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민의 평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눈물이 쏙 빠질 만큼. 하지만 내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 또한 이스민이었다. 매일 일과가 끝날 무렵, 이스민은 나를 불러 부드러운 목소리로 격려해주었다.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라고, 내 말 한마디가 아이의 인생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도 없지만 반대로 아이의 인생을 단숨에 장밋빛으로 만들 수도 없다고, 그래도 너무 경솔하게 굴어서는 안 된다고 말해주었다.
“의사가 환자의 몸을 치료하듯이, 배움 앞에 가로막힌 장애물이 무엇인지 아이들을 절망으로 빠뜨리는 게 무엇인지 진단을 내려야 해요.”---p.38
조엘렌의 엄마가 찾아오셨다. 조엘렌이 학교에서 배운 ‘갈등 해결법’을 형제들에게 가르쳐준 후, 집에서 싸움이 많이 줄어들었다며 연신 고마워했다. 정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셀레나가 아빠와 새 엄마에게 쓴 편지.
오늘은 학교에서 사회 공부를 많이 했어요. 노예 제도랑 청교도랑 1600년대에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나 하는 것을 배웠죠. 우리 선생님이 정말 좋은 분이라고 두 분이 말씀하신 건 이해하지만, 가끔 그렇지 않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선생님이 화를 낼 때는 다 이유가 있었어요. 그리고 선생님이 소리치실 때 저는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워요! ---p.108
아이들이 이만큼 몰입하도록 이끌기까지 난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다. 평생 그 어느 때보다도 땀을 쏟았고, 이제 결실을 이루어가는 것 같다. 나는 아이들을 여기까지 이끌고 온 공로를 인정받고 싶다. 또한 이 자리에까지 함께 달려온 아이들의 공로도 사람들이 인정해줬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나, 우리는 한 팀으로 똘똘 뭉쳐 노력해왔다.
말로 다 설명하긴 힘들다. 다만 날씨 때문이라는 둥, 남녀 학생의 비율이 적절하기 때문이라는 둥, 운이 좋아서라는 둥의 어처구니없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나와 우리 아이들은 노력하고 있다. 그게 밑바탕이다. ---p.137
퇴장하는 행렬에서 아이들을, ‘내 아이들’을, 내가 사랑한 아이들을 보았다. 수북한 동전을 헤아리는 부자처럼 환희에 찬 욕망이 떠올랐다. 때로 가르치는 일이 나를 갉아먹는다는 그릇된 생각을 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교사로서 벅찬 희열을 경험한다. 앞으로도 이 사실을 품고 살아갈 것이다.
서른한 명의 아이들, 서른한 번의 기회, 서른한 개의 미래, 우리의 미래. 그들의 삶의 일부는 분명히 ‘내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그들이 어떤 존재가 된다면, 곧 내가 그 존재가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만들어주었다. 나의 전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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