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세대를 어른의 눈으로 보면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지 못하는 ‘디지털키즈’로만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면밀히 들여다보면 이들은 우리보다 단단하고 세련된 정신을 가지고 있다. 팬데믹 기간 알파세대는 유튜브와 틱톡에서 즐거움을 찾았고 메타버스에서 친구를 사귀며 커뮤니티 소속감과 공감능력을 비대면으로 배운 아이들이다. 동시에 그 어느 세대보다 회복탄력성에 대한 근육이 짱짱하다. ‘예기치 못한 시련은 시간이 해결해주고 가족과 지역사회가 함께 노력하면 회복된다는 것’을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낀 아이들이다. 또 팬데믹 3년 동안 믿기 힘들 만큼 진화한 IT기술과 시대적 대응력을 보면서 ‘ Technology(기술)’라는 긴 단어의 정의는 몰라도 그 진화는 뼛속 깊이 체감했다… 오픈AI가 생성형 AI서비스를 혁신하든 실리콘밸리가 스트리밍 OTT의 다음을 준비하든 스페이스X가 화성을 탐사하든 테슬라가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출시하든 간에 인류에게 미래 세대를 고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을까? 알파세대를 최초로 정의한 마크 매크린들은 “떠오르는 세대를 관찰하면 우리가 다음에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이 책 『새로운 인류 알파세대』가 기업과 개인 모두의 위치에서 각자의 ‘넥스트’를 준비하기 위한 유연한 지침서가 되기를 바란다.
---「들어가는 말」중에서
마크 매크린들은 “X·Y·Z를 지나 왜 A로의 회귀가 아니라 알파(α)라는 그리스어를 사용했나”라는 질문에 대해 이들 모두가 21세기에 태어난 첫 번째 세대이니 알파벳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의 시작이라는 점에 가치를 부여했다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알파세대는 기저귀를 차던 시절부터 유튜브 시청을 하고 걸음마를 뗄 무렵이면 30% 정도는 이미 부모 도움 없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새로운 종족이다. 어느 식당을 가더라도 높은 아기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베이비들을 모두가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 IT기술과 스마트 디바이스는 도구가 아닌 생활 그 자체인 것이다. 포스트 Z세대인 알파세대를 본격적으로 풀어내기 위해서는 바로 그 전 세대인 Z세대의 개념과 특성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들은 밀레니얼세대와는 다르게 유치원 시절부터 스마트폰을 접하며 성장한 중학생부터 20대 후반까지의 세대이다. 디지털 언어와 디바이스를 특정 언어의 원어민처럼 사용한다는 의미로 ‘디지털 네이티브(원주민)’라고 부른다. 또 온라인, SNS, 스트리밍 기반의 모바일 앱 환경이 라이프스타일 그 자체이며 특히 유튜브 시청 시간은 밀레니얼세대보다 3배 이상 많은 특성을 갖고 있다. Z세대는 TV보다 유튜브가, 전화보다 메신저 소통이 편안하다.
---「1장 새로운 인류, 새로운 종」중에서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알파세대는 (타인의 시선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나의 호불호를 표현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데 진심인 집단이다. 그렇기에 수동적으로 수집되는 데이터 외에도 자신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온갖 TMI를 의식적으로 노출하며 라이프로깅 세계를 풍부하게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까지는 ‘라이프로깅’이라는 대중적이지 않은 단어를 사용했을 뿐 지금도 매 시간 우리에게 일어나고 기록되는 현상이다. 그 가까운 미래에 AI와 결합된 라이프로깅은 일, 생활, 엔터테인먼트에서 차원이 다른 인프라로 활용될 것이다. 또한 제2의 디지털 지구이자 알파세대가 실질적으로 경제활동을 하게 될 메타버스 환경에서도 우리의 라이프로깅 데이터는 필수재료가 된다. 라이프로깅이 가능한 채널들은 많아지고 방식은 간편해질 것이다. IT서비스는 더 정교화되고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한 데이터 수집은 안경이나 의류나 모자, 귀걸이처럼 일상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바야흐로 라이프로깅 가라사대이다. 반면 라이프로깅의 문제점도 있다. 개인정보 유출과 사생활 침해에 대한 논란이 대표적이다. 알파세대의 바로 직전인 Z세대가 자신의 정보를 사업자들이 활용하는 데에 격한 거부감을 표출해온 세대임을 감안할 때, 알파세대의 라이프로그에도 많은 과제들이 선행되어야 한다. 게다가 알파세대 아이들은 개인정보 유출에 더 민감한 시대적 분위기에서 자라고 있다.
---「2장 알파세대의 5가지 특징’ 중에서
나노 인플루언서의 경우 스타나 유명인의 활용보다 비용효율적이며, 특정 니즈를 날카롭게 파고들어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지점에서 오히려 커뮤니티의 시대에 적절하다. 실례로 가정주부라면 누구나 수억 원의 출연료를 받고 진공청소기를 광고하는 CF스타보다 옆집에 사는 애 엄마가 자신이 쓰고 있는 진공청소기를 실감나게 추천할 때 솔깃하다.매년 수십억 원을 버는 한류 여배우가 저렴한 국산 화장품을 광고할 경우, 그 여배우가 진정 그 제품을 피부에 바를 것인지 잘 안 믿겨지는 것과도 유사하다. 흔히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들은 “나노 또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의 경우, 일반인과의 소통이 원활하고 그것이 광고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상대적으로 적어 대중에게 높은 신뢰도를 준다”라고 한다. 소비행태와 취향이 더 파편화되어 갈 시대에 이들은 더 많이 생겨나고, 더 많이 필요해질 것이다. 이 세력이 시장의 큰 흐름을 만들어갈 것이라는 뜻이다. 2022년 기준으로 SNS 마케팅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20조 원에 달한다(국내의 경우, 팔로워 1만 명 이상인 인플루언서가 9만 명 이상이다). 따라서 과잉 공급된 인플루언서가 그 영향력을 상품 구매로만 연결시키면 팬들은 지치고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거래를 넘어 팬과 동반성장하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발전시키는 슈퍼개인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시장이 온다.
---「3장 웹3.0에 올라탄 슈퍼개인들」중에서
오늘날의 알파세대는 ‘동네 친구’라는 개념이 약하다. 유치원 때 친구가 초등학교 친구로, 또 중고등학교 친구까지로 이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특히 사립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집 코앞까지 오는 셔틀버스 때문에 동네라는 로컬성이 끈끈하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다. 친구는 오히려 요일별로 나뉜다. 월요일은 태권도 친구, 화요일은 수학학원 친구, 수요일은 영어학원 친구로 부르고 베프보다는 ‘찐친’, ‘찐친케미’라는 표현이 일반적이다. 초등학교 고학년들이 SNS 다이렉트 메시지로 “오늘 만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묻는 것 또한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쯤하면 알파세대 형님들의 한 달 용돈 50만 원이 많아 보이지 않는다. 방학 시즌, 특강과 특강 사이에 이소룡 마라탕에서 마라탕을 먹고 아마스빈에서 버블티를 마시고 인생네컷을 찍으면 하루 2만 원 정도는 가뿐히 쓸 테니 말이다. X세대, 밀레니얼 그리고 Z세대까지 모든 세대는 저마다의 유년기 놀이를 가지고 있다. 알파세대의 놀이인 마라탕과 버블티에는 취향에 따라 골라 먹고 마시는 선택권과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뿌듯함이 동시에 존재한다. 콤비네이션의 과정에서는 호기심과 재미까지 만족시키는 것이다. 또한 소셜미디어, IT디바이스와 한 몸인 알파세대는 그 어느 세대들보다 순식간에 트렌드의 시류에 편승한다. 과거와 달리 인기 트렌드를 흡수하고 그걸 경험하는 것을 그다지 어려워하지 않는다. 소셜 세상에서는 먼 곳의 일도 바로 내 앞에 벌어지는 것처럼 느끼기 때문이다.
---「4장 마라탕 · 버블티 · 다이소 · 디폼이 말하는 것들」중에서
그들은 더 나아가 만든 응원봉이 상대방에게 굳이 전달이 안 돼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그 옛날 GOD와 HOT 팬들이 오밀조밀 팬레터를 쓰고 인형을 사서 우편으로 배달하거나, 밤새 아티스트 기획사나 집 앞에 기다 려 직접 전달하고 흐뭇함을 느끼던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소셜 감성이다. 내가 만들었으니 내 디지털 세상인 틱톡 피드에 올리면 된다. ‘뉴즈’의 김가현 언니(누나)는 ‘보면 좋고, 안 봐도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이다. 알파세대는 남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고 나의 생각과 감정을 콘텐츠로 표현한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보다 한발 더 나아간 디지털 온리의 DNA를 가진 것으로 해석된다. 응원봉을 스스로 기획하고 생산하는 과정을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은 오히려 프로 창작자들보다 성숙한 자세이다. 알파세대는 시간을 투자하여 굿즈를 만드는 내 노력과 정성 자체를 의미 있게 생각하며, 그 어떤 세대보다 과정의 가치를 정확히 알고 있는 세대이다. 남이 알아주면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내가 만족한다. 일본의 베스트셀러 『프로세스 이코노미』의 저자이자 IT비평가인 오바라 가즈히로는 “미래의 기업들은 좋은 상품으로 승부가 나지 않는다. 이제 프로세스를 파는 새로운 가치 전략을 밀어야 한다”는 ‘프로세스 이코노미(ProcessEconomy)’를 강조했다. 결국 그가 말하는 프로세스의 가치를 2030~2040년 미래의 주역이 될 알파세대는 제대로 보여줄 것이다.
---「5장 2030~2040년 그들의 철학과 노는 법」중에서
이렇게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한발 앞서 인지하고 커뮤니티 활성화에 끊임없이 지원을 해온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경제를 끌어가고 있고 지금은 많은 기업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아직 국내 기업의 본격적인 움직임은 없으나, 그들도 커뮤니티에 대한 철학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알파세대가 성장 과정에서 다양한 온오프라인 커뮤니티 경험과 리더십을 쌓아야 하는 이유이다. 최근의 시장 흐름을 보면 공통의 취향과 관심사에서 출발한 커뮤니티가 대형화되면서 스타트업이 되고 빅머니로 연결된다. 고작 ‘재미와 취향’ 따위에서 출발한 커뮤니티가 바야흐로 산업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가장 일반적인 구조는 사람들이 모이더니 요밀조밀 콘텐츠들이 생산되고 이후 커머스 플랫폼으로 확장해가는 경우이다. 무신사, 오늘의집, 당근마켓 등이 대표적이다. 커뮤니티에서 열심히 활동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용자에게 금전 보상을 제공하는 커뮤니티도 늘어나고 있다. 소셜 세상에선 ‘좋아요’와 ‘트래픽’이 돈으로 연결되므로 이러한 (비공식) 커뮤니티 리더들을 꽉 붙들어둬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움직임이 이러하자 커뮤니티 구축 컨설팅을 제공하는 이른바 ‘커뮤니티를 빌딩해주는 커뮤니티’도 생겨날 정도이다.
---「6장 하이테크 시대의 하이터치 가이」중에서
알파세대의 몰입력이나 순간의 버전을 만들어버리는 급작스러운 상황 설정은 어떻게 가능한가? 이에 대한 설명을 위해서는 생뚱맞지만 잠시 글로벌 미디어산업을 건드려야 한다. 최근 10여 년간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플랫폼은 과잉 공급되었고 콘텐츠는 넘쳐흐르는 중이다. 당연히 소비자의 시간은 늘 부족하고 이에 공급자들은 더 짧은 콘텐츠를 매력적으로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알파세대는 우리가 과거 즐겼던 기승전결의 서사형 콘텐츠를 잘 모른다. 그들에게 콘텐츠는 러닝타임 120분의 장편영화가 아니라 쇼츠(유튜브)와 릴스(인스타그램)와 틱톡 그리고 점점 짧아지는 넷플릭스의 시리즈형 콘텐츠인 것이다. 과거에는 10분 정도의 콘텐츠를 숏폼이라고 했다면 3~5분을 거쳐 최근엔 10~20초가 대세이다. 현재 유튜브 숏츠에서 가장 활발한 소비가 일어나는 콘텐츠도 ‘10초 일상’이라는 형식이다. 이러한 트렌드에서 창작자는 수초 안에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니 콘텐츠 초반에 힘을 주게 된다. 바로 알파세대가 더 짧은 길이와 더 빠른 재미에 익숙해지고 있는 이유이다. ‘더 짧고 더 빠르게’, 무조건 서두에 클라이맥스를 두어 ‘스킵(건너뛰기)’ 당하지 않아야 하는 전략, 이것이 바로 알파세대의 콘텐츠 문법이다
---「7장 알파세대와 소통하는 법」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