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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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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카페

크리스토퍼 필립스 저 / 안시열 역 | 김영사 | 2001년 10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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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98쪽 | 603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34908074
ISBN10 8934908076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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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적 질문에 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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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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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식 문답을 주고받으면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개념에 대해 사람마다 얼마나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삶의 철학도, 그것이 지속적이든 시시각각 변하든 간에,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보편적으로 인정되고 널리 이용되는 개념들은 어떨까? 다들 비슷하게 인식하고 있을까? 소크라테스식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보편적인 동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올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람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개념에 대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결론을 얻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소크라테스 카페에서 다룰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추상적인 개념이 얼토당토 않은 질문은 없는 거 같다. 가장 추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개념조차 실은 우리의 경험 세계와 깊게 연관되어 있음이 '소크라테스화' 과정에서 밝혀지곤 했다.(...)

소크라테스식 문답에서는, 앞서 나온 의견의 꼬리를 물고 튀어나오는 의견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꼼꼼하게 살피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참석자들은 반대 의견이나 대안을 내놓는 데 주저함이 없다. 이것은 소크라테스식 문답이 비체계적인 마구잡이식 문답과 다른 점이다. 이토록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질문을 물샐 틈없이 짚어보는 방식은 일견 과학적인 연구 방법을 닮았다. 그런데 과학적 탐구는 계측 불가능한 것은 연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믿음을 우리에게 심어주곤 한다. 이런 점에서 소크라테스식 탐구는 과학적 탐구 방식과도 다르다. 측정 불가한 것이 탐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면, 인간에게 본질적인 의미를 갖는 슬픔, 기쁨, 고통, 사랑을 무슨 수로 다루겠는가.

소크라테스는 인간을 둘러싼 우주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인간 자체와 인간 안의 우주에 관심을 집중하였다. 그 과정에서 소크라테스는 '자기 자신을 아는 지식'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동시에 수많은 오류, 미신, 독단을 햇빛 아래 드러내었다.
--- pp 50~51
나는 아이들과 첫 만남을 가질 때마다 물이 반쯤 든 물잔을 준비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묻는다. "이 물잔은 반쯤 차 있는 걸까, 아니면 반쯤 비어 있는 걸까?" 지난번엔 나는, 재능을 타고 났다고 인정받는 아이들과 함께 철학 토론을 가졌을 때도 이런 질문을 던졌다. 재능을 타고난 똑똑하다는 아이들은 이것 아니면 저것, 즉 비었거나 찼거나 두 가지 선택만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다른 가능성은 전혀 고려하려 들지 않았다.

그러나 철학자 클럽 아이들은 다르다. "반쯤 비었으면서도 반쯤 차 있어요." 내가 똑같은 질문을 철학자 클럽 아이들에게 했을 때, 카르멘이 제일 먼저 대답했다. "물이 반쯤 차 있고요. 물이 반쯤 비어 있어요."

그러자 에스테파니아가 말한다. "반쯤 비어 있고 반쯤 비어 있어요. 공기가 반 비어 있고, 물이 반 비어 있어요." 토끼 같은 눈을 가진 에스테파니아가 함박꽃처럼 큰 웃음을 짓는다. 자신의 멋진 생각에 매우 흡족한 표정이다.

이 말에 아르투로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그 유리잔은 완전히 차 있어요. 반은 물 분자로, 반은 공기 분자로 차 있어요." 아르투로는 멕시코에서 왔다. 머리결도 피부도 고운 아이다. 역시 멕시코에서 온 필라가 끼어든다. "그렇지만 그 물잔은 완전히 비어 있기도 해요. 많은 것이 없어요. 물과 공기 외에는 아무것도 그 컵에 차 있지 않아요."

그러자 라피가 말한다. 라피는 언제나 그렇듯이 첫 마디를 꺼내기까지 오랫동안 다른 아이들이 하는 말에 귀 기울여 왔다. "그렇다면 그 중간에 있는 것은 어떨까요?" 나는 물잔을 한번 바라본 후 라피를 쳐다보았다. 나는 도대체 라피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따. "무슨 말이니?" 라피가 물잔을 집어들더니 물잔을 흔들었다. 물 표면이 찰랑찰랑 춤을 추었다. "이거요." 라피가 말했다. "물과 공기가 만나는 곳이요. 여기는 차 있거나 비어 있는 거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이럴수가. 이 아이라면,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엘레아의 제논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제논의 그 유명한 역설들을 거칠 것 없이 논의할 만하지 않은가? 제논ㅇ느 갑이라는 지점에서 을이라는 지점으로 여행하려면, 우선 갑, 을 두 지점의 중간을 지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중간 지점에 도달하려면, 먼저 갑 지점과 그 중간 지점 간의 중간 지점을 지나야 하며, ... 갑 지점과 그 중간 지점 사이의 중간 지점 사이의 중간 지점을 지나야 하며,... 사실 이 여정을 시작하려면, 무한히 많은 수의 지점을 지나야 한다ㅣ 제논은 이렇게 무한히 많은 수의 지점을 지나는 것이 어떤 유한 한 시간 내에는 완수 될 수 없는 위업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제논은 첫 발을 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래서 물잔에서 공기와 물이 나뉘는 곳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그것이 가능한 일인가, 또는 두 유한한 공간 사이에서 분리층이 존재하는가에 대하여 라피에게 무슨 말을 할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 pp 204~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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