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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세월이 가져다준 선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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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세월이 가져다준 선물들

: 피아니스트 나광자 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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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165*220*20mm
ISBN13 9788994489711
ISBN10 8994489711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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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   수뗑이   평점4점
  •  특이사항 : 피아니스트 나광자 회고록 -한국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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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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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식구는 어느 큰 냇가로 내려갔다. 그런데 그 냇물을 사이에 두고 아군과 북한군 사이에 국지전이 벌어졌다. 우리는 담요를 뒤집어쓰고 냇가 땅콩밭에 누워 있었다. 큰 냇물 사이로 총알이 쌩쌩 날아다녔다. 피~잉 피~잉. 우리 식구 외에도 피란민이 꽤 많았는데 사람들이 다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러더니 얼마쯤 지나 총알 소리가 멈추었다. 우리 모두는 서둘러 일어나 그곳을 벗어났다. 작은 짐을 진 나도 어른들을 따라 산모퉁이 길을 돌아갔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날아온 총알이 ‘쌩’ 하고 내 옆을 지났다. 순간 놀란 나는 길 옆 수로로 퐁당 빠져 버렸다. 물이 없었기에 다행이었다. 총알이 얼마나 가까이 지나갔는지는 몰라도 어찌나 놀랐던지 그 기억은 잊히지 않는다.
---「내가 겪은 6·25」중에서

음악 선생님과 상의해 학교에 피아노 구입을 적극적으로 건의하여 결국 허락을 받았다. 학교에서 피아노 살 돈을 계획하여 기금을 마련했고, 드디어 우리 대전서여고에도 피아노가 들어왔다. 작은 업라이트 피아노로, 외국 물품을 들여와 우리나라에서 조립한 것이었는데 성능은 좋았다. 나는 그 피아노로 입시를 준비했다. 3학년 겨울방학 입시가 가까울 때는 하루 8시간씩 피아노를 쳤다. 아침에 학교에 가서 연습하고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다시 학교에서 6시까지 연습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새벽 1시까지는 남폿불켜고 공부를 했다(전깃불은 8시가 되면 꺼졌다). 이렇게 연습하고 공부하여 서울대학교 입학시험을 무사히 통과했다.
---「고등학교 시절」중에서

신혼 살림을 차린 초량동 집은 초량동 산 중턱에 있었다. 지금은 옛 부산 부두가 매립되어 높은 빌딩에 가려졌지만, 당시만 해도 우리 집에서 초량 앞바다 멀리 등대 사이로 드나드는 배가 훤히 보였다. 1965년은 박정희 대통령이 베트남 전쟁에 한국군을 파병하기로 결정한 해이기도 하다. 부산 부두는 월남 파병군들을 배웅하러 나온 사람들로 늘 북적였다. 우리 집에서는 사람들이 흔드는 태극기가 휘날리는 광경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만큼 꽤 높은 산 중턱에 넓게 자리 잡은 집이었다.
---「초량동 신혼집」중에서

부산 소재 대학에 음악과가 신설된 것은 내가 부산에 오기 약 3년 전부터였다. 사립대학인 동아대학교(4년제), 부산여자대학교(2년제), 한성여자실업대학(2년제) 등 세 개 대학에 음악과가 거의 동시에 만들어진 것 같다. 그전엔 부산 교육대학에 음악 전공 파트가 있었을 뿐이다. 제대로 음악대학을 졸업한 교수님도 거의 없었고 중고등학교 음악 교사들이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가르치는 형편이었다. 교육대학에서 음악을 공부한 선생님들이 대학생들도 가르치게 된 셈이다. 그런 상황이었으니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부산에 온 신진으로서 나는 기대를 받으며 강단에 나설 수 있었다. 음악과가 신설된 대학에는 반드시 교수가 필요했던 시기, 나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던 셈이다.
---「부산에서의 첫 독주회」중에서

내가 부산대학교의 전임으로 자리를 옮긴 1976년 이후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왕 산업대학교 얘기가 나왔으니 1983년에 개관한 산업대학교 콘서트홀에 대해 언급하려 한다. 이는 또한 김창배 교수님에 대한 세 번째 이야기가 되겠다. 산업대학교로 바뀌면서 음악관 건립을 적극 추진하셨던 교수님은 음악관에 콘서트홀을 지어야겠다는 결심을 하시고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내셨다. 최고 연주용 슈타인웨이 그랜드 피아노까지 갖춘 300석 넘는 연주홀다운 연주홀의 건립에 호응도 상당히 좋았다. 지금은 교내에서만 사용되고 있지만 1980년대에만 해도 부산의 작은 음악회는 거의 산업대학 콘서트홀에서 열릴 정도였다.
---「산업대학교 콘서트홀」중에서

박물관 자리에서 출발한 음악교육학과는 예술대학 음악학과에 통폐합되기 전까지 약 14년간(1974~1988년) 우수한 교사를 많이 배출했다. 그러다 1982년 예술대학 음악학과가 신설되었다. 음악교육학과가 폐과된 데는 다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세월이 가면서 음악교사 자리가 점점 줄어들었고 채용이 지연되었던 점이다. 졸업 후에도 교사 발령을 바로 못 받거나 멀리 외지로 발령이 나니 졸업생들은 교사를 포기하기까지 했다. 실기가 우수한 학생들은 교사 대신 전공을 살려 대학원으로 진학하거나, 외국으로 유학을 가는 학생도 늘기 시작했다.

두 번째는 예술대학 음악학과가 신설되면서 음악교육학과보다는 전공 위주인 예술대학 음악학과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많아진 것이다. 학교 당국에서는 예술대학에 모든 시설을 마련해야 하는데 음악교육학과와 똑같은 시설을 학내에 또다시 만들자니 이중으로 부담이 되었다. 이러한 고민의 결과 음악교육학과를 폐과하게 되었다.
---「예술대학 음악학과 출범」중에서

나는 학장이 되고부터 기도문을 써 놓고 아침저녁으로 읽으며 음악학과가 쓸 건물을 지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드렸다. 그러다 2004년이 되었다. 1년의 학장직을 마치고 2년 차 새학기를 준비하며 예술대학 신학기 계획과 건의사항을 써서 총장님께 가져갔다. 이때 또 들고 간 것이 있다. 발전기금이었다. 음악교육학과 졸업생들과 매월 만나면서 회비가 모여 있었는데 거기에 각자 후원비를 보탰다. 또 가은아트홀을 후원하시던 학부모님 몇 분이 후원금을 모아 주신 것에 내가 보태어 모두 1천2백만 원을 학교발전기금으로 드렸다.

그 작은 내 마음이 마중물이 되어 총장님과 통했던 것일까. 2월 말 새 학기 직전 학장회의 날 아침, 갑자기 총장님께서 전화가 왔다. 교내 발전기금 60억 원이 들어왔는데, 그 돈으로 예술관을 짓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총장님께서 그날 학장회의에서 그 사실을 발표할 테니, 내게 말을 잘하라고 전하셨다.
---「예술대학 학장 시절」중에서

암 판정을 받은 후부터 나는 매일 아침 남편과 같이 예배를 드렸다. 성경 잠언을 읽고 찬송하고 기도했다. 예배 때마다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남편은 왜 그렇게 우느냐며 나를 달랬지만 주체할 수 없었다. 남편과 함께 예배를 보는 것도 너무 감사하거니와 남편이 같이 앉아 성경책을 소리 내어 읽는다는 것이 너무도 감격스러웠다. 눈물 콧물이 앞을 가려 옆으로 휴지가 쌓여만 갔다.
---「남편에게 부어주신 성령 세례」중에서

지난해 또 대전에서 연주할 기회가 있어 대전에 간 일이 있다. 음악협회 주최로 예술관에서 진행한 연주회였다. 할머니들 불러내기가 미안해서 연락을 하지 않았더니 화미가 나서서 친구들이 또 다 모였다. 친구들이 모이면 학창시절 이야기가 나오기 마련이다. 한 친구는 내가 초등학교 때 고무줄 넘기를 너무 잘했다고 얘기했다. 학창시절 나에 대한 기억을 얘기할 때면 고맙고 친구들이 더욱 귀하게 느껴진다. ‘단발머리 친구들’ 채팅방에서 소통하며 서로 좋은 글로 마음 을 나누며 지낼 수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된다. 친구들 모두 건강하고 남은 여생 행복하기를 기원한다.
---「단발머리 친구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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