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큼이나 나를 믿고 싶어 하는 존재가, 나만큼이나 나를 살리고 싶어 하는 존재가 또 있을까. 없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죽을 때까지 나는 나를 떠날 수 없으므로, 평생을 나랑 살아야 하는 나는 죽을 때까지 함께할 사람이 이왕이면 멋지고, 사랑스럽고, 든든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의 꿈은 강이슬이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강이슬의 영원한 믿을 구석이 되는 것이다.
--- p.33, 「영원한 믿을 구석」 중에서
브레이크와 액셀이 자꾸만 헷갈렸고 할 수만 있다면 왼발은 브레이크에, 오른발은 액셀에 올려놓은 채로 양발 운전을 하고 싶었다. 발이 두 개나 달렸는데 이토록 복잡한 기계를 운전할 때 한 발만 써야 한다는 현실을 순순히 받아들이기 어려웠고 오른발은 정신없이 바쁜데 구석에서 팽팽 자빠져 노는 왼발이 어려운 형편에 밥이나 축내는 백수건달마냥 얄미웠다.
--- p.68, 「감을 믿지 않는 감」 중에서
버거킹 플랜트 와퍼가 죽었다. 나는 언제나 누구에게나 그를 사랑한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이었으나 정작 그의 죽음은 뒤늦게 알았다. 그래서 플랜트 와퍼를 사랑했던 이들이 그의 죽음을 한바탕 슬퍼한 뒤에, 나는 애도의 뒷북을 치며 혼자서 외로웠다.
--- p.108, 「플랜트 와퍼를 애도하며」 중에서
‘낯섦’ 앞에서 우리는 별수 없이 머뭇거리게 된다. 그것은 불투명한 장막처럼 진짜 세계를 가리기 때문이다. 내가 잘 아는 세계와 잘 모르는 세계를 가르고 있는 장막을 걷어내려면 크든 작든 용기가 필요하다. 배울 용기, 깨달을 용기, 바꿀 용기, 실패할지도 모르지만 일단 해보는 용기.
--- p.160, 「낯섦을 통과하는 용기」 중에서
종종 할 수 없는 일과 너무 잘하고 싶은 일을 구별하지 못한다. 너무 잘하고 싶은 일 앞에선 자신을 과도하게 검열하기 때문이다. 그 함정에 빠져버리는 순간 ‘잘하고 싶은 일’은 순식간에 ‘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리곤 한다.
--- p.33, 「자신을 믿어주는 연습」 중에서
선배들의 괴롭힘을 체중이 10킬로그램 넘게 빠지도록 버티던 신입사원 H는 3년 차가 되던 해 어느 날 회사에서 기절했다. (…) 내가 보기에 세상은 좋은 선배 결핍 상태이다. 좋은 선배가 너무 모자란 나머지 큰돈 들여 운전을 배우는 곳에서 마저 높은 확률로 매트릭스나 디스처럼 자신감과 희망을 뚝뚝 떨어뜨리는 선배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미래의 운전 후배들이 나를 원망하는 소리가 들렸다. “왜 좋은 선배들은 초보 딱지를 떼지 못하는 거예요? 왜 모범운전자가 되어주질 않는 거예요?”
--- p.239, 「작은 시작에 큰 박수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