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정한 삶의 방식대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바른 삶은 있습니다. 그건 바로, 평범한 삶이 아닐까요? 너부리는 곤란해하는 포로리에게 "내일모레의 일이 여기에 있어? 그건 네 머릿속에만 있는 거야”라고 말합니다. 재미있는 일도, 괴로운 일도 있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일도, 반드시 불행한 일도 일어날 거예요. 그러나 그런 인생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바르게 사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노보노와 숲속 친구들이 그런 것처럼요.
---「한국어판 서문」중에서
보노보노: 포로리야, 부서질 수는 있어도 진짜로 사라진 건 아니지 않을까? 점점 작아질지 몰라도, 그래도 남아 있지 않을까? 십 년이 지나도, 그래도 있지 않을까?
포로리: 백 년이 지나도?
보노보노: 백 년이 지나도, 그래도 있을 것 같아.
포로리: 천 년이 지나도?
보노보노: 그래도 어딘가에 있을 것 같아. 그냥 어디에 있는지 우리가 모르는 것뿐일지도 몰라. 그렇구나. 있었던 것은 작아지긴 하지만 사라지지는 않는구나. 그렇다면… 이 세상은 모두의 메모투성이네.
---「옛날에 내가 갖고 있던 것」중에서
너부리: 난 옛날부터 이 꼬리가 싫었어. 그래서 큰맘 먹고 떼어 버리기로 했어. 꼬리 따위 없어도 곤란하지 않다고!
보노보노: 하지만 너부리야, 꼬리는 태어났을 때부터 쭈~욱 함께였잖아. 비 오는 날도, 바람 부는 날도.
포로리: 눈 오는 날도?
보노보노: 아, 그래그래. 눈 오는 날도.
너부리: 됐으니까 얼른 결론을 말해!
보노보노: 나, 꼬리가 불쌍한 것 같아. 꼬리와 쭈~욱 함께였는데 헤어지는 거잖아. 마치 헤어진 형제 같아. 멀리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불쌍해.
---「너부리의 결심」중에서
너부리: 난 도대체 모르겠단 말이야. 어제 뭐 했고, 오늘은 날씨가 어떻고 하는 얘기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거야?
포로리: 너부리야, 그렇지 않아. 다들 그렇게 재미있는 일만 있진 않은걸. 만약 재미있는 이야기만 해야 한다면 다들 놀러 왔다가도 금방 가버릴 거야.
보노보노: 그건 너무 쓸쓸하다, 포로리.
포로리: 그래, 보노보노. 모두가 외로운 거야. 모두 쓸쓸하니까 시시한 얘기라도 하고 싶은 거야.
보노보노: 하지만 난 쓸쓸해서 얘기하는 게 아닌 것 같아.
너부리: 그럼 왜 하는 거야?
보노보노: 혼자 있다는 건 이렇게 그냥 걷는 거야. 하지만 누군가와 이야기를 한다는 건 이렇게 풍경을 보는 게 아닐까?
---「누군가 얘기하고」중에서
포로리: 사실은 포로리가 좀 우울해. 내일모레 아빠랑 같이 싫어하는 삼촌네 집에 가야 하거든.
너부리: 뭐? 삼촌네 집에 가야 해서 우울해? 그런 건 마음의 문제야, 마음.
포로리: 그게 왜 마음의 문제라는 거야?
너부리: 자, 내일모레 일이 지금 여기에 있어? 모레 일 따위, 네 머릿속에만 있다고.
---「포로리의 우울」중에서
보노보노: 나는 있지, 옛날부터 나랑 똑같이 생긴 아이를 만나보고 싶었어. 만약 만난다면 우리 집에 오라고 할래. 우선 이 풍경을 보여주고 여기서 같이 밥을 먹고 여기서 잠을 자라고 할 거야. 만약 돌아가고 싶다고 울기 시작하면 여기서 울게 할 거야.
(중략)
보노보노: 포케스케, 나, 나랑 똑같이 생긴 아이를 만나면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포테스케는 지금 행복해?
포테스케: 물론, 난 지금 행복해.
---「나랑 똑같이 생긴 아이를 만나보고 싶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