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구(flypaper@yes24.com)
『권력을 경영하는 48 법칙』을 통해 권력과 대중조작의 함수관계를 엮어 낸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로버트 그린은 두 번째 저서인 『유혹의 기술』을 통해 `유혹'이라는 `기술'이 지난한 삶의 과정에서 어떤 도구로 기능할 수 있는가를 아주 매혹적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세상의 모든 것은 유혹으로 통한다”는 단언을 통해, 권력을 얻고 유지하는 수단으로서 물리력이 아닌 고도의 심리전에 근거한 광범위한 `유혹의 기술'을 갖추라고 요구한다. 이성간의 관계, 사회생활로 통칭되는 처세술의 영역 등 세상의 온갖 관계를 자신의 영역에서 풀어 제치기 위해서는, 자기의 매력을 어떻게 다듬고 발산해야 하는지, 세상을 어떻게 유혹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혹자의 유형을 열 가지로 분류한 목차는, 잡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다리 테스트마냥 자신의 유혹지수를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는 좋은 지표다. 간혹 듣도 보도 못한 이름이 등장하긴 하지만, 파란만장하면서 솜씨 좋은 유혹의 유형을 짚어가다 보면 `나도 언젠가는!' 하는 벤치마킹에 대한 의욕과 야심이 앞서게 되니 하나도 문제될 것은 없다.
1부에는 앤디 워홀과 프로이트 같은 `냉담한 나르시스트형 코케트', 존 F. 케네디 같은 `신비로운 우상형 스타', 돈 후안이나 엘비스 프레슬리 같은 `바람둥이형 레이크' 등 유혹자의 아홉 가지 유형이 정리되어 있다. `헌신적인 연인형 아이디얼 러버' 카사노바의 행적을 좇다 보면, 현대에도 여전히 매스컴의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그 숱한 유형의 유치하면서도 조잡한, 누구누구를 사칭하는 사기행각이 버젓이 가능한지에 대해 골똘하게 된다. 저자 로버트 그린의 “문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방대한 지식”은 `유혹의 기술'이 현대에도 얼마나 긴요한 무기인지를 잘 설명해준다.
이러쿵 저러쿵 했던 역사 속의 유명인들의 파란만장한 유혹의 파노라마를 헤집고 나면, 2부에서는 `유혹의 24가지 전략과 전술'이라는 타이틀 아래 본격적인 `처세술'로서의 공격적인 유혹의 기술이 소개된다. 주로 이성간에 밀고 당기는 행보에 바로 접목시킬 수 있는 방법론으로 기술되지만, 그 관계를 확장시켜 유혹의 외연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원칙이 광범위하게 눈에 띈다.
"가장 교묘하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권력의 형식에 관한 안내서" " 당신이 노리고 있는 사람에게서 당신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는 방법에 관한 독보적인 입문서"라는 외국 저널의 찬사에서 엿볼 수 있듯, 이 책은 유혹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기술을 전달하는 안내서로 한 번 읽히고, 문학작품에서 정교하게 인용된 문구들이 유혹의 유형과 정교하게 맞물려 있는 치밀한 인문사회학적 심리학 연구서로 두 번 읽힌다. 그렇다면 세 번 읽히는 방법은 없을까? 당근 있다.
“유혹자는 먼저 목표를 삼은 사람의 마음을 공략한다. 일단 마음을 빼앗긴 사람은 유혹자를 매력 있는 존재로 생각하고 온갖 공상에 잠긴다. 결국 그 사람은 마음의 빗장을 풀고 육체적으로 굴복하게 된다. 유혹자는 즉석에서 한 번에 상대방을 공략하려 들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모든 일을 우연에 맡기지도 않는다. 마치 유능한 장수처럼, 유혹자는 계획과 전략을 세우고 목표물의 약점을 파악해 공격을 시도한다.”
유혹자의 다양한 행동방식은 어쩔 수 없이 사람들과 부딪치며 끙끙대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다분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나 다음 같은 깨달음은 이성의 관심을 얻기 위해 발산한 페르몬의 부산물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너무도 절절하게 다가오는 아주 실질적인 노하우다.
“성실함은 얼마든지 가장할 수 있으며, 다른 특성들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