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길로 나오자 마차 한 대가 방울 소리를 울리면서 지나갔다. 앤과 캐서린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뒤에 남겨 두고 온 세계는 이제 돌아가려는 세계와 무엇 하나 공통점이 없어보였다.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영원한 젊음의 세계,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영혼과 영혼이 어우러지는 세계....
'아름다워.'
캐서린이 중얼거렸다. 혼잣말이란 걸 알기에 앤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집으로 가는 긴 오솔길을 한발한발 나아가던 두 사람은 울타리 앞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 멈춰 섰다. 두 사람은 이끼가 무성하게 덮인 나무에 기대어, 나뭇가지의 베일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어머니 같은 옛집을 바라보았다. 겨울밤의 초록 지붕 집은 눈이 부셨다.
--- p.47
크리스마스 아침에는 아름다운 은빛 세계가 펼쳐졌다. 날이 푸근해 기대도 않던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다. 에이번리 마을의 크리스마스를 축복하려는 듯 밤사이 함박눈이 조용히 세상을 덮었다. 앤은 창문을 열고 흰눈이 소복이 쌓인 세상을 바라보았다. '도깨기 숲'의 전나무 가지마다 새하얀 깃털이 달린 듯했고,자작나무와 산딸기나무는 가지마다 진주 알이 주렁주렁 달린 것만 같았따. 들판은 눈의 융단을 깔아 놓은 듯 푸근해보였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거룩하면서도 신선한 향기를 내뿜었다. 앤은 '초록지붕의 집'이 울리도록 노래를 부르며 계단을 내려왔다.
--- p.21
어쨋든 오랜만에 우리 집에 오시는 건데 최선을 다해 식사를 준비하자. 건포도 푸딩과 파이를 만들어야지!! 그때부터 36시간동안 알렉시나는 정신없이 바빴다. 할 일이 너무도 많았다. 그 작은 집에 천장까지 음식재료들이 쌓였다. 스테픈도 동생을 도와 건포도 씨를 빼고 고기를 잘게 썰고 달걀을 휘저었다. 삼촌에게 훌륭한 식사를 대접하기 위해 지갑은 점점 얇아졌다. 알렉시나는 스테픈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생각에 정성껏 음식을 준비했다. 크리스마스 아침은 눈도 서리도 내리지 않는 맑은 날씨였다.12월이라기보다는 마치 이른 봄 같았다.
--- p.179-180
"크리스마스인데 이렇게 가난하다는 건 정말 슬프고 괴로운 일이에요."
클로린다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에이미 아주머니는 빙그레 웃고 있었다.
거동이 불편해 침대나 소파, 휠체어에서 생활하면서도 아주머니는 언제나 밝았다.
"그래 상황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구나."
"그냥 어려운 정도가 아니에요. 저에겐 살아온 동안 가장 힘든 시기라구요.
게다가 여름에 병원 신세까지 졌잖아요. 크리스마스 선물은 꿈도 꿀 수 없어요.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조그마한 선물이라도 주고 싶었는데...가난이 정말 싫어요."
클로린다는 다시 절망에 찬 한숨을 내뱉었다.
"하지만 클로린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선물도 있어. 돈으로 사는 게 제일 좋은 것도 아니고 말이야"
"물론 직접 만들어 선물하면 더 좋죠. 저도 알아요. 하지만 재료 살 돈이 없는 걸요. 사나 만드나 그게 그거라구요."
"내 말은 그게 아니야."
"그럼 무슨 말인데요?"
에이미 아주머니는 불만에 차 툴툴거리는 클로린다를 보며 빙긋 웃었다.
" 네 스스로 잘 생각해 봐. 내가 설명해 주는 것보다 그 편이 더 나을 거야.
주는 사람이 초라하지 않다면 그건 진짜 좋은 선물이 아니겠니?"
--- pp. 133 ~ 134
"당연히 오지."
지미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 가 있었다.
열살 때는 누구든지 세상을 다 안다고 생가하는 법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잖아. 지금까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오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었어. 너희도 알지?"
쌍둥이들은 자기들보다 똑똑한 형의 말에 안심이 되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쌍둥이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테오도라가 한숨을 쉬며
"올해는 농사가 잘 안돼 산터클로스 할아버지의 사정도 안 좋을테니,
만에 하나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오시지 않더라도 실망하지마."
라고 얘기했을 때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 pp. 74 ~ 75
"크리스마스인데 이렇게 가난하다는 건 정말 슬프고 괴로운 일이에요."
클로린다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에이미 아주머니는 빙그레 웃고 있었다.
거동이 불편해 침대나 소파, 휠체어에서 생활하면서도 아주머니는 언제나 밝았다.
"그래 상황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구나."
"그냥 어려운 정도가 아니에요. 저에겐 살아온 동안 가장 힘든 시기라구요.
게다가 여름에 병원 신세까지 졌잖아요. 크리스마스 선물은 꿈도 꿀 수 없어요.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조그마한 선물이라도 주고 싶었는데...가난이 정말 싫어요."
클로린다는 다시 절망에 찬 한숨을 내뱉었다.
"하지만 클로린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선물도 있어. 돈으로 사는 게 제일 좋은 것도 아니고 말이야"
"물론 직접 만들어 선물하면 더 좋죠. 저도 알아요. 하지만 재료 살 돈이 없는 걸요. 사나 만드나 그게 그거라구요."
"내 말은 그게 아니야."
"그럼 무슨 말인데요?"
에이미 아주머니는 불만에 차 툴툴거리는 클로린다를 보며 빙긋 웃었다.
" 네 스스로 잘 생각해 봐. 내가 설명해 주는 것보다 그 편이 더 나을 거야.
주는 사람이 초라하지 않다면 그건 진짜 좋은 선물이 아니겠니?"
--- pp. 133 ~ 134
"당연히 오지."
지미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 가 있었다.
열살 때는 누구든지 세상을 다 안다고 생가하는 법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잖아. 지금까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오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었어. 너희도 알지?"
쌍둥이들은 자기들보다 똑똑한 형의 말에 안심이 되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쌍둥이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테오도라가 한숨을 쉬며
"올해는 농사가 잘 안돼 산터클로스 할아버지의 사정도 안 좋을테니,
만에 하나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오시지 않더라도 실망하지마."
라고 얘기했을 때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 pp. 74 ~ 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