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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12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362g | 120*190*20mm
ISBN13 9788974746803
ISBN10 8974746808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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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지만 적군의 소리가 들리거나 모습이 보이지는 않았다. 기병들은 말의 목에 기대고 칼을 앞으로 빼어 든 채 보이지 않는 적을 향해 함성을 질렀다. 나는 탑손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첫 번째 포탄이 탑손과 나 사이에 떨어지고 기관총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혼란스러운 전투가 시작되었다. 주위의 군인들이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말들이 두려움과 고통에 사로잡혀 비명을 지르며 앞발을 치켜들었다. 포탄이 터질 때마다 지진이 나는 것처럼 땅이 솟구쳐 오르면서 말과 기병 들이 허공으로 내팽개쳐졌다. 포탄이 머리 위에서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하지만 기병대는 언덕 꼭대기에 있는 철망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고 나도 그들과 함께 달렸다.---p.81

“고마워, 친구. 그 지옥 같은 곳에서 나를 구해 주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 어제 이걸 발견했는데, 내가 가지고 있을까도 생각해 봤지만 주인이 따로 있다는 걸 알았지.”
병사는 말을 마치고 팔을 쭉 뻗어 내 목에 진흙투성이 장식 띠를 매 주었다. 띠 끝에는 철십자 훈장이 매달려 있었다.
“네 친구하고 나눠 가져야 할 거야. 너희 둘 다 영국에서 왔다지. 틀림없이 이번 전쟁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철십자 훈장을 받는 말이 될 거야.”
병원 천막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부상병들이 박수갈채를 보냈다. 박수 소리가 메아리쳤다. 천막 안에 있던 의사, 간호사, 환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박수 소리가 들리는 게 이상했는지 밖으로 뛰어나왔다.---p.98

“에밀리가 너희를 위해 기도했어. 우리 손녀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너희를 위해 기도한 것 알아? 에밀리가 기도하는 걸 들었지. 에밀리는 전쟁이 일어나고 일주일 뒤에 죽은 엄마 아빠를 위해 기도했어. 폭탄 한 방에 모든 게 끝나 버렸지. 또 다시는 못 만나게 된 오빠를 위해서도 기도했어. 에밀리의 오빠는 열일곱 살이었고, 묘지도 없어. 에밀리와 내 마음속에만 살아 있지. 그러고 나서 나를 위해 기도했고, 전쟁이 우리 농장을 빗겨 갈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어. 마지막으로 너희를 위해 두 가지 기도를 더 했어. 먼저, 너희가 전쟁에서 살아남아 오래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고, 그렇게 된다면 너희와 함께 있고 싶다고 기도했지. 에밀리는 겨우 열세 살인데 방에 누워 있어. 내일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지도 모른 채 말이야. 독일군 의사가 말하길 폐렴에 걸렸대. 독일인이지만 정말 훌륭한 의사야. 의사는 최선을 다했고, 이제 하느님 손에 달렸어. 지금까지 하느님은 우리 가족한테 별로 축복을 내리지 않았어. 에밀리가 죽는다면 내 인생에 남아 있는 유일한 불빛이 꺼지게 될 거야.”---p.102

“너희는 친구니까 말해 줄게. 나는 연대에서 유일하게 정신이 멀쩡한 사람이야. 미친 건 다른 사람들이지만, 정작 그들은 모르고 있지. 전쟁에 참가해 싸우면서도 왜 싸워야 하는지도 몰라. 그게 미친 거 아니니? 어떻게 사람이 다른 사람을 죽이면서 왜 그런 짓을 하는지 모를 수 있지? 상대편이 다른 색깔의 군복을 입고,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말이야. 그들은 나더러 미쳤다고 하지. 너희 둘은 내가 이 어리석은 전쟁에서 만난 생명체 가운데 유일하게 이성적인 동물이야. 너희가 이곳에 있는 단 한 가지 이유도 나처럼 끌러왔기 때문이겠지. 용기만 있다면 이 길로 도망가 다시는 안 돌아올 텐데. 하지만 그렇게 되면 군인들이 나를 잡아 총으로 쏴 죽일 테고, 아내와 아이들과 부모님은 평생 수치스럽게 살아야 할 거야. 난 미치광이 노병 프리드리히로 행세하며 어떻게든 이 전쟁에서 살아남을 거야. 그래야 다시 슐라이덴으로 돌아가 이 혼란이 시작되기 전에 모든 사람이 인정하고 존경했던 정육점 주인 프리드리히로 돌아갈 수 있어.”---p.130

머리 위에서 하얀 불빛이 터지고 우레와 같은 기관총 소리가 밤하늘을 갈랐다. 총알이 내 옆의 땅바닥으로 내리꽂혔다. 나는 달리기 시작했고 어둠 속으로 쉬지 않고 달렸다. 몇 번이고 도랑과 울타리에 걸려 넘어지고 나서야 들판에 도착했다. 그곳은 풀도 없고 그루터기뿐이었는데, 지평선에서 불빛이 번쩍이고 있었다. 가는 곳마다 썩은 물이 고여 있는 커다란 포탄 구멍들이 나타났다.
---p.144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인간들의 전쟁에 휘말리면서
겪게 되는 평범한 농장 말 조이의 기적 같은 만남과 새로운 희망

영국의 어느 조그만 농장. 지금 막 술 취한 남자의 손에 이끌려 호리호리하고 껑충한 망아지 한 마리가 마구간으로 들어선다. 그리고 잠시 뒤, 쿵쾅쿵쾅 요란한 발소리가 울려 퍼지는가 싶더니 잔뜩 흥분한 한 소년이 그 마구간으로 달려 들어간다. 태어난 지 채 여섯 달도 안 된 잡종 망아지 조이와 순박하고 수줍은 많은 열세 살 소년 앨버트의 운명적인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어느 덧 2년여의 시간이 흐른 어느 날, 건장한 말로 훌쩍 자란 조이가 한 남자의 손에 이끌려 농장을 나선다. 앨버트가 농장을 잠시 비운 사이, 그의 아빠가 조이를 군대에 팔아넘기려는 것이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어느 무더운 여름날, 조이는 그렇게 전쟁터 한가운데로 끌려오게 된다.

총알과 대포가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끔찍한 전장 속, 조이는 군인들과 함께 적진을 향해 돌진하기도 하고, 진창길 위로 대포를 끌기도 하고, 참호 속에 쓰려져 있는 부상병들을 야전 병원으로 옮기기도 하면서 평범한 농장 말에서 차츰차츰 용감한 군마가 되어 간다. 그와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의 정성 어린 보살핌도 받는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조이의 마음속에는 떠나온 앨버트에 대한 그리움이 짙어만 간다.

평범한 농장 말 조이의 눈에 비친 인간들의 끔찍한 전쟁과 한 소년과의 기적 같은 만남. 절망 속에서도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들이 《워 호스》에서 느껴진다. 또한 인간의 욕망에 의해 자행된 전쟁이라는 수단을 말의 시점에서 이야기 하고 있지만 보다 객관적이고 사실적으로 전쟁의 참상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휴머니즘에 대해서 솔직히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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