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3년 8월 3일
사랑하는 키티에게,
정치적으로는 좋은 소식이 들어오고 있어요. 이탈리아에서는 파시스트당의 활동이 금지되었고, 국민들이 파시스트와 싸우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영국과 전쟁까지 하는 건 무리겠지요!
아! 지금 막 세 번째 공습이 있었어요. 나는 이를 악 물고 참고 있어요. 하지만 판 단 아주머니는 나뭇잎처럼 부들부들 떨다가 울음을 터뜨렸답니다. 아주머니는 우리 중에서 가장 겁쟁이예요.
고양이를 키우면 좋은 점도 많지만 부작용도 있어요. 무시 덕분에 집안 곳곳에 벼룩이 퍼져서 피해가 심각해요. 코푸하이스 씨가 벼룩 죽이는 약을 뿌려 주었지만, 벼룩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어요. 가려움 때문에 우리는 너무 예민해져서 팔, 다리를 벅벅 긁고 있어요.
하지만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기도 힘들어요. 한동안 체조를 게을리 했더니, 모두들 목 뒤를 볼 수도 없을 지경이 되었어요. 목을 제대로 돌릴 수가 없거든요. 하지만 제대로 된 체조를 하겠다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는답니다.
지리 탐구) 이탈리아
이탈리아는 유럽 중남부에 있는 나라로 수도는 로마, 공용어는 이탈리아 어예요. 주민의 90%이상이 천주교를 믿어요. 특이한 점은 로마시 안에 교황이 사는 바티칸 시국이 있답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이탈리아는 로마 제국과 르네상스 시대를 거쳐서 근, 현대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뛰어난 예술가들의 활동 무대가 되었어요. 특히 피렌체, 베네치아 같은 도시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단테 등이 모두 이탈리아에서 활동했어요. 지금까지도 이탈리아는 관광, 패션, 음악 등으로 유명해요.
역사 탐구) 파시스트는 무엇일까요?
파시스트는 파시즘을 신봉하거나 주장하는 사람을 말해요. 파시즘은 좁은 의미로는 1919년에 이탈리아의 무솔리니가 주장한 권위적이고, 국수적이고, 반공적인 정치적 운동을 말한답니다. 하지만 보통은 제1차 세계 대전 이후부터 제2차 세계 대전 말기까지 세계 여러 국가들에서 나타났던 독재적인 정치, 경제, 사회사상 및 정치체제를 파시즘이라고 해요. 이탈리아의 파시즘, 독일의 나치즘, 일본의 군국주의를 모두 파시즘이라고 하지요. 현대 사회에서는 강압적이고, 폭력적이고, 독재적인, 비민주적인 정치 운동을 통틀어 파시즘이라고 부른답니다.
------------------------------------------------------------------------
1943년 8월 4일 수요일
사랑하는 키티에게,
이 곳에서 생활한 지도 벌써 일 년이 넘었어요. 이제는 우리의 생활을 좀 이해할 수 있나요? 이해를 돕기 위해서 우리의 하루를 자세히 알려 줄게요. 우선 밤에 일어나는 일부터 시작할게요.
우리는 밤 9시에 잠 잘 준비를 시작해요. 잠을 자기 위한 준비도 보통 일이 아니랍니다. 잠을 자려면 먼저 의자를 정리해야 해요. 의자 정리가 끝나면 접어서 벽에 세워 둔 침대를 끌어 내린 답니다. 그러고 나서 담요를 펼치지요.
나는 작은 소파에서 자는데 길이가 1미터밖에 안 돼요. 그래서 잠을 자려면 의자를 이어 붙인 다음, 이불, 시트, 베개를 소파에 펴야 한답니다.
언니는 엄마 방에 조립식 침대를 펼친 뒤, 쿠션, 담요, 베개 등을 깔아요. 침대가 너무 딱딱해서 이것저것 많이 깔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답니다.
이때쯤이면 위층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요. 판 단 아주머니가 침대를 창가로 끌어내는 소리지요.
9시가 조금 넘으면 페터가 세수를 한 다음, 내가 세수를 해요. 가끔 물 위에 벼룩이 동동 떠 있기도 해요. 머리를 감고, 이를 닦고, 손톱을 다듬는 데 30분 정도 걸려요. 세수를 끝내고 나면 비누, 요강, 머리핀, 속옷 따위를 들고 밖으로 나오지요. 하지만 대개는 다시 들어가요. 세면대를 어지럽힌 내 머리카락을 정리해야 하거든요.
10시쯤 검은 판지로 창을 다 가린 뒤 침대에 누워요. 사람들이 뒤척일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한참 뒤에야 잠이 들어요. 하지만 그것도 위층 사람들이 침대에서 싸우지 않을 때의 이야기지요.
11시 30분이 되면 사무실에서 일하던 뒤셀 씨가 방으로 돌아와요. 뒤셀 씨는 10분 쯤 바스락거리며 돌아다녀요. 그런 후에야 잠을 자지요.
새벽 3시쯤에 나는 꼭 소변을 봐요. 침대 옆에 놓아 둔 요강을 사용하는데, 아주 조심하지 않으면 요란한 소리가 나요. 마치 계곡에서 들리는 폭포 소리 같답니다.
요강을 제 자리에 놓고 나면 다시 침대에 눕지만, 바로 잠이 오지는 않아요. 그래서 다시 잠이 들 때까지 눈을 뜬 채 귀를 기울이고 있지요. 썩 유쾌한 일은 아니에요. 뒤셀 씨가 입을 뻐금거리기도 하고 입맛을 다시기도 하고, 몸을 뒤척이기도 하면서 수선을 떨거든요. 조금 조용해졌나 싶으면 처음부터 다시 반복하고요.
새벽 1시부터 4시 사이에는 폭격이 있을 때가 많아요. 폭격이 시작되면 나도 모르게 베개와 손수건을 움켜쥐고 아빠 침대로 피신을 가지요. 언니가 생일 날 시를 써 줬는데, 언니 시에는 내 모습이 이렇게 그려져 있어요.
한 밤중 첫 포성이 울리면
쉿! 저걸 봐요! 문이 삐걱거리고
한 소녀가 베개를 껴안고
살짝 미끄러지듯 들어오지요.
아침 6시 45분. 자명종 시계가 울려요. 판 단 아주머니가 재빨리 시계를 눌러서 끄지요. 아저씨는 불 위에 주전자를 올려 놓고는 서둘러 세면장으로 달려가요.
7시 15분이 조금 넘으면 또 삐걱. 뒤셀 씨가 세면장으로 가는 소리예요. 나는 창문을 가린 검은 판지를 떼어 내요. 이렇게 또 은신처의 하루가 시작되지요.
--- pp.93~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