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억엔 두려움이 잔뜩 스며 있다. 영원히 가시지 않는 두려움이.
--- p.9
“아니, 가족이라 그렇게 지내는 거야. 어느 가족이나 많은 일을 겪기 마련이다. 가족이란 평화이자 전쟁이야. 우리도 지금 작은 전쟁을 치르고 있지 않니? 난 그걸 이해하고 받아들여.
--- p.78
정상적인 나라에서 살지 못하는 것도 괴로운데, 이제는 두 번 다시 정상적인 가정에서도 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훨씬 더 고통스러운 삶이 내 주위로 몰려들고 있었다.
--- p.156
그때 우리의 대통령은 어떻게 할까요? 우릴 보호할까요? 우릴 지켜줄까요? 우리 대통령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을 겁니다.
--- p.157
세상에 고용자와 피고용자가 있다면, 고용자가 고용자인 데에는 보통 어떤 이유가 있었다. 건설이든 농산물 거래든 랍비직이든 부정한 돈벌이든 간에 자기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에겐 그렇게 될 만한 이유가 있었다.
--- p.176
"어떤 것들은 이유도 모르고 그냥 하잖아요. 그냥 하게 돼요, 몬티 삼촌. 안 할 수가 없어서요.”
--- p.213
약자를 못살게 구는 사람들은 요약하길 좋아한다. 질책하듯 쏟아내는 장황한 요약, 여기에 견줄 건 구시대의 매질밖에 없다.
--- p.214
나는 분명 이미 나 자신을 어린 범죄자라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 p.235
“역사란 모든 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야. 여기 뉴어크에서도 일어나고, 서밋 애비뉴에서도 일어나지. 심지어 평범한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도 언젠가는 역사가 된단다.”
--- p.253
"어떻게 이 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이 나라를 맡게 되었을까?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으면 내가 환각을 일으켰다고 생각할 거야.”
--- p.274
그들이 유대인인 것은 그들이 미국인인 것처럼 그들 자신에게서 우러나왔다. 그들이 유대인인 것은 사실 그 자체이고, 본질적 사태이고, 몸속에 동맥과 정맥이 있는 것처럼 근본적이었다. 그래서 어떤 결과가 닥치든 간에 그들은 그 사실을 바꾸거나 부인하고 싶은 욕구를 털끝만큼도 드러내지 않았다.
--- p.307
나는 절대 역사에 발을 담그고 싶지 않았다. 나는 가급적 작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는 고아가 되고 싶었다.
--- p.324
강한 남자에는 두 종류가 있었다. 몬티 삼촌과 에이브 스타인하임처럼 냉혹하게 돈을 버는 부류와 우리 아버지처럼 만사가 공정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자비하게 순종하는 부류였다.
--- p.354
그는 싸우기를 원한다. 자신의 손으로 없애버리고 싶어하는 바로 그 아버지들과 똑같다. 그것이 이 문제의 포학함이다. 자신이 제거하고자 하는 것을 충실히 따르는 것. 자신이 충실히 따르고 있는 것을 충실히 따르면서 그와 동시에 제거하고자 하는 것. 그래서 애초에 그는 싸우러 갔고, 나는 그렇게밖에 이해할 수 없었다.
--- p.412
“그렇습니다. 음모가 있습니다. 나는 기꺼이 그 음모의 배후에 숨은 힘을 열거하겠습니다. 히스테리, 무지, 악의, 어리석음, 증오, 두려움이 그것입니다. 현재 이 나라는 참으로 비참한 꼴이 되었습니다! 거짓, 잔인함, 광기가 모든 곳에 가득하고, 우리를 끝장내려는 잔인한 세력이 은밀히 대기하고 있습니다.
--- p.433
온 세상에 두려움이 가득했고, 두려움의 빛이 가득했으며, 특히 우리 보호자들의 눈에는 문을 잠그고 나서 열쇠를 갖고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에 떠오르는 그 망연한 빛이 짙게 배어 있었다.
--- p.450
당장 그날 밤 나를 따라다니는 모든 것과 나를 미워하고 나를 죽이려는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그동안 내가 한 모든 일과 하지 않은 모든 일로부터 멀리 도망쳐서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소년으로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
--- p.4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