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축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나요?'
데인 캘솝 부인은 흥미가 당기는 모양이었다.
'왜 그런걸 물어보는 거죠?'
'이유는 없어요. 사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런데, 지난번에 내가 갔었던 축제에선 시간이 있었죠.'
'그래요, 몹시 놀랐겠군요.'
'아주 놀랐죠.'
목사는 라틴 어에서 그리스어로 바꾸어 말했다. 잠시 침묵이 흐르자 매컬리스터 양이 살아있는 오리 추첨에 부정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우리는 무슨 얘길 했었지? - 아, 그래. 고먼 신부 얘기였지.'

'그래 - 그런데, 혹시 '창백한 말'이라는 얘길 들으면 떠오르는 게 없나?'

''창백한 말'이라......'창백한 말' - 아니, 없는데 - 그건 왜 물어 보나?'

'그것이 자네가 보여 준 명단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를 것 같아서 - 난 친구들과 머치 디핑이라는 시골에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창백한 말'이라는 여관, 아니 한때 여관이었던 곳을 구경했어.'

'잠깐만! 방금 미치 더핑이라고 했지? 미치 더핑이라......혹시 본머스 근처에 있는 마을 아닌가?'

'본머스와는 15마일 정도 떨어져 있지.'

'그 마을에서 비너블스라는 사람을 만나지 않았나?'

'그런 건 기억할 수 없을 거예요.'아일린 브랜든은 종이를 건네 받았다. '워낙 많은 사람들을 만나니까...' 그녀는 말을 멈추고 명단으로 눈길을 돌렸다.
'오메로드.'
'오메로드를 기억하겠습니까?'
'언젠가 데이비스 부인이 이 사람 얘길 한 적이 있어요. 아주 갑작스럽게 죽었다죠? 뇌출혈로. 데이비스 부인은 깜짝 놀라면서 이렇게 말했죠. '2주일 전에 내 목록에 올랐던 사람이에요. 그 때는 아주 건강해 보였는데.' 그 말 다음에 자기가 전염병을 옮겨 주는 여자인 것 같다고 했죠. '내가 찾아간 사람들 가운데 몇몇은 내 얼굴만 보고도 까무라쳐 죽는 것 같아요.' 그리고는 웃으면서 우연의 일치일 거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데이비스 부인이 정말 유쾌해서 웃은 거라곤 생각지 않아요. 걱정하지 않겠다고 하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