품의 가치를 깨달은 검소한 그녀가 오늘도 인간의 삶과 죽음을 성찰한다. 의사는 안 아플 줄 알았다. 말도 안되지만 의사는 사람이 아닌 줄 알았다. 『봉직 의사』를 만나기 전까지 의사의 영역은 베일에 쌓인 미지의 공간이었다. 그들도 아픔과 욕망을 가진 사람이고 우리 주변의 보통 사람이라는 것을 『봉직 의사』를 만나 새삼 알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