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쓸지보다 ‘왜’ 쓰는지에 집중하라
문장 기술은 글을 쓸 때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처음에는 ‘어떻게’보다 ‘무엇을’ ‘왜’ 쓰는지에 집중하자. 글쓰기는 자신의 말로 표현하는 것이다. 말을 뜻대로 조종할 수 있으려면 시행착오와 좌절이 필요하다. 몇 번이고 만족과 낙담을 되풀이하며 자신의 말로 생각하면서 쓰다 보면, 나만의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기술은 ‘글쓰기’와 마주하고 난 뒤에 배워도 된다. 나는 무엇에 취약한지,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나서 해도 된다. 그렇게 하는 쪽이 배움의 효과도 커진다. 이건 일이나 학업에서도 마찬가지다.
--- pp.47~48
‘생각하기’보다 ‘쓰기’가 중요한 이유
‘쓰기’라는 행위는 변환 처리다. 무언가를 쓰는 것은 곧 자신의 말로 바꾸는 것이다. 글을 쓰면 머리에 떠오른 이미지, 생각, 의견, 감정이 말로 변환된다. 그때 동시에 말이 취사선택되고 정보가 정리 정돈된다.
--- p.61
‘쓰기’는 쓰인 글과 같은 정도로 행위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 하늘을 보며 ‘하늘이 예쁘네’ 하고 생각만 하는 것보다 ‘오늘 아침 올려다본 하늘이 아름다웠다’라고 쓰는 쪽이 능동적이고, ‘감상을 얘기하고 있다는 느낌’이 압도적으로 강하다. 쓰기는 생각하고, 느끼고, 보는 것보다 더 능동적으로 머리를 사용하게 만든다.
--- pp.64~65
‘쓰고 버리기’와 ‘메모’
기록(메모)과 창조(글쓰기)는 뗄 수 없는 관계다. 순환하는 두 요소를 잘 활용하게 된다면 평생 쓸 수 있는 무기가 된다. 기록과 창조, 메모와 쓰기를 의식적으로 구분해서 쓰는 것이 좋다. 마음먹고 도구를 나눠서 써보도록 하자. 예를 들어 ‘메모’는 수첩, ‘글쓰기’는 전용 공책을 쓰는 것처럼 도구를 각각 다르게 하면 도구를 가려 쓰는 것과 의식의 전환이 동시에 가능해지니 시험해보기 바란다.
--- p.73
고민을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는 사고 정리법
고민 없는 인간은 없다. 하지만 고민하는 사람 중 다수는 ‘무엇을 고민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고민한다기보다는 혼란스러워하는 것이다. 혼란은 처리가 고민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태다. 정리되지 않으니 고민과 맞대면할 수 없다. 그러니 고민이 끝도 없다. ……
고민에는 세 종류가 있다. ① 해결할 수 있는 고민, ② 해결하기 어렵거나 해결 불가능한 고민, 그리고 ③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고민할 거리가 아닌 것이 있다. 고민에 대해 자신의 말로 써보면 고민이 간단히 정리될 수도 있다.
--- pp.91~92
글쓰기가 키워주는 포용력
다른 사람과 서로 완벽하게 알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이다. 서로 완벽하게 아는 상태가 된다면 그건 말 그대로 기적 같은 일이다. 만일 당신 인생에 그런 존재가 있다면 부디 소중히 여기길 바란다. …… 모르는 것, 이해하기 힘든 것을 만나면 글로 써보자. 글로 써보면 사실 내가 상대를 완전히 모르는 건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내가 잘 아는 부분도 있고 나와 비슷한 부분도 있다. 그러니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쓰기를 통해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받아들일 수 있는 존재로는 바꿀 수 있다.
--- pp.116~117
‘쓸 수 있는 사람’과 ‘쓸 수 없는 사람’의 차이
글을 쓰려면 자기 안에 ‘쓸 것’이 쌓여 있어야 한다. 쓸 것이 쌓여 있으면 ‘주제’라는 구멍을 뚫었을 때 그 구멍으로 글이 쏟아져 나온다. 예를 들어 이 책의 주제는 ‘쓰기’인데, 나의 경우 지난 20년간 꾸준히 글을 써 왔기 때문에 이 주제에 관해 쓸 것이 많이 쌓여 있었다. 저수조에 담긴 물이 ‘쓸 것’이라면 글 쓰는 기술은 방수 핸들을 돌리는 데 도움이 되는 윤활유다. 윤활유는 있으면 편리하지만 없어도 괜찮다. 힘을 약간 더 들이면 얼마든지 핸들을 돌릴 수 있다.
--- p.136
‘잘’ 쓰려고 하지 말고 ‘다’ 써라
우리는 불안이나 두려움 때문에 눈앞에 있는 일을 크게 보곤 한다.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다 보면 대단할 게 없다. 우선은 쓰고 싶은 마음에 중점을 두고 쓴다. 내 안에서 들려오는 잡음을 차단하고 끝까지 써보는 것이다. 힘에 부친다. 망설임도 있다. 그래도 계속 써서 끝을 내보자. ‘다 썼다’는 성취감과 거기서 비롯하는 자신감, ‘잘 쓰지 못했다’는 아쉬운 마음은 끝까지 쓴 뒤에야 비로소 얻을 수 있다. 아무리 서툰 글이더라도 쓰지 못한 글보다는 몇 만 배 낫다. 끝까지 다 써보는 경험만이 쓸 수 있는 인간을 만든다.
--- p.149
평가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다 보면 반드시 좋은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기 쉽다. 그런 압박이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를 짓누르고 ‘기술 중시 인간’을 탄생시키고 만다.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부족한 기술을 보완하려다 창의력에 족쇄를 채우게 되는 것이다. …… 글쓰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여서 누구에게나 효과 있는 만병통치약 같은 처방이 존재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효과를 인정하는 방법이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고, 가장 나쁘게는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 p.154
글감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매일매일의 삶 속에 있다
나는 글을 쓰는 행위가 자신이라는 한 그루 나무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조각해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 ‘나’라는 나무는 하루하루의 삶 속에서 자란다. 이 나무를 가꾸는 것이 세계관이다. 나만의 세계관을 갖추고 있다면 별일 없이 흘러가는 평범한 일상에서도 쓸 것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낸 것들이 모여 이 나무는 더 굵고 튼튼해진다. 결국 글이란 일상에서 생겨나는 것이며 글쓰기라는 행위는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측정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다.
--- pp.164~165
공감과 감동을 낳는 이야기
글쓰기의 최종 형태는 ‘이야기’다. 인생은 흔히 이야기에 비유된다. 말하자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인생을 만드는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답답한 직장인도 이야기 속에서는 톰 크루즈 같은 스타가 될 수 있고 못된 상사를 회사에서 내쫓아버릴 수도 있다. …… 이야기를 만들 때는 다른 사람을 끌어당기는 것을 목표로 삼자. ‘이야기라니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아’라면서 주눅이 든 사람은 우선 자신이 끌릴 만한 이야기를 목표로 삼아보자. 실제로 마쓰시타 고노스케나 혼다 소이치로, 스티브 잡스는 그들 자신에게 기분 좋은 이야기를 했다. 자기에게 기분 좋은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니, 정말 신나는 일 아닌가?
--- pp.176~177
이야기를 일에 활용하는 법
이야기는 장르를 불문하고 읽은 사람의 마음과 영혼을 움직이는 서사가 있는 글이다.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 삶 곳곳에 무수히 많이 존재한다. …… 예를 들어 ‘신규 거래처 개발 리스트’에서도 이야기를 볼 수 있다. 내 경험으로는 그런 리스트 중에도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개발해보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만들어 반영한 쪽이 주소별 혹은 업무별로 기계적으로 정리한 리스트보다 성과를 내기 쉬웠다. 일에서 성과를 내는 사람은 그렇게 일 속에 이야기를 능숙하게 짜 넣을 줄 아는 사람이다.
--- pp.180~181
세밀한 묘사가 이야기를 생생하게 만든다
‘쓰고 버리기’나 글을 ‘쓰는 것’을 통해 세계관이 구축되면서 글쓰기가 익숙해지면 말로 구체화하는 작업의 정밀도를 한 단계 올리는 것을 생각해보자. 일단 의식적으로 세밀하게 구현해보자. ‘못된 상사’라면 ‘못된’ 한마디로 정리하지 말고 얼마나 못된 인간인지 보여줄 말을 찾아서 구체화하는 것이다.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가 큰 인기를 얻은 데는 여러 요인이 있었겠지만, 나는 악질 상사를 인물들 간의 대화나 사무실 분위기로 대강 표현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묘사한 것이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 p.1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