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 만화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요인은 강도영이라는 사람 자체가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데 있다. 이야기꾼이 되려면 몇 가지의 조건이 필요하다. 참신한 아이디어, 이야기를 끝까지 힘있게 끌어갈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재미있게 잘 분해, 재조합해낼 수 있는 연출력. 강풀은 이 세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다. 특히 이야기를 끝까지 자신이 주체적으로 이끌고 나가기 위해 절대로 어설프게 작품을 시작하지 않는다. 그가 작품을 시작할 때는, 이미 엔딩까지의 모든 스토리를 정해두는 것은 물론 몇 부 몇 회로 끝날 것인지까지 정해놓고 시작한다는 건 이미 유명한 사실. 그로 인해 그는 연재 만화의 오류(독자나 편집자의 거센 요구 등에 의해 내용이 바뀌거나 첫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를 피할 수 있었고, 작가가 처음 생각한 그대로의 완성도 있는 작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 더불어 그는 이런 일련의 작품 활동을 통해 ‘웹 장편만화’라는 새로운 틀까지 만들어냈다. 그는 평소에 술자리에 앉아서도 서너 개 이상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내년 혹은 내후년까지 작업할 장편만화의 시놉시스까지 대부분 구체적으로 정해놓았을 정도로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김양수(만화가,월간 PAPER 기자)
강풀의 만화는 탈근대의 어떤 문화적 양상을 매우 긍정적인 방식으로 체화하고 있다. 이 놀라운 작가는, 원시 공동체로부터 물려받은 지혜와, 근대적 지식과 그것이 인간에게 강요한 단절의 경험을 놀라운 균형감각으로 종합하며 탈근대 사회의 절망을 정면으로(그러나 너무나 부드럽게) 돌파한다. 그는 사랑이 이기적인 욕망의 실현이 아니라, 공동체적 관계 안에서의 성숙이라는 것을 감동적으로 전달한다. 그에게 인식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다. 그것은 탈근대의 깨달음이기도 하다. 강풀은, 그 이름처럼, 강하고 부드럽다. 강풀의 작품은 지극한 정성으로 사는 자들이 어떻게 삶으로 시를 써내는지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그것은 통속적이면서 동시에 고결하다.
김정란(시인,상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