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 영예는 필요 없다.
하늘이 보이는 창이 있으면 된다.
그 창을 활짝 열고서, 그리고
한결같이, 마음을 비울 수만 있다면,
그걸로 좋은 것이다.
--- 「창이 있는 이야기」 중에서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중요한 건,
보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고, 누구의 것도 아닌 말.
눈으로 듣는다. 그리고, 귀로 본다.
결코 말을 하지 않는 것들이 하는 말.
어디에도 없는 상처 자국에서 흘러나오는 말.
--- 「듣는다는 것」 중에서
목련꽃의 계절이 오면,
바다를 보러 가고 싶다.
아무것도 없는 바닷가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붙잡고,
멀리서 달려오는 파도를 바라본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바닷가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붙잡고,
파도의 빛이 몰고 오는 바다의 소리를 듣는다.
바라보는 것은, 듣는 것이다.
듣다라는 하나의 동사가,
어쩌면, 사람의
인생의 전부가 아닐까?
--- 「듣다라는 하나의 동사」 중에서
본다. 단지 그뿐이다.
꽃을 보는 것은, 꽃들과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꽃들과 이야기하는 법을,
해마다, 여름꽃들에게,
나는 배웠다.
헛되이 말로 얘기해서는 안 된다.
꽃들처럼, 자기 자신의
본연의 모습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 「꽃들과 이야기하는 법」 중에서
행복은, 창문 밖에도 있다. 나무 밑에도 있다.
작은 뜰에도 있다. 제라늄.
펜타스. 유리옵스 데이지.
임파첸스. 플록스 드러몬디.
눈앞에 흐드러지게 핀, 산뜻한
꽃들의 이름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무엇을 알고 있을까. 아무런 속셈 없이,
하루하루를 아름답게 하는 것들에 대해.
--- 「커다란, 작은 것에 대하여」 중에서
즐긴다는 것은, 침묵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나무들 위의 햇빛.
새의 그림자.
꽃을 둘러싼 한낮의 고요함.
--- 「조용한 하루」 중에서
오렌지색의 알데바란이,
오리온자리의 베텔게우스가,
시리우스가, 깜빡이며 말한다. ―
밝음에, 사람은 쉽게 눈을 가리지.
밤의 어둠을 바라볼 수 있으려면,
밝음의 밖에 몸을 둬야 해.
--- 「겨울밤의 쪽빛 하늘」 중에서
마음에 새긴다. ―
말은 단지 그것뿐이라고 생각한다.
말이 될 수 없는 감정은, 가만히 안고 간다,
영혼이 따뜻해질 수 있게.
그 모습 그대로, 말을 품는다.
내 안에, 나의 체온처럼.
--- 「영혼은」 중에서
설령 잘못으로 가득하다 해도,
세상은 정답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경쟁으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마음을 늘 한결같이 지켜주는 건,
오히려, 망설임과 머뭇거림 속에 있는 게 아닐까.
뭐든지 옳으면, 옳은 게 아니다.
--- 「아무도 모른다-7」 중에서
슬픔을 믿은 적이 없다.
어느 때든 감정은 거짓말을 한다.
옳음을 내세우는 건 싫다.
색깔과 냄새를 믿는다. 언제나
하늘의 색이 마음의 색이라고 생각한다.
--- 「말」 중에서
시를 쓰는 것은, 그 사람이 누구든, 당신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인생의 특별한 한 사람에게, 나의 말을 건네는 것이다.
--- 「인생의 특별한 한 사람에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