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직장인의 대표적인 자기 계발 아이템은 영어다. 영어는 예나 지금이나 직장인 포털이나 취업 사이트의 자기 계발 아이템 순위에서 늘 톱에 오른다. 영어 학습은 곧 자기 계발이라는 인식은 아무 이유 없이 생겨난 것이 아니다. 기업들이 원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매우 현실적이다. 그들이 요구하는 영어 화자는 원어민처럼 발화하는 화자가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에 중점을 둔 화자이며, 무엇보다 중시하는 것은 바로 대화의 콘텐츠이다. 따라서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거기에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으로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감정이 가미된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화자가 될 수 있다.
자기의 뜻과 감정을 전달한다고 하면 바른 문법과 적합한 단어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언어 규칙에 집착하는 사람보다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당당한 자세로 자기 생각을 영어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을 더 높게 평가한다.
그러니 영어 규칙의 노예가 되기보다는 자기 생각으로 영어를 다루고, 정답에 가까운 단어나 문장을 떠올리느라 진땀을 흘리기보다는 자신의 뇌리에 떠오르는 어휘로 자연스럽고 유연하게 자기 생각을 표현하려고 노력하자. --- '1장 대한민국, 영어 비만 심각하다' 중에서
영어는 ‘숟가락’일 뿐이다. 숟가락으로 밥과 국물을 떠먹어야지 숟가락 그 자체를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영어에서 바로 이 점을 혼동하고 있다. ‘영어’는 도구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의 인식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 사회에서 영어는 우상이다. 영어를 떠받들고 영어에 짓눌려 지낸다.
영어 우상화의 결정적인 폐해는 그것이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빼앗는 데 있다. 어떤 일을 하건, 목표나 비전 못지않게 성과를 좌우하는 것은 자신감이다. 외부적인 도전을 이겨낼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이 없다면, 제아무리 객관적인 실력이 탁월하고 스펙이 좋아도 성과를 낼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필요로 하는 글로벌 인재는 한국인의 뚜렷한 가치관을 바탕으로 자신감 있는 태도로 영어를 구사하여 자신의 의사를 당당하고도 능동적으로 표현하는 인재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영어를 과대평가하지 말라고 거듭 강조한다. 주인으로 도구일 뿐인 영어를 부려야 맞지 않겠는가? --- '1장 대한민국, 영어 비만 심각하다' 중에서
한국인 대다수의 영어 자산은 장점과 단점이 너무나 뚜렷하다. 무엇보다 당혹스러운 것은 문법·독해 위주의 영어 자산은 회화나 실생활 속의 소통에서 재활용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기존 영어 자산을 매우 고통스럽게 ‘재구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입시 교육을 통해 얻은 영어 자산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것이 만만한 일이 아니지만, 자신의 영어 자산과 영어에 대한 기대치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과도한 의욕으로 초반에 에너지를 낭비해 영어 공부 작심삼일이 될 수 있고, 이런 일은 반복된다.
여기서 문제를 푸는 첫 단추는, 영어 학습의 목표를 자신의 현재 생활과 직업, 비전에 맞추는 것이다. 거기에 맞는 영어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사회인의 영어 학습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영어 자산에 대한 미련이나 자부심은 일단 버리고, 글로벌 소통이라는 잣대로 그것을 냉정하게 평가해 봐야 한다.
발음, 문법, 문장이나 단어의 구사 수준 등에서 한국의 사회인은 유치원이나 4세 수준의 원어민과 대화한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기대치를 낮추고 ‘성공의 경험’을 반복적으로 머리에 주입해야 한다. 비교적 쉽고, 때로는 유치할 정도로 수준 떨어지는 표현일지라도 생각할 필요도 없이 곧바로 입에서 튀어나오도록 훈련해야 한다.--- '2장 이제 나만의 영어 습관을 이노베이션하라' 중에서
내가 제시하는 영어 학습 방법을 네 글자로 줄일 수 있다. 바로 ‘반복 훈련’이다. 이렇게 쉬운 반복 학습을 왜 우리는 하지 못하는 것일까? 지겹기 때문이다. 결국 영어 학습에서 승리하는 전략이란 반복의 지루함을 이겨내는 시스템을 찾아내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반복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 지혜가 필요하다.
내가 역시 학교 다닐 때 단어 암기에 열을 올렸다. 단어장을 즐겨 썼지만 특이했던 점은 단어 대신에 그 단어가 활용된 문장을 통째로 적었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문장을 외우더라도 항상 중얼중얼 소리를 내어 외웠다는 점이다. 깨알 같은 글씨로 영어 문장을 빽빽이 쓴 수첩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복도나 운동장, 길거리나 화장실에서 중얼중얼거리며 외우면서 ‘내 것으로’ 만들려고 애썼다. 입을 움직이고 소리를 내어 외우자 표현을 암기하는 것 말고도 발음 연습의 효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그렇게 외운 표현들은 외국인 친구인 그렉과 대화하면서 올바른 영어캷 익힐 수 있었다. 그래서 그 표현을 사용할 기회가 되면 즉시 입에서 튀어나올 수 있었고 심리적으로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무작정 반복하라는 말은 어쩌면 영어 학습을 포기하라는 말과 같을지도 모른다. 반복 학습의 핵심은 학습 횟수가 아니다. 반복 학습의 핵심은 똑같은 콘텐츠 속에 감춰진 풍부하고 다양한 내용을 학습 방법에 변화를 주면서 모조리 흡수하는 것이다. ---'3장 내가 주인이 되는 영어 학습법은 따로 있다' 중에서
어떻게 하면 영어 회화를 잘할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미 대사관 비자 발급 인터뷰를 준비하는 이민자나 유학생, 영어 면접을 며칠 앞둔 취업 준비자, 그리고 외국인 바이어와 상담을 앞둔 사람들이 다급한 마음으로 자주 그런 질문을 한다. 나는 초단기 영어 학습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늘 ‘동시 영어 학습법’을 권장한다.
특별한 상황에서 필요한 표현을 정하고,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학습하는 것. 이것이 바로 나
의 외국어 학습법이다. 영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나는 영어 전문가지만 새로운 주제로 영어 연설을 할 때마다 사전에 끊임없이 많은 연습을 한다. 100번 정도 반복하다 보면 내용을 자연스럽게 모두 외우게 되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내 것이 되는 것이다.
이 방법을 보다 간단하고 입체적으로 바꾼 것이 나의 ‘동시 영어 학습법’이다. 3단계로 단순화한 속성 영어 학습법을 소개한다. 첫째, 자기가 꼭 말하고자 하는 표현들을 우리말로 목록을 만든다. 이때, 첫 단계에서 20개 표현으로 시작하고 다섯째 단계까지 100개의 표현을 만든다. 둘째, 정리된 표현들을 영어로 옮긴 후 따라 할 수 있도록 녹음한다. 영어에 능통한 사람에게 의뢰한다. 셋째, 녹음자의 말과 동시에 말하는 훈련을 집중 반복한다. 처음 10회는 오디오를 따라 하고 그 다음부터는 오디오에서 나오는 소리와 동시에 말한다. 그런데 이때 유의할 점은 녹음에서 나오는 음량이 반드시 학습자가 따라 하는 소리보다 더 커야 한다. 그래야만 오디오상의 원어와 자신의 발음을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3장 내가 주인이 되는 영어 학습법은 따로 있다' 중에서
영어를 잘하는 방법은 영어로 대화를 즐겁게 많이 해보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대화나 소통에 약하고, 영어 완벽주의까지 겹쳐서 영어로 대화를 오래 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 사람과 효과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내 경험에 비춰 보자면 한국 문화와 서양 문화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 두었다가 그것을 주제로 대화를 이끌어 가면 아주 좋다. 풍부한 화제로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질 수 있는 주제가 된다.
말문이 트이고 단어나 문장 사용 능력이 일정 수준에 오르면, 그 시점부터 영어 실력은 사람들과의 대화나 커뮤니케이션의 수준에 좌우된다. 누군가와 깊은 대화를 나누거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타인을 사로잡고 싶다면 ‘나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 물론 나의 이야기 중에서도 특별히 상대방과 잘 이어질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이, 더 깊이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동·서양 문화와 행동의 차이에 대한 식견은 결국 영어와 커뮤니케이션 능력으로 이어진다.
자기 문화에 대한 깊은 지식은 비단 영어 공부에만 보탬이 되는 것이 아니다. 영어 공부의 진정한 목적이라 할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데도 결정적으로 기여한다.
영어 공부란 알고 보면 ‘문화 학습’이다. 문화를 안다는 것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생존과 번영을 좌우하는 것이다.---'4장 열린 마음으로 세계와 소통하는 영어가 진짜다' 중에서
시카고 시립대학인 트루먼 대학에는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 강좌가 개설되어 있었는데 주 대상은 미국에 갓 들어온, 생존 영어(survival English)가 필요한 이민자들이었다. 나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 교육 프로그램을 전담하는 별도 프로그램의 책임을 맡게 되었다. 여기서 가르치면서 나는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중에는 중소기업체 사장, 대기업 간부, 약사 출신을 비롯하여 한국에서 지식인 계층이나 물질적으로 아주 여유롭게 살던 사람도 적지 않았다. 약사 출신 K씨는 이내 미국에 온 것을 후회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한국에서 누릴 수 있는 많은 것을 이미 포기하고 잃어버린 상태였기 때문이다.
사실 K씨의 능력이라면 사무직이든 영업직이든 어떤 자리에서도 능히 한몫을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영어였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그는 능력이나 적성과는 거리가 먼 힘든 생산직에 종사하면서 박봉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영어가 서툴기 때문에 교포들이 당하는 어려움은 너무나도 많았다.
나는 동포들의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몇 배나 더 큰 고통과 설움에 시달리고 있는 그분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었다. 그래서 만든 책이 바로『민병철 생활 영어』다. 내가 처음으로 절실하게 교감을 했고, 같이 눈물을 흘렸고, 피땀 흘리며 서로 가르치고 배웠던 그분들이 있었기에 영어 교육에 대한 나의 기본 철학과 틀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5장 더 크고 더 넓은 세상의 무대로 나아가기 위하여' 중에서
새해에 직장인들이 꼭 하고 싶은 것 하면 ‘외국어 공부’, 특히 ‘영어 공부’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1위 아니면 2위를 차지한다. 왜일까? 글로벌 시대라는 환경적인 요인도 있지만, 필요는 커지는데 아무리 공부해도 실력은 좀처럼 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를 만나는 사람들 가운데 십중팔구 내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10년 넘게 영어를
공부했는데도 왜 영어를 못하는가?
대답은 아주 간단명료하다. 한국인은 영어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를 배운 적이 없다. 도대체 외국어를 공부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가? ‘목표 언어(target language)’로 ‘원어민(native speaker)’과 자유롭게 의사소통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성인들은 이런 목적과는 동떨어진 학습을 해왔다.
스스로에게 한번 물어보라. 학창시절 외국인과 소통 가능한 생활 영어를 공부한 기억이 있는가?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30대 이상의 성인들은 대부분 입시를 위한 문법·독해 위주의 영어 공부만을 해왔다. 그렇다면 혀도 굳어버리고, 남은 지식이라고는 독해 실력뿐인 성인 세대들. 과연 그들의 영어 회화에는 희망이 없는 것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영어는 숟가락, 즉 단순한 도구일 뿐이기 때문이다. 영어를 왜 공부해야 하는지를 잘 파악하고 자신의 콘텐츠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영어를 부리기 위한 학습 계획을 세운다면 반복 훈련만으로도 얼마든지 마스터할 수 있다.
---프롤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