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을 따라
형이 그립다. 형과 함께 뒹굴던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호랑이였다. 그러나 이제 형은 없다. 우리는 엄마 아빠를 잃고 나서, 백두대간을 따라 북쪽으로 가는 중이었다. 그곳엔 우리 호랑이가 살만한 곳이 있을 거라 엄마가 말했기 때문에.
일제 강점기에 일본사람들은 조선의 혼을 나타내는 호랑이를 닥치는 대로 죽이고 가죽을 벗겼다. 울창한 숲은 점점 사라지고 큰 짐승 작은 짐승들 모두 살아남기 힘들어졌다. 우리는 배고픔을 참으며 사람들을 피해 걷고 또 걸었다. 허기져 더 이상 걷기조차 힘들었다. 나는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내려가 어린 송아지를 덥석 물고 나와 형을 찾았다. 그러나 형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형을 찾아 헤맸다. 사람들은 내 발자국을 따라 집요하게 쫓아왔다. 나는 북쪽을 향해 산을 넘고 넘어 도망쳤다. 그러던 어느 날, 높다란 철조망 아래에서 죽은 듯 엎드려있는 형을 만났다. 형은 죽어있었다. 나는 아무 데고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발 밑에 뭔가 섬뜩하고 딱딱한 것이 밟혔다. 순간, 찢어지는 아픔과 함께 내 몸은 공중으로 흩어졌다.
누가 달님이를 본 적 있나요?
수달과 수달 사진을 찍으려는 카메라맨의 대화를 통해 우리 인간의 어리석음을 일깨워준다. 수달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은 인간이 아직 살만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것으로 나타낼 뿐이다. 결국 자연보호도 인간을 위한 것이라고 수달은 꼬집어 말한다.
태풍은 왔다 갔는데, 내 짝 달님이는 며칠째 돌아오지 않는다. 수달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 발길이 잦아들면서 먹을 것이 귀해진 터라 달님이가 아무거나 먹고 탈이 났을까 하는 걱정이 되었다. 수달은 달님이를 찾아 달님이가 자주 가던 강 쪽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런데 그곳에는 달님이는 보이지 않고, 살각! 소리를 내는 동그란 물체를 발견한다. 그것은 수달을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고 앞으로 죽 늘어났다가 다시 쏙 들어가기도 했다.
카메라맨은 수달이 놀기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수달이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수달이 나타났다. 수달은 첫눈에 개구쟁이처럼 보였다. 뺨이 볼록 나온 것이 짓궂고 장난스러워 보였다. 카메라맨은 정신없이 사진을 찍어댔다. 그러다가 그만 수달에게 들키고 말았다.
카메라맨은 수달에게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포즈를 취해 달라고 한다. 수달은 사진을 찍어 뭐하느냐고 투덜댄다. 수달은 달님이를 찾으며 카메라맨에게 인간의 이기심과 어리석음을 이야기 한다.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서울 한복판, 창경원 안에 창살로 만들어 놓은 동물 우리, 그곳이 내 집이다. 봄날, 창경원은 온통 벚꽃 천지다. 마치 하얀 눈이 내린 것 같다. 그럴 때면 내 고향 겨울이 생각난다. 눈을 좋아했던 동생 생각도……. 오늘따라 싱숭생숭해서 잠이 오질 않는다. 나는 우리 안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하는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며칠 전부터 자주 찾아오곤 했던 단발머리 소녀의 노랫소리였다. 나는 처음엔 그 소녀를 귀찮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 애의 노랫소리가 점점 좋아졌고, 그 애 손에서 나는 흙냄새와 시큼 달콤한 냄새가 좋아졌다. 그 애도 여우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 애는 내게 꼬리가 아홉이나 달린 여우 이야길 해주었다. 그리고 내가 우리나라에 남은 마지막 여우라는 얘기도 해주었다. 나는 몸에서 힘이 쑥 빠져 나갔다. 일어날 힘도 없었다. 봄비 오는 어느 날, 소녀는 내게 다가와 작별인사를 했다. “안녕.”하고. 나도 굴 밖으로 겨우 얼굴만 내민 채 작별인사를 했다.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아이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가는 곳마다 세상은 어제의 세상이 아니다. 사람들은 온 땅을 파헤치고 독약을 뿌렸다. 우리 따오기들뿐 아니라 죄 없는 동물들이 떼로 죽어 나갔다. 우린 안전한 곳을 찾아 한반도 중앙에 있는 철조망 근처와 대륙 벌판을 오가며 살았다. 그러나 우리가 한 번씩 오갈 때마다 따오기 무리들을 보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오빠는 제법 어른 따오기가 되어 짝짓기를 하고 새끼를 낳아 살았다. 나도 그렇게 내 새끼를 낳고 살고 싶어졌다. 하지만 이 땅에서 그렇게 산다는 게 참으로 아슬아슬한 일로 여겨졌다. 어느 날, 초가집에서 “따옥따옥.”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어린 남매가 엄마를 기다리며 부르는 노랫소리였다. 그러나 겨울이 다가와도 그 애들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그 애들이 애처로워서 주변을 맴돌았다. 날씨가 추워지자, 우린 남쪽 섬에서 겨울을 났다. 하지만 그 아이들을 잊을 수 없었다. 나는 아이들에게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주기로.
봄이 되자, 나는 아이들에게로 돌아왔다. 미꾸라지를 물어와 아이들에게 가져다주고, 복숭아도 살구도 물어다 주었다. 하지만 여름이 저물어 갈 즈음, 나는 엄마 노릇을 그만 둬야했다. 엊그제 죽은 메뚜기를 먹은 게 잘못되었나 보다. 나는 바닥에 쓰러졌다.
늑대는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다는 거 알아요?
늑대 전문가 최씨 아저씨와 늑대 휘파람의 대화.
늑대 전문가 최씨는 늑대의 흔적을 찾아 헤맨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늑대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최씨는 마지막 남은 늑대 휘파람에게, 늑대는 사람들을 해치고 도둑질만 하는 나쁜 동물로 사람들에게 잘못 이해된 동물이라고 말한다. 늑대가 사라진 지금, 생태계가 파괴되자 사람들은 늑대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고.
휘파람은 마음이 너무 슬퍼서 꽉 막힌 듯 답답해한다. 그리고 늑대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무리를 이루고 살며 규칙과 질서를 엄격하게 지키는 착한 동물이라고 말해준다. 최씨 아저씨는 늑대보다 인간이 더 이기적이고 어리석다고 말한다. 사람들의 오해로 늑대가 사라지게 되었다고. 늑대 휘파람은 그렇다 하여도 늑대는 사람들을 미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붉은 별들 우주로 돌아가다
붉은 박쥐 한 쌍은 사랑에 빠져 보금자리를 꾸민다. 그리고 새끼 두 마리를 낳아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인 붉은노을은 새끼들을 먹이기 위해 빗속을 뚫고 먹이를 구하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다. 엄마인 주홍요정은 붉은노을이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주홍요정은 홀로 두 새끼를 키우며 살아간다. 새끼들은 제 스스로 날아다닐 정도로 성장한다.
겨울이 되자 주홍요정은 겨울을 나기 위해 동굴을 찾아 나선다. 산기슭에서 알맞은 동굴을 발견하고 그곳에 새 보금자리를 튼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동굴을 관람시키기 위해 조명시설을 설치하고 어린 새끼들마저 잡아가 버린다. 주홍요정은 아이들을 돌려달라며 소리친다. 그러나 사람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주홍요정은 결국 동굴에서 떨어져 죽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