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두에는 어디론가 떠나는 배가 있었다. 노르웨이 배였다.
어쩌면 다시 노르웨이로 돌아가는 배인지도 몰랐다. 세계 상업거래의 일환으로 케이블카 163대를 싣고 가는 배.
아, 그것이 바로 무역이었다. 한 나라의 물건을 다른 나라의 물건과 교환하는 것. 초등학생들처럼. 그들은 오슬로의 비오는 봄을 샌프란시스코의 케이블카 163대와 바꾸었는지도 모른다.
--- p.28
그래, 갈매기를 생각할 수도 있겠지. 우리는 아주 피곤했고, 여전히 취해 있었으며, 숙취에 시달리고 있었다. 갈매기 생각을 할 수도 있지. 그건 쉬운 일이야. 갈매기.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북소리처럼 하늘을 가로질렀다.
--- p.29
한번은 그가 내게 말했다. “난 다섯 달 동안이나 섹스를 못 했어.” 그 말을 하면서 그는 마치 날씨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태연했다.
“비가 올 것 같아?”
“아니. 왜 비가 와야 하는 건데?”
--- p.57
힘내, 친구야! 아직 빅서에서 너를 기다리는 리 멜론과 오두막이 있잖아. 아주 좋은 오두막이야. 태평양 해안 절벽에 있는 오두막이지. 난로가 있고 삼면이 유리로 되어 있지. 아침이면 침대에 누워서 수달들이 그 짓을 하는 걸 볼 수 있지. 아주 교육적이야!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곳이야.
--- p.76
개구리들은 언제나 하나가 울면, 다른 하나가 울고, 이윽고 7452마리가 한꺼번에 울었다.
--- p.91
사실 매일 밤, 나는 매 챕터의 구두점을 세고 있다. 나는 노트에 구두점의 숫자를 기록한다. 나는 그 노트를 ‘전도서의 구두점들’이라고 이름 붙였다. 나는 그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일종의 공학연구의 일환으로 그 일을 하고 있다.
내 노트의 요약은 이렇게 되어 있을 것이다. 전도서의 첫 장은 57개의 구두점으로 되어 있는데, 다시 나누면 22개의 쉼표와 8개의 쌍점, 8개의 세미콜론, 그리고 2개의 물음표, 17개의 마침표로 이루어져 있다.
전도서의 두 번째 장은 구두점이 모두 103개인데, 45개의 쉼표와 12개의 세미콜론, 15개의 쌍점, 6개의 물음표, 25개의 마침표로 되어 있다.
전도서의 세 번째 장에는 77개의 구두점이 있는데, 33개의 쉼표와 21개의 세미콜론과 8개의 쌍점, 그리고 3개의 물음표와 12개의 마침표로 되어 있다.
전도서의 네 번째 장은 구두점이 모두 58개인데, 그중 쉼표가 25개, 세미콜론이 9개, 쌍점이 5개, 그리고 물음표가 2개, 마침표가 17개 있다.
전도서의 다섯 번째 장은 67개의 구두점으로 되어 있는데, 쉼표가 25개, 세미콜론이 7개, 쌍점이 15개, 물음표가 3개, 그리고 마침표가 17개이다.
이것이 내가 빅서의 밤에 등불 옆에서 하는 일이다.
--- p.97
우리가 마치 조그만 나라가 유엔에 가입하듯 하나가 되었을 때, 나는 상상 속에서 리 멜론이 술집 바닥에 카드보드를 덮고 누워 있는 장면을 열두 번쯤 보았다.
--- p.117
그날 밤은 서늘했고, 별들도 흐드러졌다. 반짝이는 별들, 나를 너에게 인도해준 별들.
--- p.153
우리는 알파벳 수프에서 수저로 알파벳을 건지는 장님처럼 어두운 길을 조심스럽게 더듬어 나아갔다.
“왜 등불을 안 갖고 왔어?” 일레인이 말했다.
“우리가 여기 있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아서야.”
“우린 여기 없잖아.” 그녀가 말했다.
--- p.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