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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꽃 향기 1
중고도서

국화꽃 향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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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06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97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8045930
ISBN10 8988045939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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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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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름이나 되는 큰 은행나무를 빙 돌아보다가 승우는 연못을 뒤로하고 우뚝 멈춰 섰다. 흠칫 놀란 눈이었다. 그쪽에서 본 은행나무의 아래 둥치에 그림과 글씨가 깊게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오리온자리처럼 네모진 모양 안에 '승우' '주미' '미주'가 일렬로 나란히 새겨져 있었다. ..... 언제 이걸 팠던 것일까? 몹시 힘들었을 텐데. 우리는 잠시도 떨어져 있지 않았는데! 승우는 놀라움이 가득 찬 눈으로 그것을 들여다보고 손으로 조심스럽게 '미주'란 이름을 천천히 매만졌다. 물기가 두 눈에 고여 올랐다.
--- pp. 195-196
처음에 승우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잠시 말을 못 알아들은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정라늬 표정을 다시 보고는 현실감이 돌아왔는지 삽시간에 경악하는 눈빛으로 얼어 붙었다. '미안하다. 승우씨에게 이런 말을 하게 돼서 또 너무 늦게 얘기하게돼서...정말 미안하다 어쩌면 좋니! 나로서도 아무 방법이 없었어. 어떻게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어. 암...이라고요? 어느정돈데요? 늦었어 이젠 손쓸 방법이 없. 승우의 머릿속에서 뇌성번개가 쾅쾅 치고 있었다. 앞이 기우뚱 해지더니 부옇게 변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갑자기 안개가 자신을 삼켜 버린 것 같았다.

잠시후 승우는 비틀거리며 포장마차에서 혼자 걸어 나왔다.. 앞이 보이지 않았다. 무단 횡단을 하는 바람에 몇 대의 차가 급정거를 하고 운전사들이 차창을 열고 욕을 해댔다. 정란이 뒤 쫓으며 불렀지만 그는 허깨비처럼 그저 앞만 보며 호위허위 걸어갔다. 강변으로 내려가는 경사진 시멘트 불록에서 승우는 발을 접질려 몇 바퀴 굴러 떨어졌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 강을 향해 걸어갔다.
--- pp. 56-57
'전......언제나 여기 있겠습니다. 저기 커다란 소나무처럼요.'

이 글귀가 좋은 이유는 나중에 2편을 보신분은 알겠지만 미주가 내려와서 소나무에 새겨진 걸 보구 승우의 마음을 알아주고 그 자리에서 사귀게 된 것을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 p.84
'자고로 남자는 하늘이고 여자는 땅이라! 지아비인 남편은 하늘빛 옷을 걸치시고 아내는 땅빛의 옷을 입으라! 즉 천지의 음양을 맞추어 입겠다는 뜻이지.'

미주의 말에 사람들은 와르르 웃어댔다.

'야아, 미주 너 많이 변했다. 학교 다닐때는 선머슴에다가 왈패 저리 가라였는데!'

'맞아. 너 페미니스트에 여권 신장의 기수 아니었어?'

'선배님들!아녀자가 지아비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 이렇게 변하나이다.그리 타박 마소서!'

미주는 사람을 웃기려고 작정했는지 승우를 향해 머리까지 조아렸다.하지만 그렇게 하는 데에는 미주의 숨은 마음이 있었다. 만약......내가 머잖아 죽으면 따이 되어 하늘을 향해 눕겠지. 그러면 하늘만 보일 것이다. 막막한 하늘....... 승우가 하늘빛의 옷을 입는다면 하늘 전체가 승우로 보일지도 모른다. 미주는 누워서도 승우가 보이길 바랐다. 하늘 전체가 그의 얼굴과 모습으로.
--- p.38
올해가 지나면 미주는 곧 서른이 될 것이다. 30대는 여자에게 포기와 편안한 안주가 같은 말임을 터득하게 해준다. 꿈의 날개를 적당히 꺽으면 그만큼 생활이 편해질 수 있다는 타협의 기술을 누구나 자연스레 체득하게 되는 나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미루는 자신의 열망을 조금도 포기하지 않았다.
--- p.89
아기야, 네 이름은 주미야. 김주미! 어떠니? 맘에 드니? 아빠가 지어 주셨어. 엄마 이름도 네 이름 속에 들어 있어서 엄마는 기분이 좋네. 성은 물론 아빠 성이지. 으응......너도 좋다고? 그래. 그럼. 앞으로 널 부를 때는 주미라 부른다. 꼭 외워 둬야해. 알겠지?
--- p. 109
승우씨...주미가 참 예쁘다.당신 닮았어.이마와 섬세한 입술,주미는 코만 나를 닮았어.크면 참 예쁠 것 같아....하지만 어쩌지?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아. 미안해,승우씨.....그동안....미운 연상의 여자를 사랑해 주고....함께 살아 주어서 정말로 고맙고 감사해.내겐 정말 과분한 사랑이었어.그 빚을 어떻게든 갚아 보려고 했는데...이렇게 돼 버렸어.

나,너무 미워하는 거 아니지?....내가 당신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당신이 혹시라도 날 따라올까 봐 내가 주미를 낳았다는 거 모르지?주미는....당신의 사랑에 대한 내 선물이야..주미는 국화 향말고 머리칼에서 자스민 향이나 프리지아 향이 날지도 모르지,,,내가 주미 머리를 빗겨 주면서 그 냄새를 꼭 확인해 보려고 했는데... 당신...눈앞에 보여도 이토록 그리운 승우씨....나 절대로 당신 잊지 않을게.당신의 눈과 코.입술이며 목소리,그리고 냄새...
--- p.183-184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갇는 동시에 위암선고를 받아요..... 참 불쌍하죠..... 자기병이 점점 심각해지는걸 알면서도 끝내는 아기를 지켰어요... 출산일이 다가왔는데..... 아무도 아내를 돌봐주지 않었어요...오직....남편 승우씨뿐이었죠.....아내 미주는 승우보다 3살이 많아요...그래서 시어머니의 반대도 컸었죠.하지만 결혼을해서 몇년만에 아이를 가졌어요...미주는 힘들지만 참았어요...자기 뱃속에 있는 아기를 위해서...승우는 늘 미주가 걱정돼어서 하던 일까지 그만 두었죠.... 많은 감동을 받았어요.... 미주는 결국 푸른하늘에 몸을 맏기고 가버렸지만.... 승우는 항상 미주를 그리워 했어요....미주가 선물로 주고간 아기를 보며....
--- 2000/12/29 (minte5)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머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 p.118
당신이 지금 라디오를 듣고 있는지, 이미 잠들었는지, 일에 열중하는지, 어느 것 하나 알지 못하지만 나는 틀림없이 내 간절한 마음이 당신에게 전달되리라고 맏습니다. 내가 당신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키스했던 바닷가에 서 있는 커다란 소나무를 본다면, 당신은 내 마음이 그때 그곳에 이미 영원히 붙박여 있음을 알게 될 겁니다.

나의 사랑은 어느 누구라 해도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내 사랑은 절대로 움직이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나는 당신에게만 뿌리를 박고 살 수 있는 한 그루 나무이니까요.
--- p.124
나의 사랑은 어느 누구라 해도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내 사랑은 절대로 움직이지 못합니다.왜냐하면 나는 당신에게만 뿌리를 박고 살 수 있는 한 그루의 나무이니까요. 국화꽃 향기가 나는 사람이여, 나와 결혼해주십시오!
--- p.124-125,20,2
나는 당신의 향기로 이미 눈 멀고 귀 멀었습니다. 당신이 내게 지상에 살아 있는 유일한 한 사람의 여자가 된지 이미 8년이 되었습니다. 당신이 주는 무심함이 내게는 참기 힘든 가혹함이었지만 난 얼마든지 견딜 수 있습니다. 10년을 채우고 20년도 채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성급하게 내 마음을 온전히 바치는 것은 내가 미력하나마 당신을 도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 p.124
나는 당신을 은혜하고 고와하며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합니다. 쉼 없이 눈물이 흐릅니다. 국화꽃 향기가 나는 사람이여, 내마음을 받아 주십시오. 나와 결혼해 주십시오. 나는 당신의 향기로 이미 눈 멀고 귀 멀어 버렸습니다. 당신이 내게 지상에 살아있는 유일한 한사람의 여자가 된지 이미 8년이 되었습니다. 당신이 주는 무심함이 내게는 참기힘든 가혹함이었지만 난 얼마든지 견딜수 있습니다. 10년을 채우고 20년을 채울 수 있습니다.
--- p.123-124
나,너무 미워하는 거 아니지?....내가 당신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당신이 혹시라도 날 따라올까 봐 내가 주미를 낳았다는 거 모르지?주미는....당신의 사랑에 대한 내 선물이야..주미는 국화 향말고 머리칼에서 자스민 향이나 프리지아 향이 날지도 모르지,,,내가 주미 머리를 빗겨 주면서 그 냄새를 꼭 확인해 보려고 했는데... 당신...눈앞에 보여도 이토록 그리운 승우씨....나 절대로 당신 잊지 않을게.당신의 눈과 코.입술이며 목소리,그리고 냄새...
--- p. 183
그렇게 생각 없다는 듯 농담을 해대면서도 승우는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그녀...... 그녀가 자신의 옆에서 웃고 떠들고 있었다. 6년동안 혼자서 얼마나 많이 이런 모습을 떠올렸던가. 평소에는 전혀 사지도 않는 복권을 사려고 지폐를 내밀 때 승우의 손은 가늘게 떨렸었다. 가슴에서 쿵쾅거리는 진동이 마치 다이너마이트를 연발로 터뜨려대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처음 만날 때부터 반말을 굳히기 위해 그 동안 혼자서 거울을 보고 얼마나 많이 연습했던가? 승우가 약간의 무례를 무릅쓴 것은 말이 가진 장벽부터 뛰어넘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언어 속에는 사회 통념, 이를테면 관습이 내재되어 있어 사람들간의 간격과 상하를 일정하게 유지시킨다.
--- p. 104
국화꽃 향기가 나는 사람이여,
내 마음을 받아 주십시오.
나와 결혼해 주십시오.

나는 당신의 향기로 이미 눈 멀고 귀 멀어 버렸습니다. 당신이 내게 지상에 살아 있는 유일한 한 사람의 여자가 된 지 이미 8년이 되었습니다. 당신이 주는 무심함이 내게는 참기 힘든 가혹함이었지만 난 어마든지 견딜 수 있습니다. 10년을 채우고 20년을 채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성급하게 내 마음을 온전히 바치는 것은 내가 미력하나마 당신을 도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 p.124 승우의 라디오 방송 중에서
간이 고통에 겨운 신음 소리를 흘렸다. 눈꺼풀이 까무룩까무룩 감기는 것으로 보아 이미 반쯤 정신을 잃은 듯했다. 남자의 가늘고 긴 손가락이 여자의 손을 꽉 움켜잡고 있었다. 파리한 얼굴의 여자가 언뜻 정신을 차리고 무슨 말인가를 하려하자 남자는 허둥거리는 동작으로 그녀의 입술 가까이에 귀를 가져 갔다. '거...걱정하지 말라구?그래. 걱정 안 해. 당신은 잘 해낼거야. 난 믿어. 당신과 우리 아기 모두 잘 해낼 거야!' 남자는 글썽거리는 눈빛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여자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삭정이처럼 마른 여자는 자신의 뼈마디만 남은 한손을 움켜잡은 남자의 손등을 다른 한 손으로 쓰다듬었다. 여자는 깊은 눈빛으로 말 없이 남자를 올려다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 p.16
<한밤의 팝세계> 담당 프로듀서님께

17일 밤 방송됐던 프로포즈 사연을 들은 청취자입니다.

제가 그당사자입니다. '복권 긁은 사내'에게 전해주십시오.

저는 이미 그 사람을 남자로 받아들였다고요.

저는 지금 그 해송이 있는 바닷가로 내려와 있습니다.

그 남자에게 연락이 닿는 대로 이곳으로 내려와 달라고 전해 주십시오.

제가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요.

부탁합니다.

국화꽃 여자 드림
--- p.
<한밤의 팝세계> 담당 프로듀서님께

17일 밤 방송됐던 프로포즈 사연을 들은 청취자입니다.

제가 그당사자입니다. '복권 긁은 사내'에게 전해주십시오.

저는 이미 그 사람을 남자로 받아들였다고요.

저는 지금 그 해송이 있는 바닷가로 내려와 있습니다.

그 남자에게 연락이 닿는 대로 이곳으로 내려와 달라고 전해 주십시오.

제가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요.

부탁합니다.

국화꽃 여자 드림
--- p.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서글서글한 눈, 헌칠한 키, 수려한 이목구비,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누구라도 호감을 갖게 만드는 매력적인 남자 승우, 그는 5월의 어느 날 등교길 지하철 안에서 은은하고도 담백한 국화꽃 향기를 가진 여자를 만난다. 한번 뿌리를 내리면 절대 움직이지 않는 나무처럼 승우는 미주에게 온 마음을 빼앗겨버린다.

미주, 그녀는 신입생 승우가 가입한 대학생연합 영화서클 CDS(시네마 드림 솔저)의 회장이다. 승우보다 세 살이나 많은 미주는 외모 따위에는 결코 신경 쓰지 않는 털털한 스타일의 소유자로, 마치 야생 국화를 연상시킨다. 대학 4년 내내 승우는 미주를 그림자처럼 좇아다니지만 미주는 승우를 후배로만 생각한다. 미주는 졸업과 함께 영화에 더욱 몰두하게 되나 의욕만큼 일이 풀려나가지
는 않는다. 미주만을 해바라기해 온 승우는 졸업 후 방송국 PD로 들어가게 된다.

졸업과 함께 사회로 나간 뒤에도 미주에 대한 사랑의 끈을 놓지 않고 있던 승우는 슬럼프 상태에 빠진 미주와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을 고백한다. 승우의 진실한 마음을 비로소 알게 된 미주는 대학 시절의 추억을 간직한 바닷가에서 승우의 진심을 받아들인다. 오랜 세월 둘은 무의식 중에 서로를 갈망해왔던 것일까? 승우와 미주는 무심했던 지난날을 지우려는 듯 서로를 뜨겁게 받아들인다.

결혼과 함께 미주에게는 행운이 다가온다. 승우의 도움 탓인지 미주는 결혼 4년 동안 세 편의 영화를 만들었고, 능력 있는 여성 감독으로서의 자리를 굳힌다. 어느덧 승우도 FM라디오의 간판 PD의 자리에 오른다. 아이가 없어 은근히 걱정해오던 두 사람에게 결혼 4년 만에 아이가 생긴다. 그러나
기쁨을 나눌 여유도 없이 미주에게 암이라는 사형선고가 내려진다. 행복의 절정에서 복에 겨워하는 그들을 시샘한 걸까?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선물받은 미주…남편에게는 우선 임신 사실만을 알린 미주는 번민을 거듭한 끝에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다. 친구 정란은 미주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애쓰지만 결국 그녀의 결정을 받아들여 최선을 다해 미주를 돕는다. 그 즈음 승우가 PD로 있는 <한밤의 팝세계> 앞으로 애절한 사연이 담긴 익명의 엽서가 날아들기 시작한다.

암 선고를 받은 여인이 차마 남편에게는 그 사실을 알리지 못한 채 그에 대한 절절한 사랑과 얼마 남지 않은 이승에서의 삶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적어내린 그 엽서는 승우를 비롯한 프로그램 식구들과 시청자들 사이에서 화제로 떠오른다. 그러나 정란을 통해 모든 사실을 전해 들은 승우. 엽서의 주인공이 바로 아내 미주였음을 알고는 비탄과 절망에 빠지지만 아내의 마음을 헤아린 승우는 몸과 마음을 추슬러 아내와 함께 운명에 맞서 싸우기로 결심한다.

서울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상운 폐교’로 내려간 그들은 그곳에서 점점 거리를 좁혀 포위해오는 죽음과 꼭 그만큼의 속도로 다가오는 탄생의 순간이 교차하는 소실점을 향해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낸다. 이듬해 봄이 되자 기적처럼 살아 있는 미주에게 산고가 찾아든다. 결국 잎보다 먼
저 봄꽃이 피어나듯 아기는 무사히 태어났지만 미주의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숙명으로 다가온다.

삶과 죽음이 맞물리는 가운데 미주는 자신이 낳은 아기를 품에 안고서 이승에서의 삶에 마지막 작별을 고하고, 국화꽃처럼 향기로운 미주의 사랑을 마음 깊이 간직한 승우와 정란은 자신들에게 남겨진 몫의 삶을 채워나간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 글을 쓰면서 내내 두 사람이 그리웠습니다. 아마도 나는 뒤늦게서야 삶의 절절함에 눈을 뜨는 청맹과니인가 봅니다. 자신이 거느린 풀잎과 나무가 어느 날 떠나갔음을 알고 목놓아 우는 어린아이처럼, 나는 이제서야 삶의 주는 폐허의 무게를 견디고 있습니다. 그동안 여러 편이 소설을 썼지만 이렇게 가슴으로 글을 쓰기는 처음입니다.

언젠가는 돌아가야 하겠지요. 오리온자리에 문패를 달 그 사람이 지상에서 한 아기가 잠들어 있는 유모차를 밀며 내 옆을 지나가는 것을 어제도 오늘도 보았습니다. 그는 내가 사는 아파트 607호실에서 귀여운 딸과 함께 혼자 삽니다. 때론 내가 그인 것도 같아 나는 요즘 지독한 불면의 병을 앓고 있습니다.

이 글은 내내 새벽이 올 때까지 쓴 것들입니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요? 하지만 사랑 없이 산다는 것 또한 얼마나 두려 것인지요? 그 사이에 나는 우두커니 서서 오리온 자리에서 보내 오는 전언을 매일 밤 기록했습니다. 그 두 가지 두려움은 하늘이고 땅 이어서 우리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그 사이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양입니다. 이번 주말에는 나도 시간을 내어 향기를 가진 사람들이 머물렀던 강원도 상운 폐교에 내려가 볼까 합니다. 나무와 별이 된 사람이 살았던 내 마음이 사랑하는 유적지이니까요.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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