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번도 난폭했던 적이 없는 사람이다. 기억하는 한,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물론 가끔씩 화를 내는 때는 있지만 정말로 남을 해치고 싶다는, 파괴해버리고 싶다는 뜻은 품어본 적이 없다. --- p.11

4년의 시간이 흐르며 수입이 줄어듦에 따라, 내 정신 상태는 경악에서 의혹으로, 그리고 죄책감으로, 그리고 마침내는 억울함으로 변해갔다. 지금은 분노를 느낀다. --- p.18

사실 나는 일종의 종種의 본능 같은 것에 복종하고 있을 따름이다. 일 그 자체와 마찬가지로 일거리를 찾는 일을 평생 해왔기 때문에, 그것은 결국 내 자율신경계에 새겨져버렸다. 그래서 필요에 직면하면, 나로 하여금 무언가가 무작정 일거리를 찾아 나서게 한다. 그래서 나는 가로등 철주에 코를 대고 킁킁거리는 개들처럼 일자리를 찾고 있는 것이다. 아무런 환상도 품진 않지만, 어쩔 수가 없다. --- p.19

예전에 나는 ‘도움을 주는 아빠’였다. 애들은 서슴없이 내게 손을 벌렸고, 짐짓 냉정한 표정을 짓지만 나는 결국 체념의 한숨을 내쉬며 그들이 한 번도 갚는 일이 없는 액수를 빌려주었으며, 그들은 내가 사실은 몹시 행복해한다는 걸 알았다. 누군가에게 쓸모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 아닌가. --- p.37

인질극 시뮬레이션을 준비중입니다. 우리는 고위급 간부들 중 몇 사람을 평가해야 합니다. 우리의 임무는 이 평가 테스트를 수행하는 것이죠. 최종 후보자 네 사람은 그 간부들을 테스트하게 되고,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도 테스트를 받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각 후보자의 테스트하는 능력이 테스트된다고 말할 수 있지요. --- p.61

나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른 두 경쟁자를 떨어뜨려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다섯 간부를 대상으로 한 선발작업에서 최고가 되어야 한다. 그들 중 자격이 더 떨어지는 이들을 찾아내어 탈락시켜야 한다. 이렇게 하여 사냥 망태를 가장 많이 채우는 사람이 일등이 될 것이다. --- p.87

올해 내 나이 쉰일곱입니다. 난 4년 전부터 실업 상태에 있는데 내 유일한 밥줄마저 잃게 됐어요. 그런데 당신은 나를 법정에 소환했고 내 4년치 월급에 해당하는 피해보상금을 요구하고 있소! 당신은 날 죽이겠다는 거요?”--- p.93

사생활의 측면에서 볼 때 이 사람들은 정말로 평범하다. 마치 시청률조사를 위한 표본을 보는 듯한 기분이다. 학력, 결혼, 이혼, 자녀들, 그리고 자녀들의 학력, 결혼, 이혼…… 인간이란 게 이렇게나 따분할 수 있다니! 그런데 나는 바로 이런 사람들에게서 틈을 찾아내고, 이들을 완전히 벌거벗겨야 하는 것이다. --- p.156

라코스트는 들러리로 사용할 후보자 셋을 선발한 거죠. 첫 번째 후보자는 고객의 자존심을 만족시켜줄 만한 국제적인 스펙이 있기 때문이고, 두 번째 후보자에게는 비슷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지만, 선생님이 뽑힌 것은 나이 때문이에요. 요즘은 시니어를 하나쯤 넣어두면 모양새가 좋아지거든요! --- p.194

그들 옆에는 왼손에 서류 가방을 든 들랑브르 씨가 있었다. 오른손에는 권총이 있었다. 베레타 쿠가였는데, 그걸로 도르프만 씨의 관자놀이를 겨누고 있었다. 나는 지금 그가 장난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곧바로 깨달았다.

<b>전 유럽 추리문학상을 휩쓴<br/>프랑스 스릴러의 거장 피에르 르메트르!</b><br/><br/>2013 CWA 인터내셔널 대거 상, 유럽추리소설 대상, 코냑페스티벌 신인상, <br/>미스터리문학 애호가상, 몽티니 레 코르메유 프랑스어권 추리소설 문학상, <br/>상 당크르 추리소설 문학상<br/><br/>프랑스의 한 대학교수로 프랑스문학과 영문학을 가르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써내려간 한 편의 소설로 2006년 코냑 페스티벌 신인문학상을 거머쥐며 55세의 나이로 등단한 피에르 르메트르. 그는《능숙한 솜씨》《알렉스》《웨딩드레스》《실업자》로 2013 CWA 대거 상, 미스터리 문학 애호가상, 몽티니 레 코르메유 불어권 추리소설 문학상, 유럽 추리소설 대상 등을 받으면서, 등단 후 연이어 발표한 네 작품이 모두 문학상을 수상한 이례적인 이력의 소유자다.<br/><br/>그의 작품은 치밀한 서사 구조와 허를 찌르는 반전뿐 아니라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 프랑스 전통 문학의 영향을 받은 깊이와 문학성으로 “본격문학 이상의 품격을 갖춘 보기 드문 장르소설” “프루스트, 도스토옙스키, 발자크의 문체를 느낄 수 있는 수작” “추리?스릴러 대가 탄생”이라는 프랑스 문단의 호평과 대서특필이 잇따랐다. <br/><br/><b>‘고령화사회’ ‘실직사회’의 불안과 어둠을 그려낸 사회파 스릴러의 진수!</b><br/><br/>57세, 4년간 실직 상태, 한 여자의 남편이자 세 딸의 아버지인 알랭 들랑브르. <br/>다니던 직장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그는 어느 날 한 거대 기업의 인력관리부서 채용에 응시하게 된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그가 치러야 할 채용 시험은 회사의 고위간부들을 테스트하고 그 결과에 따라 그들을 해고하기 위해 가상 인질극을 벌이는 것. <br/><br/>알랭은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가족이 지닌 모든 것을 걸고 그 시험에 응시하고자 한다. 그러나 내부자로부터 최종 합격자가 이미 내정돼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고, 분노에 휩싸인 그는 이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해 극히 위험한 전략을 세운다. 이제, 온 프랑스가 지켜보는 인질극이 벌어진 가운데 혀를 내두를 이중 삼중의 트릭이 펼쳐진다.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구인가?<br/><br/><b>“내 나이가 이렇게 끔찍하게 느껴진 적이 없어…”</b><br/><br/>피에르 르메트르의 최신작『실업자』는 저자의 아버지가 56세에 실업자가 되면서 겪은 어린 시절의 고통스러운 가족사에서 탄생했다. 57세의 실업자인 알랭 들랑브르가 취업을 하기 위해 가상 인질극이라는 위험한 채용시험에 응시하게 되면서 그의 가족들까지 위험에 휩쓸리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에서 피에르 르메트르는 극심한 소외감 속에서 이 세상에 환멸을 느끼는 주인공을 통해 안정된 사회적 위치를 차지한 사람들, 이 시스템을 믿는 사람들마저 언젠가는 알랭처럼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했다. <br/><br/>또한 그는 ‘고령화사회’ ‘실직사회’라는 전 지구적 위기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겪는 불안을 밑바닥까지 처절하게 묘사해낸다. “직장인들이 겪는 절망과 위기감, 그리고 그들의 삶을 잔혹하고 지독하게 묘사해냈다”([르 파리지앵]) “소름끼치는 것은 주인공이 우리 주위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르 푸앵] 지)라는 호평과 함께, 60여 편의 선정작 중 결선에 오른 여섯 작품을 제치고 『실업자』는 유럽 추리소설 대상을 수상했다. <br/><br/>사회적으로 버림받은 사람들의 강박과 복수심. 이를 통해 길을 잃고 헤매는 인간의 고독과 광기의 내면을 파헤친 이 작품은 작가 특유의 사회 시스템에 대한 신랄한 비판의 시선과 함께 독자의 마음을 100% 사로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