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세계적인 컬렉터에게 물었다.“훌륭한 컬렉션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중요까요?”“튼튼한 두 다리가 필요합니다.”우문현답이었다. 아마도 이 질문을 또 다른 어떤 컬렉터에게 해도 같은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작품 수집의 가장 기본은 최대한 많이 보고 많이 느끼는 것이다. 따라서 컬렉션에는 어떤 규칙도 정답도 없다. 훌륭한 컬렉션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이 무엇을 보았을 때 가장 흥분하고, 무엇을 좇고 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맹목적으로 최신 유행을 따르는 것이야말로 지루하고 의미 없는 컬렉션을 만드는 지름길이다.
---「프롤로그」중에서
부부의 팀워크는 컬렉션을 추진해 나아가는 데 큰 원동력이 된다. 부부 컬렉션은 두 컬렉터의 취향이 모두 반영되어 단조롭거나 지루하지 않고 시각적인 풍성함이 있다. 또한 두 컬렉터는 폭넓은 시각으로 작가들을 찾아내고 더욱 입체적으로 작품을 분석해 낸다. 그리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여 작품 소장을 결정하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작품을 선택할 수 있다. 작은 규모의 컬렉션이라도 작품을 소장하고 관리 운영한다는 것은 다양한 역할이 요구되는데, 그 역할을 컬렉터의 성향에 맞게 분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부부가 컬렉션을 할 때, 가족 모두가 예술에 관심을 갖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처럼 부부가 함께 만들어낸 컬렉션들은 그 구성이 균형 있고, 더 깊이 있게 만들어질 수 있다.
---「프롤로그」중에서
미술품 컬렉션은 진정 풍요로운 계층의 사람만이 향유할 수 있는 전유물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보겔 부부의 컬렉션은 금전적인 여유보다는 미술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진정한 컬렉터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준다. 수완 있는 컬렉터들의 성공적인 미술품 투자나,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는 경매 결과에 관한 이야기들이 컬렉션의 흥미롭고 긍정적인 이면을 가리고 있는 요즘, 진정한 아트 컬렉팅의 묘미가 무엇인지 보겔 부부는 명확히 보여준다. 더 나아가 그들과 평생을 함께한 작품들이 그들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온전히 유지되고, 기부를 통해 그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자 애쓴 흔적은 더 큰 울림을 준다. 몇 백억 자산가의 컬렉션보다 한 평범한 우체국 직원의 컬렉션 가치가 높이 평가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보겔 컬렉션」중에서
빌라랑 부부는 작품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파악하는 과정이 긴 만큼, 소장하는 작품 선정에도 신중을 기했다.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고민보다는 어떤 작가를 컬렉션에 포함할지를 두고 조사하느라 몇 년의 기간이 걸리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결정을 기다리는 동안 작가의 작품을 놓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예술계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주요 작품을 소장하기보다는, 50명 미만의 예술가들에게 초점을 맞추어 그들의 경력을 따라가면서 작품을 소장했다. (...) 그리고 작품을 소장한 후에는 작가들을 가족이라 생각하고 그들이 성장해 나아가는 과정을 함께 응원하였다. 소장 작가의 성공을 함께 지켜보는 것이야말로 컬렉터로서 느끼는 가장 큰 기쁨이었기 때문이다.
---「빌라랑 컬렉션」중에서
동시대 미술 수집을 위한 보로스 부부의 팀워크는 최적화되어 있다. 작품을 구입하는 과정은 그들이 현재를 이해하는 방식이며 서로를 이해하는 방식이다. 부부는 늘 예술가들의 같은 작품을 보고 다르게 평가하며, 서로의 취향과 의견을 이해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그러나 일단 상대방이 추천한 작품을 받아들이고 소유하게 되면, 그 작가의 다른 작품을 더욱 깊이 있게 살펴보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작품을 보는 각자의 관점은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컬렉션을 위한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카렌은 비디오 작품을 선호하는 한편, 크리스티안은 전통적인 매체인 회화나 조각을 더 좋아한다. 부부는 동시대 미술 컬렉션을 하고 있지만, 주말이면 고미술이 전시된 박물관에 가는 걸 즐긴다. 크리스티안은 르네상스 시대 미술에 푹 빠져 있고, 카렌은 중세 미술에 매료되어 있다.
---「보로스 컬렉션」중에서
“저희 컬렉션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역사를 기록하는 행위입니다.”부부는 그들의 컬렉션의 의미를 이렇게 규정했는데, 이는 드 라 크루즈 컬렉션이 단순히 개인적 취향의 결과물이 아니라 부부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도 인류사에 존속할 수 있는 지속적이고 진정성 있는 컬렉션이 되도록 더 신중을 기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크루즈 부부에게 컬렉션이란 인생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이며 삶의 일부다. 그들이 꿈꾸는 세계의 중심에 예술이 있다는 이 부부는 동시대 미술을 통해서 우리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하지 않으면 과거에 갇혀 정체되고 만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과거에 정지해 있는 작품은 관심 없습니다.”
---「드 라 크루즈 컬렉션」중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퍼포먼스 및 설치작가 김수자는 남편 롤프가 사망한 뒤 에리카를 찾아가 그의 옷가지를 요청했고, 롤프를 기리는 마음으로 그의 옷과 소지품으로 만든 보따리 작품을 선물했다. “(...) 어느 날 아침 김수자가 보자기 하나를 가져와 남편의 소지품을 달라고 하길래 옷, 신발, 향수, 안경 등 그의 여행에 필요한 것을 내주었죠. 김수자는 그것을 보자기에 넣고 매듭을 지었어요.”김수자의 보따리 설치 작품은 호프만 컬렉션의 전시장을 따뜻하게 감싸고 있다. 이렇듯 작가들에게 호프만 부부는 컬렉터 이상의 의미였고, 그들의 숭고한 컬렉션 철학 앞에 작품으로 경의를 표했다.
---「호프만 컬렉션」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