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의 시대는 심성적으로(mentalement) 자기 시대의 우주를 만든다. 물려받았거나 획득한 사실들만을 가지고 만드는 것은 아니다. 자기 시대만의 재능, 솜씨, 호기심 등을 가지고 그것을 만든다. 마찬가지로, 각각의 시대는 심성적으로 역사적 과거에 대한 표상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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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주의 주장은 그것의 탄생과 구성을 설명해 주는 시간적, 공간적, 사회구조적, 정신문화적 상황을 고려할 때, 각기 부분적인 진리의 몫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이러한 대조와 대립의 근거를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느냐에 따라, 우리는 왜 각각의 주장과 입장들은 다른 상황에 직면하면 사라져 버리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오직 그러한 경우에만, 우리는 사건의 압력과 상황의 충격에 반응하는 인간 지성의 끈질긴 노력을 평가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역사가의 직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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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가 울릴 때를 제외하고는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없었다. 농민들은 식물, 짐승, 이런저런 새의 비상, 이런저런 새의 울음 등과 관련해서 시간을 알았다. “해가 뜰 무렵” 또는 “해가 질 무렵” 등의 표현은 노르망디 지방의 귀족인 질 드 구베르빌이 일기에서 가장 자주 사용한 표현이다. 이렇게 도처에 환상, 애매함, 부정확함이 깔려 있었다. 사람들은 자기 나이조차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 시대의 역사적 인물로서 생일이 서너 개이고 심지어 몇 년씩 차이가 나는 사람들이 대단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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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온실 속의 사람들이고 그들은 바람 골짜기에 있는 나무들이다. 땅과 농촌에 가까운 사람들. 도시에 살면서도 시골, 가축, 나무, 그 냄새, 그 소리를 다시 찾는 사람들. 모든 감각을 통해 자연을 보고, 느끼고, 냄새 맡고, 만지고 들이마시는 야외인. 우리가 ‘감정적’ 감각이라고 이름 붙인 ‘맛보기, 만지기’뿐만 아니라 ‘청각’ 등은 우리의 감각보다 더 잘 기능하고 더 발달해(혹은 덜 퇴화해), 그들의 사상을 더 혼탁하고 덜 순화된 분위기 속에 머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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