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 죽어가는 카사바를 멍하니 바라보며, 박사님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카사바 밭을 이 지경으로 만든 건 그 작은 벌레들이야. 빨리 그 벌레의 정체를 알아 내야 돼. 그러지 않으면 카사바를 키워 봤자 벌레가 다 먹어치우고 말겠지 …….'
박사님의 머리 속에는 오직 '어떻게 하면 벌레를 없앨 수 있을까.'하는 생각뿐이었습니다.
--- pp.17-18
이튿날부터 박사님은 밭에 나가 카사바 뿌리를 살펴보았습니다.
"아저씨, 여기서 뭐해요?"
한 꼬마가 용기를 내어 다가오자, 박사님은 빙긋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이 뿌리를 연구하고 있단다. 어떻게 하면 모두가 이 뿌리를 배불리 먹을 수 있을까 하고 말이야."
그러곤 멀리서 구경하던 사람들에게 활짝 웃어 보였습니다.
사람들은 서서히 마음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박사님께 먹을 것을 갖다 주기도 하고, 귀한 종자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박사님은 그 소중한 종자로 개량종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보다 더 크고, 더 잘 자라는 카사바를 재배하려고 말이죠.
--- pp.5-6
사람이 최초로 두 발로 디디고, 처음으로 하늘을 섬긴 땅, 아프리카. 그러나 오랜 세월 굶주림과 질병에 신음하며 모두로부터 외면당했던 땅, 아프리카. 이제 이 땅은 더 이상 가난하지도, 외롭지도 않을 것입니다. 여기, 그들의 소중한 형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까만 나라의 노란 추장. 그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찾아와 한 알의 씨앗이 되었고, 그들의 영원한 형제가 되었습니다.
--- p.
박사님의 노력이 풍성한 결실을 맺을 무렵,
아프리카 사람들은 박사님께 추장이 되어 달라고 했습니다.
핏줄도 다르고 피부색도 다른 사람에게 자신들의 '지도자'가 되어 달라고 한 것입니다.
"이제부터 박사님의 추장 이름은 '농민의 왕'이오."
추장 대관식 날, 성스러운 추장 왕이 박사님의 머리에 이코코 나뭇가지를 꽂아 주며 말했습니다.
그러자 수많은 사람들이 박사님께 엎드려 절을 했습니다. 그리곤 1000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박사님께 축하를 드리고 북을 치고, 춤을 추고, 흥겹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박사님도 한데 어울려 덩실덩실 춤을 추었고요.
--- pp.2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