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김 형사 건은 어때?”
“조사해 봤는데, 최근…… 아니, 최근이 뭐야. 예전부터 채비로 계장이랑 자주 통화를 했더라고. 일 때문에 통화를 했는진 모르겠지만. 김범진 형사랑 채비로 계장이랑 많이 친했나 봐?”
“그랬지, 두 사람. 최근에도 연락이 잦았단 말이지?”
“그래. 그래서 한 6개월간 통화 내역을 자세히 살펴봤는데, 채비로 계장이 가장 많고 그다음이 한 달 내에 몰려 있었어. 이진성이라는 사람하고 말이야. 통화를 많이 했더라고…….”
“뭐? 이진성?”
“왜? 아는 사람이야?”
“그럼, 알지. 내가 죽였다는 사람이니…….”
“뭐?”
“…….”
“야! 농담하지 말고. 아이, 자식. 괜히 놀라…….”
“승철아, 내 사건 확인 못 했구나? 이진성, 내가 죽였다고. 지금 날 쫓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이진성 씨 살인 용의자라서야.”
“정말? 나는 네가 부탁한 거 조사하느라…….”
“김 형사가 이진성 씨와 통화한 시점은 언제야?”
“1달 전쯤부터 시작됐어.”
“그래, 1달…….”
“야, 그럼 김범진 형사는 뭔가 알고 있는 거네.”
“그러게. 뭔가 알고 있는 게 분명해. 아니면 이 자식이 날 살인자로 만들었거나. 안 봐도 훤해.”
“그럼 채비로 계장도 연관된 걸까?”
“그럴 수도 있겠지. 동작에 있을 때부터 가까운 사이였으 니……. 가까운 게 뭐야? 아주 짝짜꿍이 잘 맞았지. 채비로, 김범진.”
“그 둘 뒤를 밟아 봐야겠네. 그러면 뭔가 나오지 않겠어? 어떻게, 내가 해 줘?”
“말이라도 고맙다. 너도 일 많잖아. 만약에 잘못되면 너한테도 똥물 튈지 몰라. 내가 알아서 할게.”
--- 「제12화, 불청객의 횡포」 중에서
“모르겠어요. 연관이 없다고 해도 3일 내에 모두 끝날 거예요. 그게 어떤 결과든…….”
소담 씨는 내가 정한 기간이 의아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는 팀장님이 3일 이내에 모두 해결할 거라고 보는 거예요?”
“그게 아니라……. 아니, 그렇겠죠. 네.”
“뭐예요? 내가 모르는 뭔가가 더 있는 거예요? 그런 거죠?”
“소담 씨…….”
“말해봐요. 제 말이 맞죠? 그죠?”
나는 잠시 망설이다, 이내 마음을 다잡고 입을 열었다.
“소담 씨, 내가 죽는다는 그날…….”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목구멍이 꽉 막히는 기분이었다. 소담 씨는 어떤 말로도 재촉하지 않고 그저 지그시 내 눈을 바라봤다.
“그날 사실…… 민우직 팀장님도 죽어요…….”
“뭐라고요? 그게 대체 무슨 말이에요?”
“제가 팀장님 시체를 봤거든요.”
“정말이에요? 팀장님도 알고 계세요?”
“아니요. 모르세요, 아직…….”
“그럼 빨리 말씀드려야 하지 않아요? 그래야 무슨 대책이라 도…….”
“알아요. 그래서 몇 번 말하려고 했는데 말할 타이밍을 매번 놓쳤어요.”
--- 「제13화, 덫을 놓다」 중에서
“어……. 잠시만요. 잠깐만.”
“오빠! 괜찮아요? 왜 그래요?”
“이대로 좀…… 놔둬요! 제발!”
“소담아, 괜찮을 거야. 잠시 혼자 두는 게 좋겠어.”
내가 밀려드는 감각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소리치자, 소담 씨와 민 팀장은 나에게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이유도 없이 눈물이 났다. 눈물이 흐르자 모든 소리가 선명히 들리기 시작했다. 또 신기한 현상을 겪는다. 아이와 사람들 시체는 또 초자연 현상인 건가?
그때 아이의 눈이 반짝거렸다. 가까이 다가가 눈을 들여다보 니, 햇빛이 반사된 트럭 앞 유리가 보였다. 트럭에 치여 죽은 건가? 그럼 저 뒤의 남녀도…….
“시보야, 무슨 일이야? 이제 괜찮은 거야?”
걱정스러운 얼굴로 보고 있던 소담 씨와 민 팀장을 뒤로하고 나는 남녀의 시체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빨리 뛰어가고 싶었지만 마음과 다르게 몸이 따라 주지 않아, 터벅터벅 그곳까지 힘겹게 걸어갔다.
먼저 남자 시체로 다가가 눈을 살펴보았다. 내 생각이 맞구나. 남자 눈에도 덤프트럭 운전석 핸들을 잡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옆에 누워 있는 여자 시체의 눈도 보고 싶었지만, 그녀는 눈을 감고 있었다. 함께 있는 걸 봐서는 여자도 트럭에 치여 숨진 것이 분명해 보였다.
두 시체 모두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처참했다. 아마 횡단 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중 트럭이 인도 끝까지 밀고 들어와 사고가 난 듯했다.
“시보, 혹시 뭐가 보이는 거야?”
“설마…… 여기에 시체가 있는 거예요? 아니, 시체 환영 이…….”
“그런 거야? 그런데 뭘 그렇게 자세히 보는데? 어?”
“형님……. 여기 여자와 남자가 트럭에 치여 죽어 있어요. 역시 보이지 않는 거죠? 저한테만 보이는 거죠?”
“정말이야? 여긴 아무도 없어.”
“그래요. 하지만 나에겐 보여요. 너무 끔찍하네요. 그래서…… 눈물이 났나 봐요.”
“괜찮아, 시보야?”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했다.
“이제 괜찮아요. 소담 씨, 여기 장소와 시간을 기억해 줄래 요? 휴대폰에라도 저장해 주겠어요?”
“네, 알겠어요. 그럴게요.”
나는 정신을 차리려 눈을 세게 감았다 뜨며 민 팀장을 바라보았다.
“형님, 지금 노량진역에 가야겠어요. 저 혼자 다녀올게요.
“노량진역은 왜? 아니야, 가려면 다 같이 가. 근데 노량진역은…… 괜찮겠어?”
“괜찮아요. 또 쓰러지더라도 가서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아요.”
“뭘 확인해야 되는데?”
“제 눈이요. 내 눈에 뭐가 보이는지 봐야겠어요.”
“눈…….”
내 말을 들은 민 팀장과 소담 씨는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알았다. 우선 가보자. 근데 정말 여기에 두 사람이 죽어 있는 거야?”
“네, 어린아이도요.”
“뭐? 트럭에 치여 죽었는지는 어떻게 알아? 트럭도 보였어?”
“그 사람들 눈동자에 비쳐요.”
민 팀장은 잠시 기억을 되짚으며 말했다.
“채비로를 연우 눈에서 봤다고 했잖아? 그럼…….”
“맞아요. 지금까지는 시체들 눈 속에 보이는 잔상이 사건과 연관되어 있을 거라 막연하게 생각했지만, 이 시체들 눈동자 속 잔상을 보니 직접적인 죽음의 원인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이연우 경위 눈에서 봤던 사람이 채비로 팀장이 확실하다면…… 그가 이연우 경위를 죽인 범인일 수도 있다는 거죠.”
“정말 그렇게 생각해?”
“이 시체들 눈에 보인 게 맞는다면요.”
--- 「제15화, 비밀 접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