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살면서 여러 개의 페르소나(persona)를 가진다. 각 시기마다 방점을 찍어야 할 페르소나도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파악한다는 건 상대의 정체성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그에 맞는 역할은 물론 그 역할에 알맞은 언어를 사용하겠다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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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질감을 느끼는 건 문제가 안 되지만 이것을 자녀 세대 탓으로 돌리면 문제가 된다. 어느 세대의 가치관이든 소중하다는 마음으로 세상의 변화를 인정하는 태도, ‘변화’를 ‘변질’로 깎아내리지 않고 ‘부정’이 아니라 ‘인정’하는 태도가 중요한 것이다. 남자들이 변했고 아들들이 변했다는 걸 인정하는 아빠는 자녀와 대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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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발달이 잘 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대책 없이 화를 내는 사람이 있고, 화난 것을 알아차리고 그 화를 어떻게 낼 것인지 신중하게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후자는 자신의 감정이 일어난 이유를 아는 ‘초감정이 발달’한 사람이다. 모든 감정은 소중하지만 그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따라 감정의 노예가 되기도 하며, 감정의 주인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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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라고 해서 항상 핑크 기류일 순 없다. 오히려 더 예민하고 민감한 때다. 감정을 지지하는 말, 마음을 헤아리는 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말 한마디에 결혼이 무효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살피고 삼가며 말조심해야 한다. 비난과 경멸과 무시할 마음이 없었어도 말투는 어떤지 살피자. 맞받아치지 않고 맞장구쳐주는지에 따라서 같은 말도 다르게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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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내세우는 아버지를 자녀들은 신뢰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바담풍 하면서 자녀가 바람풍(風) 하기를 강요하면 자녀는 아버지의 말에 귀를 닫기 마련이다. 20세기 아버지는 말만 내세우고도 권위로 자녀를 눌렀지만 21세기 아버지는 행동이 곧 말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습관을 가진 아버지의 자녀는 잘 자란다. 행동으로 보여줄 때 아버지의 권위는 세워진다. 아버지는 몸으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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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단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칭찬과 인정을 좋아한다. 인정욕구라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은 건 인간이 가진 욕구라는 것이다. 욕구를 채워주지 않으면 ‘불만’이 생긴다. 다른 발달에 쓸 에너지를 ‘욕구 충족 갈망’에 소비하면 아이 발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해서 좋은 말은 아끼지 말고 표현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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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끝을 흐리는 말투, 명확하지 않은 표현을 자주 한다면 바람직하진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세상사 흑백처럼 명확하고 확실한 것만 있지는 않다. 흐릿하고, 모호하고, 애매하고, 알 듯도 하고 모를 듯도 하며, 좋지도 않지만 안 좋지도 않고 싫지도 않은 상황들도 있는 것이다. 이런 표현을 흐리멍덩하다 혹은 불분명하다와 동일시해서 매사 딱 부러지길 강요한다면 관계도 딱 부러질 수 있다. 에둘러 부드럽고 완곡하게 말하는 습관이 유용한 경우도 많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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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묵하고 진중한 표현을 교육받은 나도 과장된 표현을 하는 이모티콘이 좋은 걸 보면 우리 아들 세대는 이런 과장 표현이 예사표현일 거다. 부디 자꾸 표현해서 사랑도, 고마움도, 격려도, 위로도 잘 전했으면 좋겠다. 종은 울릴 때까지 종이 아니며 사랑은 표현할 때까지 사랑이 아니란다. 남자들이여. 더 많이 표현하라. 과장된 표현이 더 좋을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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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말고 또 뭐가 있을까. 따뜻한 말을 듣는 길이 꽃길이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며 걷는 길이 꽃길이다. 꽃바구니를 보낼 일이 있을 땐 ‘꽃길만 걷게 해줄게’라고 보내고, 만나면 손잡고 “사랑한다, 정말 사랑한다”고 말한다면 이 말을 듣는 여자의 마음은 이미 꽃길을 걷는 행복으로 충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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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고 싶은 마음에서 상대방의 성격을 고치고 싶은 것이지만 모순적이게도 이런 노력을 할수록 서로의 성격에 지치고 멀어진다. 잘 지내려면 상대가 가진 ‘많은’ 장점과 강점을 부각시켜야 하는데, 더 좋아지기 위해서 ‘한두 가지’ 단점과 약점을 자꾸 들춰내니 그렇다. 서로에게 위축되고 지치며 좋아지기는커녕 멀어지고 악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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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성격도 나쁜 성격도 없다는 것, 성격마다 기발한 장점과 강점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러므로 달라도 너무 다른 상대의 성격에 대해 왜 그러느냐고 따지지 않을 것. 그 사람다운 면, 그게 성격이라면 성격을 바꾸려고 하는 건 그 사람을 통째로 부정하는 것이다. 성격이 달라도 너무 다른 건 당연하다. 내 맘 같지 않은 세상이라는 말도 있다. 내 맘(성격) 같지 않다고 원망하면 ‘틀림’이 되지만 ‘다름’을 인정하면 차이가 좁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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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지고 싶은 사이엔 ‘기대’라는 게 있다. 사과받고 싶은 아내는 남편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것이다. 남편에게 사과조차 기대 안 한다면 이별을 생각하고 있거나 심리적으로 이미 결별한 상태다. 아내가 사과를 바라는 것은 남편을 사랑한다는 의미다. 아주 건강한 관계다. 이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아내가 원할 때까지, 풀릴 때까지 사과하는 것이다. 사과는 실수나 잘못을 전제로 한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말처럼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하는 법이다. 피치 못할 실수였어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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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 멀쩡하던 사람도 속이 좁아지기 마련이다. 속 좁아지고 옹졸해져서 다글다글 애끓는 사랑도 아무 때나 하는 거 아니다. 사랑을 의심하거든 의심을 풀어주자. 확실히 잊었다고. 너만 사랑한다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언제든 듣고 싶은 말, 들어도 또 확인하고 싶은 말이다. 묻기 전에 사랑을 느끼게 하고, 물으면 아주 정확하고 속 시원히 대답하자. 사랑한다, 너만 사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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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한 여자와도 조화롭지 못하다면 세상과 화합할 수 없다. 내 여자의 마음도 얻지 못하면서 유권자의 절반인 여자들의 마음을 얻기란 어렵다. 내 사람의 마음도 모르면서 어찌 세상의 인심을 알 수 있단 말인가. 대선주자들의 행보를 떠올린 것도 가족과의 소통이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데 너무도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어서였다. 결국 대의를 이루는 힘은 가정을 어떻게 이루었는가가 관건이고, 유권자 절반의 표심을 끌어내는 핵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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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와 사고는 밀접한 상관관계에 있지만 모국어는 너무 능숙해서 생각할 사이 없이 나온다. 생각하고 말해야 하지만 모국어는 생각 안 해도 ‘저절로’ 나와서 실수하기도 한다. 실수로 한 말이 상대에게 상처가 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저절로 나오는 말을 잘 돌봐야 한다. 말한 사람은 “뭘 그런 사소한 말 가지고 그래?” 하더라도 들은 상대는 무안하고 수치스러워 가슴에 대못이 박히는 말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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