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강수는 기척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 계산 부적을 던지며 주문을 외웠다.
“암산 선녀!”
밤하늘에 쏘아 올린 폭죽처럼 계산 부적에서 암산 선녀 특유의 노란색 오라가 피어오르며 주변을 밝혔다. 오라는 12+(3×5)+49-7이라는 복잡한 수식으로 변하며 날아갔다. 노란 오라의 수식은 강수 눈앞의 물체를 올가미처럼 위부터 덮어씌우더니, 그 물체를 홱 뒤집어 공중에 둥둥 매달았다. 올가미에 걸린 정체 모를 존재는 나무에 매달린 산짐승처럼 이상한 소리를 냈다.
--- p.14~15, 「지하 수련장의 주인」 중에서
“너 말이다. 47+39를 어떻게 계산하냐? 7과 9를 먼저 더해서 16이라는 답을 내고, 십의 자리 수에 1을 받아올림한 다음 거기에 4와 3을 더해 86이라는 답을 내지?”
“그렇죠. 다 그렇게 하잖아요.”
“아니, 나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더하지. 먼저 47에 30을 더해서 77을 만든 다음, 거기에 9를 더하는 거야. 방향만 바꿨을 뿐인데 과정이 훨씬 단순해지지. 처음엔 별 차이 없어 보여도 연습이 더해지면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질 거다.”
--- p.50,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더해」 중에서
두 자릿수끼리의 덧셈에서는 단순히 일의 자리와 십의 자리 숫자를 각각 더하면 답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일의 자리끼리 더한 값이 10 이상이어서 십의 자리에 1을 더해 주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십의 자리에 1을 올려 주는 것을 바로 받아올림이라고 한다.
이 받아올림이 있는 덧셈을 계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흔한 방법은 일의 자리가 있는 오른쪽부터 왼쪽으로 차근차근 계산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쉽고 간단한 계산법이 있다. 바로 계산하는 방향을 바꾸어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계산해 나가는 것이다. 방향을 반대로 바꾸기만 해도 순식간에 계산이 간단해진다.
--- p.74, 「귀산 선생의 좌우 연산법」 중에서
다음 석벽에는 받아올림이 있는 세 자릿수 덧셈 문제들이 새겨져 있었다.
‘더 어려워졌어! 여기서 시간을 끌면 안 되는데…….’
그런 생각이 강수의 머릿속을 스쳤을 때였다.
‘이 멍청한 제자 녀석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계산하란 말이다! 버니베어에게 그렇게 머리통을 두들겨 맞고도 잊었단 말이냐?’
지하 수련장을 쩌렁쩌렁 울리던 귀산 선생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예전이라면 귀를 틀어막았겠지만 지금은 더없이 반가운 목소리였다.
‘맞아, 좌우 연산법! 죽기 살기로 연습했던 그 방법이 있었지.’
침착하게 좌우 연산법을 사용하자 석벽의 문제에 대한 정답이 강수의 입에서 기관총 쏘듯 쏟아졌다.
“412, 921, 956, 882, 844!”
--- p.110~111, 「석벽의 미로」 중에서
“네? 저한테 쾌속 곱셈법을 가르쳐 준다고 하셨잖아요. 근데 그 방법이 그냥 외우는 거예요? 그게 뭐예요?”
“설명 좀 끝까지 들어, 이 성격 급한 녀석아! 지금 쾌속 곱셈법을 가르쳐 주고 있잖아. 자, 내가 너한테 냈던 곱셈 문제에는 규칙이 하나 숨어 있어.”
“십의 자리가 1인 두 자릿수의 곱셈이라는 것 말이에요?”
“오호, 역시 최강산 선배의 아들답네. 그 규칙을 단박에 찾아내다니. 맞아. 그런 곱셈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계산법이 있어.”
강수는 숨소리도 내지 않고 암산 선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암산 선녀는 강수가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입꼬리를 올리며 설명을 이어 갔다.
“우선 앞의 숫자에 뒤의 숫자 중 일의 자리 숫자를 더한 다음 10을 곱해. 13×19를 예로 들면, 먼저 13에 9를 더한 다음 거기에 10을 곱하는 거야.”
--- p.125~126, 「본선을 향한 도약」 중에서
“야, 최강수! 지금까지는 기가 막힌 행운으로 여기까지 왔지만 그 운도 끝인가 보다. 뭐, 상대가 이삼승 선배라 져도 창피하지는 않겠네. 푸하핫!”
사기셈이 경기장과 가까운 선수 대기석에서 관중이 다 들을 만큼 큰 소리로 외쳤다. 그것을 본 강수가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한때 네 야유를 듣고 마음이 흔들렸던 적이 있지. 이젠 그렇지 않아. 나는 나의 시합을 할 거야. 네가 어떤 수련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너를 뛰어넘을 거야. 아마 네 실력이라면 결승까지도 올라갈 수 있겠지. 그때 보자.’
--- p.131, 「특훈의 성과」 중에서
‘이건…… 얼핏 들었을 때는 어려운 문제 같지만 잘 보면 21×29의 답을 묻는 두 자릿수 곱셈 문제야. 21과 29는 십의 자리 숫자가 같고 일의 자리의 합이 10인 수니까……. 좋아. 이건 어제 밤새 연습했어. 이런 곱셈에서는 십의 자리 숫자와 십의 자리 숫자에 1을 더한 값을 곱하면 천의 자리와 백의 자리 숫자가 나와. 2에 3을 곱하면 6이니까…… 천의 자리는 없고 백의 자리는 6이구나. 그리고 일의 자리 수끼리 곱한 값이 십의 자리와 일의 자리 수가 되니까, 9×1인 09가 십의 자리와 일의 자리 수가 돼. 그렇다면 답은 바로…….’
--- p.154, 「마지막 승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