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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사라진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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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사라진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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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4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24쪽 | 398g | 128*188*30mm
ISBN13 9791192579573
ISBN10 1192579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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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 죽는 방법’
요즘은 이런 것만 검색한다. 닥쳐올 죽음의 공포에 떨기보다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게 낫지 않을까. 두 달 동안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결과, 나는 이 답에 이르렀다. 하지만 내게는 스스로 죽을 용기가 없다.
--- p.21

그 영화의 여주인공은 죽기 전에 그동안 못다 한 일을 하나씩 해나갔다. 나도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없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하고 싶은 일도 없고 가고 싶은 곳도 없다. 이럴 때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물어보는 게 가장 좋다. 그렇게 생각하고 스마트폰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갑작스럽지만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여러분은 만약 자신이 이제 곧 죽는다는 걸 알았다면 마지막으로 뭘 하실 건가요?’
--- p.43

시작되기 전부터 끝이 보이는 사랑을 하는 건 시간 낭비라고 줄곧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런 사랑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상대가 하루나라면 용서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얼마 안 있어 죽게 될 사람들끼리의 사랑이라면 나중에 아무런 뒤탈도 없을 것이다. 나의 사랑은 하루나가 죽거나 아니면 내가 죽거나, 그 둘 중 하나로 끝난다. 나는 이 사랑을 ‘시한부의 사랑’이라고 불렀다.
--- p.104

“나, 이 불꽃이 끝나면 이제 죽어도 좋을 것 같아.”
갑자기 하루나가 그렇게 말했다. 농담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듯한 말투였다.
“그런 말 하지 말고 더 살자. 내년에는 꼭 함께 보고 싶으니까.”
하루나는 다시 울음 섞인 목소리로 “응, 그래야지” 하고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
--- p.141

“아키토, 전에 말이야. 나한테 하고 싶은데 못다 한 일이 있냐고 물었잖아.”
“……아, 그랬지. 생각나.”
“그때 나, 없다고 했지만 실은 해보고 싶은 게 있었어. 이젠 너무 늦었지만.”
하루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게 뭐였는데?”
“나,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까 사랑을 해보고 싶었어.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도 받고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하면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보고 싶었어.”
--- p.174

“10년이나 20년이 아니어도 좋으니까, 하루라도 더 살 거야. 그렇게 결정했어.”
“좋은 생각이야.”
“하루라도, 한 시간이라도, 아니 일분일초라도 더 오래 살 거야. 그러니까 나, 앞으로 매일 병과 싸울래. 오늘 죽지 않으면 내가 이긴 거야. 내일도, 모레도 싸울 거야. 20년 동안 계속 싸울래. 아키토뿐만이 아니라 아야카하고도 더 함께 있고 싶고, 내가 하루라도 더 오래 사는 게 효도일 테니까.”
--- pp.200~201

“거베라 세 송이에는 어떤 의미가 있어요?”
하루나가 내 앞으로 쓴 편지에 그려져 있던 세 송이의 거베라 그림. 아무리 여러 번 읽어도 적혀 있지 않았던 ‘하루나의 마음’. 그렇다면 그림에 뭔가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던 것이다. 그것이 하루나가 내게 전하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
--- p.243

나는 진정한 사랑을 모른다. 지금까지 내가 해온 연애는 하루나와 하야사카가 한 ‘시한부의 사랑’에 비하면 어지간히도 불운한 연애였다.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와 적당히 사귀어왔다. 내가 한 사랑에 이름을 붙인다면 ‘유통기한 1개월인 가련한 사랑’일까.
--- p.286

나도 하루나와 하야사카가 했던 아름다운 사랑에 지지 않을 정도로 멋진 사랑을 꼭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고 날마다 살아가고 있다. 줄곧 기운 없이 지내면 하루나가 걱정하겠지. 아마 하야사카도 비웃을 거야.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나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희망을 품고 꿋꿋이 살아가야 한다. 그 아름다운 꽃처럼.
--- p.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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