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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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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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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515쪽 | 761g | 153*223*35mm
ISBN13 9788970122649
ISBN10 8970122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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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머리 꼭대기에 앉은 고양이의 요설
--- 최문희 (kokuma@yes24.com)
고양이란 동물은 신기하다. 개란 동물이 어떻게든 주인에게 잘 보이려고 귀여움을 떠는 족속인 반면, 고양이란 족속은 우아하고 느린 걸음걸이, 사람을 꿰뚫어보는 듯한 눈, 만사에 무관심해 보이는 신선같은 태도로 인간보다 훨씬 월등한 존재라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키지 않는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는 오만한 제목이 붙은 이 책의 주인공 고양이 역시 무례하기 짝이 없다. 이름도 없이 길에 버려졌다가 오로지 살아보겠다고 병약한 선생집에 얹혀 사는 고양이 주제에 각종 책의 구절을 인용해가며 인간 세상만사에 대해 끊임없는 불평불만을 쏟아낸다. 아니, 그건 불평불만이라기보다 인간이란 한심한 족속을 향해 내뱉는 고상한 존재의 한숨 섞인 한탄에 가깝다.

그럼 이 고상한 고양이가 쓸 데 없는 사치를 부리는 인간에 대해 쏟아내는 한탄을 들어보자. 음식이란 "날로 먹어도 되는 것을 일부러 삶아보기도 하고, 구워보기도 하고, 식초에 담궈보기도 하고, 된장을 찍어보기도 하"며 "머리카락이라는 것은 저절로 돋아나는 것이므로, 내버려두는게 가장 간편하고 본인을 위한 것이 될 법도 한데, 그들은 쓸데없는 궁리를 하여 갖가지 잡다한 모양새를 만들어놓고선 뽐을 낸다."는 것이다. 또 발에 대해서는 "발이 네 개가 있는데도 두 개밖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부터가 사치다. 네 발로 걸으면 그만큼 빨리 갈 수 있을 텐데 언제나 두 발로만 걷고, 나머지 두 발은 선물 받은 말린 대구포처럼 하릴없이 드리우고 있는 건 우습기만 하다."고 말한다. 인간이란 족속에 대해 거침없이 이어가는 고양이의 요설은 500페이지에 달하는 이 두꺼운 책 속에서 종횡무진 내달린다. 지면 관계로 많은 부분을 소개하지는 못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줄을 치고 싶은 구절이나 웃음이 터져나오는 영특한 구절이 끊임없이 튀어나온다. 이 책의 화자인 고양이 군의 요설은 대단한 언어 유희의 경지에 다다른 것이다.

또한 이 책에서는 고양이의 주인과 그를 둘러싼 친구들의 모습이 걸작이다. 작가 나쓰메 소세키가 그 자신을 모델로 한 것이 분명한 고양이의 주인 '구샤미' 선생과 그 주위의 인간들은 소위 말하는 유약하고 우울하며 위선에 찬 당시 지식인의 모습을 대표한다. 이 먹물들은 모이기만 하면 무식한 속세인을 비웃으며 고대 희랍 철학부터 현대 유럽 철학에 이르는 각종 이론과 라틴어를 들먹거리며 설전을 벌인다. 하지만 조금 들쳐보면 그들은 기껏 '개구리 눈알의 전동 작용에 대한 자외선의 영향'이라는 박사 논문을 준비하면서 개구리 눈알같은 유리알을 만들어야한다고 하루 종일 실험실에서 유리알이나 가는 족속이다.

책의 내용에 대한 얘기는 이쯤하고 작가 나쓰메 소세키에 대해 말하자면, 그는 일본이 가장 아끼는 '국민작가'중 한 사람이다. 1000엔짜리 지폐에 떡하니 얼굴이 새겨져있는 작가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 (지폐에 작가의 얼굴이 들어가 있는 것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부러운 일이다.) 이 시점에서 일본이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나 요시모토 바나나와 같이 감각적인 글쓰기를 하는 젊은 일본 작가들의 책이 한국에 잘 알려져 있고 꽤 팔려나가는 것에 비해 이렇듯 대단한 국민작가이며 근대 소설의 아버지라는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이 별로 알려져 있지 않으니 말이다.

작가의 묵직한 명성이나 이 작품이 일본 문학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만 보더라도 예의상 한 번쯤 읽어줄 만한 소설인데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약 100년 전인 1905년에 쓰여진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머리 꼭대기에 앉은 고양이군의 청산유수 요설과 지식인 사회에 대한 풍자어린 묘사에 새롭고 신선한 에너지가 가득차 있다는 점이다. 이런 에너지의 근원은 이 작품이 나쓰메 소세키의 처녀작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인간이란 족속에 대해 끊임 없는 요설을 뱉어내는 고양이지만 풍류 또한 잊지 않는 이 '쿨'한 고양이가 맥주에 취해 비틀거리다 물항아리에 빠져 죽을 때 남긴 말을 끝으로 전한다.

"일월(日月)을 베어 떨어뜨리고, 천지를 분쇄하여 불가사의한 평화 속으로 들어간다.
나는 죽는다. 죽어서 태평을 얻는다. 죽지 않고선 태평을 얻을 수 없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고마운지고, 고마운지고."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한 번 한 일은 두번 하고 싶은 법이며, 두 번 시도한 일은 세 번 시도하고 싶은 것은 인간에게만 한정된 호기심이 아니다. 고양이라 하더라도 이 심리적 특권을 가지고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을 인정해주어야한다. 세 번 이상 되풀이할 때, 비로소 '습관'이라는 어휘를 씌워, 이 행위가 생활상의 필요로 진화하는 것 역시 인간과 다를 바 없다.
--- p.161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궁리해서 좋은 꾀가 나오지 않을 때면, 그런 일은 생길 염려가 없다고 단정하는 게 제일 안심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또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 법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진다. 우선 세간을 바라보란 말이다. 이제 데려온 새색시도 오늘 죽지 말란 법이 없지 않는냐? 그러나 신랑님은 꽃같은 내 색시 천세 만세 만만세하고, 달콤한 소리들만 늘어놓고 , 걱정스런 얼굴조차 하지 않잖는가. 걱정하지 않는 건, 걱정할 가치가 없어서가 아니다. 아무리 걱정해도 방법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무릇 연애는 우주적인 활력이다. 위로는 하늘에 계신 주피터로부터 아래로는 땅속에서 우는 지렁이, 땅강아지에 이르기까지, 이 사랑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것이 만물의 습속인지라, 우리 고양이들이 어스름이 좋아라고 불온한 풍류 기분을 내는 것도 무리가 아닌 이야기다.

(...)

그렇게 때문에 천금 같은 봄밤을 마음도 들떠서 만천하의 암코양이 수코양이가 미쳐서 돌아치는 것을 번뇌의 미몽이라고 경멸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어찌하랴, 유혹을 받아도 그런 마음이 생기지 않으니 하는 수가 없다.
--- p.196
고양이의 시선을 통해 인간들이 어떻게 비평되고, 그 인간들과 세상과는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 또한 그러한 인간들이 살고 있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때로는 고양이가 인간과 한패가 되어 인간과 같은 존재가 되기도 하고, 그 사이사이에 고양이들의 세계가 삽화처럼 삽입되어 이야기의 재미를 한층 더하는 역할을 한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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