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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카펫이 되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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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카펫이 되는 꿈

: 섬유인 피희열의 꿈을 향한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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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5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135*205*20mm
ISBN13 9791158544164
ISBN10 1158544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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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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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저는 올바르다고 굳게 믿었던 어제의 나를 부단히도 설득시켜 가며 살아봐야겠습니다. 생은 어쩌면 그런 과정일지도 모르니까요. 어제의 굳건했던 제 믿음조차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영화처럼요. 아무쪼록 ‘쉬이 쓰인 글’을 비롯한 제 나름의 위트를 알아봐 주시고 즐겨봐 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저처럼 비싼 값을 치르지 않고서도, 그나마 쉽게 깨달음을 얻어 가는 그런 분들이 있어야만 한다는 점입니다. 쉬운 깨달음이 어디 있겠냐마는 그럼에도 간절히. 그들처럼 귀한 존재 없이는 이 책의 존재 또한 무의미해지니까요.
---「머리말」중에서

“섬유는 사양산업이다.” 섬유를 처음 시작한 순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너무 지겹도록 들어온 말이라, 이제는 정말이지 나야말로 사양하고 싶은 그런 말이다. “올해는 진짜 문 닫을 공장이 많을 것 같아요.”, “이제는 정말 일할 사람이 없어요.” 아니라고는 말하지 않겠으나 이하 동문. 꼭 사양산업이 아니더라도 어려움은 늘 우리 곁에 존재해 왔고, 꼭 섬유가 아니더라도 모든 업종이 이제는 포화시장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꼭 원흉을 찾아야겠다면 답은 사양산업도, 이미 포화된 시장도 아닌 다른 부분에서 찾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이 아닐까?
---「1부 팬데믹과 원자재의 역습」중에서

취미가 일이 되고 그것이 벌이까지 되는 행운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평범한 것은 아니다. 밥벌이를 하고 사는 행위 자체가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다는 뜻이다. 인간의 삶은 희로애락으로 이루어져 있다지만 깨어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바로 일이니까. 아울러 업무상 일과는 곧 일상을 의미하므로, 일과 안에서 스스로 찾는 소소한 즐거움이라도 없다면 일상 그 자체가 괴로워질 것이다.
---「1부 나만 아는 뿌듯함」중에서

일과 삶은 가까울수록 좋다. 우리가 꼭 일을 할 때만 원단을 가까이하고 사는 건 아니다. 의식주라는 인간의 삶에 꼭 필요한 세 가지 중 하필 의를 업으로 다루고 있는 우리지만, 지금도 벗고 있는 건 아니니까. 입을 옷을 스스로 골라서 사는 행위와 원단을 개발하고 만드는 것이 결코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1부 Connecting the dots」중에서

우리가 살아오면서 비록 내게 득이 된다는 걸 알면서도 차마 그러지 못한 일들이 있다면 차라리 그 안에 생의 의미가 들어있을 가능성이 크다. 득과 실 따위의 세속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그럼에도 하고 있는 선택의 방향들.
---「1부 God bless you, 당신의 의미」중에서

개발도 시장조사도 미래를 가늠해 보고 예측하는 일이라 역사와 마찬가지로 최소한 현재까지 나온 과거의 것들을 이해하고 있을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과거와 현재도 이해하지 못하는 자에게 쉽게 헤아릴 수 있는 미래란 없으니까.
---「2부 Good artists copy, Great artists steal」중에서

절기를 마냥 즐길 수만은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이들을 위해 준비하는 일, 사람을 위한 배려가 곧 패션이다. 하여 소재를 다루는 우리의 시간은 늘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미리 준비한 자들이어야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고, 이것이 섬유 패션의 본질이자 준비 동작의 미학이다.
---「2부 계절의 변화, 시즌북의 구성」중에서

주로 고객으로 살아가는 와중에 우리를 진심으로 감동시킨 제품이 과연 얼마나 있었던가? 소재만큼 사람을 위한 것도 없다지만, 원단과 같이 무수히 이어지는 공정의 결과물인 경우 단 하나의 공정에서라도 그 헤아림이 부족하다면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2부 헤아림은 늘 먼저 본 사람의 몫」중에서

좋은 소재란 복종도 계절도 가리지 않는 법이라 그게 적중하기만 한다면, 현지 매장에 옷이 풀리는 그 시기와 동시에 국내에서 소재 세일즈를 시작할 수 있다. 이런 쾌감은 마치 내가 옷스트라다무스가 된 것처럼 짜릿한 것이라, 한 번 맛보고 난 이상 시장조사를 끊을 수도 게을리할 수도 없게 된다.
---「2부 나에게 간다」중에서

갈 때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노스페이스는 정말이지 대단한 브랜드다. 그들만큼 사람을 위한 옷을 만드는 이들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소재를 너무 잘 아는 나머지 옷을 만들지 않고는 살 수 없어서 브랜드를 만든 느낌이랄까? 소재가 왜 가벼워야 하는지, 왜 신축성이 있어야 하는지, 피부 접촉면은 또 어때야 하는지를 멀리서 찾아볼 이유가 없다. 도쿄에 가서 다양한 노스페이스 매장만 살뜰히 들여다본다면, 답은 거기에 있다. 그 매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건 단지 옷이 아닌 다만 인간을 향한 수많은 물음들이다.
---「2부 그곳에 서서」중에서

어떠한 문제에 놓이더라도 꽤 괜찮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다지기에 독서만 한 것도 없다. 한 사람이 생을 살면서 직접 할 수 있는 경험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접해보지 못한 주제에 관해서도 책을 통해 들여다보고 타인의 시각을 빌려서도 생각하다 보면, 자연히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도 넓어질 테니까. 엄밀히 말하자면 내 시야가 넓어지기보다는 얼마나 좁았던가를 비로소 깨닫게 되면서부터 이내 세상이 더 커 보이는 거긴 하지만.
---「3부 불안은 나의 힘」중에서

독서가 좋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다만 그것을 숨 쉬듯 습관으로, 삶 속에 녹여내기가 어려울 뿐. 어른의 무게감은 아마도 이제 알 건 대충 안다는 데에서 비롯될 것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명확히 안다는 것은 곧 그에 따른 부끄러움도 안다는 뜻이니까.
---「4부 배고플 때 넌 네가 아니야」중에서

열정이라는 것은 어떤 일을 하더라도 점차 식어갈 수밖에는 없으니, 이제는 열정보다는 여유로 해도 되지 않겠느냐는 말은 조금 지쳐버린 누군가를 위로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문장이다. 다만 나는 믿고 싶다. 열정이라는 것은 점차 식어갈 수는 있겠으나, 그 존재만큼은 아예 소멸하는 것이 아닌 다만 옮겨가는 거라고. 열정의 시작은 곧 무언가를 향한 관심이자 좋아하는 마음이기에, 아직은 그것을 잃은 삶을 상상하고 싶지 않다.
---「4부 언젠가는」중에서

짧고 굵었던 여정이 이제는 정말이지 끝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단언컨대 제가 앞으로 이 업을 더 할 시간은 지나온 날보다는 짧을 것입니다. 이제 와 뒤돌아보면, 저는 그저 부단히도 제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봅니다. 꼭 제가 아니어도 남들이 잘 하는 이야기를 왜 그토록 하기 싫어했는지, 이제야 깨달았으니까요. 미처 인지하지 못한 동안의 저도 이미 그렇게 살아왔듯이, 앞으로의 저는 더욱더 제 이야기만을 고집하며 살아가고자 합니다. 제가 사랑하는 원단도 그저 제 얘기를 담아낼 수 있는 익숙한 도구 중 하나였고, 재밌게 잘 놀았습니다. 부단히 자신을 위해, 온전히 내일을 위해 사십시오. 저 또한 그리 살겠습니다.
---「Outro 가시나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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