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끝나고 난 뒤, 학생들이 치기 어린 청소년에서 진정성을 표현하는 배 우가 된다. 공연을 함께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모두가 주인공으로 거듭나면서 각자가 각본 없는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배역의 비중이 크고 작음을 떠나 그 인물이 되어 세상을 보고, 걷고, 말하고, 사랑한다. 발도르프학교에서는 학년별로 각 과목들을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수업 을 구성한다. 학년마다 해당하는 아이들의 발달 상황에 따라 무엇을 배울 것 인지, 꼭 다뤄야 할 내용이 어떤 것인지를 기반으로 각 과목들을 종으로 횡으 로 연결해서 풍부하게 수업을 소화할 수 있도록 제안한다. 동네학으로 시작 하는 ‘지리 수업’이 대표적이다. 역사와 맥을 같이하여 특정한 공간과 시대의 이야기와 삶, 문화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식으로 수업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바로 ‘연극 수업’이다. 연극이야말로 배움에 필요하고도 중요한 요소 를 모두 경험하고 연습하며, 예술적 완성도를 위해 계속 수정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내적 성장까지 도모하는 ‘꽃’과 같은 수업이라고 생각한다. 읽기, 말하기, 이해하기, 분석하기, 떠올리기, 구체적으로 만들기, 관계 맺기, 반복하기, 타인의 입장에 서보기, 노래하기, 내 자신과 대면하기, 움직 이기, 좌절하기, 견뎌내기, 넘어서기, 관찰하기, 함께 작업하기, 공감하기, 긍지를 갖고 기쁨을 맛보기, 특별히 상상하기, 몰입하고 집중하기는 그 어떤 수 업에서도 맛볼 수 없는 기가 막힌 경험들이다. 과연 외계인도 무서워한다는 중2, 8학년들과(주로 8학년과 연극 수업을 했다) 연극을 어떻게 할 것인가? 많은 파란이 예고됨에도 마음을 열고 솔직한 모습으로 임할 때 몇 가지 기적을 틀림없이 보게 된다. 어떻게 아이들의 마음을 열고 솔직하게 만들 것인가? 연극의 핵심인 상상하기와 몰입하기를 어떻게 구체화하여 현실로 만들 어낼 수 있을까? 그 곳으로 안내하는 길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아이들을 한 발씩 한 발 씩 무대로 끌어내어 상상과 몰입이 주는 짜릿한 세계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해 주는 아주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다양한 방법을 풍부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초보 연출가에게는 든든한 사부님 같은 책이며, 교사들에게는 비단 연극 수업뿐 아니라 평소 말하기, 움직임, 상상력을 자극하는 활동을 구성하는 데 많은 아이디어를 준다.
- 이은영 (『모두가 배우는 발도르프학교』 저자)
무대극을 떠올리는 우리나라 대다수 사람에게 연극은 ‘내’가 할 수 없는 어 렵고 특별한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연극에 대한 단편적 이해나, 남에게 자신을 드러내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은 연극을 자신과 상관없는 것으로 만들 어 버렸다. 그러나 연극은 잘하기 위해서도, 또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결과로서 주어지는 선물이다. 처음 연극을 하는 사람들뿐 아 니라 전문 배우에게도 연극을 위한 놀이적 접근은 매우 유용하다. 다양한 놀 이를 통해 마음껏 자신을 표현하고 여럿이서 다양한 방식으로 발표를 하다보면 이 모든 것이 남을 위한 발표가 아닌 자신을 위한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놀이는 그 자체로 연극에서 필요한 다양한 무대 기법을 자연스럽게 이 해하게 하고, 그것을 통해 함께 하는 사람들에 대한 특성을 이해하면서 원활 한 관계를 형성하고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는 내적 민첩함과 창의성을 개발 하게 된다. 그 과정 하나하나에 자신을 직면하게 하는 순간이 살아 있고 타인 을 자신처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이렇게 연극을 준비하다보면 학급에서 전혀 주목받지 못하고 심지어 왕따를 당하던 아이가 새로운 능력을 펼쳐 보이며 주변 친구들과 담임 교사를 놀라게 하는 일이나, 산만하고 주의 집중이 안되어 늘 야단맞던 아이가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아이로 새롭게 태어나는 기적이 종종 일어나는 것을 경험 하게 된다. 그만큼 연극은 새로운 자신을 만나는 일이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그대로를 보게 하고 늘 깨어 있게 하는 작업이다. 이 책은 그런 과정들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어떻게 불과 15~19세 청소년들이 인물을 내면화하여 생생하게 극의 주제를 관객에게 전달하며 공감시킬 수 있는지를. 놀이와 활동, 즉흥 연기를 통해 마음껏 상상력을 펼칠 때 순수한 기쁨을 느끼는 매 순간들이 모여 자신도 몰랐던 영혼의 저 먼 영역까지 가 닿을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지. 이해한다는 것은 함께 태어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상상의 힘을 활성화하여 자신과 연극 속의 등장인물을 살아 있는 인물로 만나는 과정뿐만 아니라 연극이라는 사회적이고 협동적인 작업을 통 해 함께 하는 사람들을 새롭게 만나는 과정은 자신과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연출자 역할을 해야 하는 교사도 자신의 자 유로운 상상력으로 모든 과정을 함께 즐기며 자신과 학생들을 이해할 수 있 는 시간을 갖는다면 서로 성장하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또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드는 연극에 대해 혹시라도 그렇게 까 지 해야 하나 의구심이나 불만을 가지는 부모님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생생 한 현장의 분위기에 조금이나마 함께 할 수 있도록 독자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그 순간에 머물러 보라. 그리고 왜 연극을 하는가에 대해 스스로 답을 구 해 보라. ‘나는 왜 연극을 하는가?’ 이것은 내가 학생들과 연극을 시작하면서 자주 하는 질문이다. 유사 이래 연극은 이 질문을 통해 인간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에 다가가려 했으며 그에 대한 해답으로 각 시대마다 다양한 연극 형태를 발전시켜 왔다고 본다.
- 박정열 ((사)연극놀이터 해마루 대표)
예전에 존경하는 선배 배우가 연극은 자신에게 스승이자 의사이자 종교라고 했다. 좀 과장됐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나도 그랬으니... 만약 어릴 적부터 연극을 접했더라면 어 땠을까? 지금 내 모습과는 어떻게 다를까? 상상해 본다. 『발도르프학교의 연극 수업』은 이런 내 상상에 답을 준다.
- 김유석 (배우)
청소년에게 연극은 역할바꾸기와 공동작업을 경험할 수 있는 중요한 활동이다. 게다가 연극을 완성하는 과정이 신나고 재미있는 놀이라면 그 자체로 많은 배움이 일어난다. 『발도르프학교의 연극 수업』은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극은 오케스트라처럼 모든 구성원이 수고를 아끼지 않을 때 만들어 지기 때문이다. 천천히 자신을 돌아보고 내적 성장을 바란다면 연극은 많은 것을 줄 것이다.
- 이문식 (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