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열두 살이 되면서부터 꿈꾸는 것을 멈춘다. 고로 우리의 인생에서 열두 살 이후에 일어난 일들은 별로 중요한 게 없다.”
《피터 팬》의 작가 제임스 매튜 배리의 말이다. 그의 지적처럼,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유년기의 수많은 꿈들과 멀어지고, ‘현실’이라는 말로 이를 합리화한다.
하지만 픽사 사람들은 ‘실패’로 낙인찍힌 일들에 더 흥미를 느낀다. 그리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보다는 세상 누구도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어려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 그들의 일상이다. 그런 식으로 점점 더 자신들의 한계를 넓혀가고 있으며, 그러한 분위기 덕분에 전 세계를 통틀어 최고의 혁신문화를 가진 기업으로 칭송받고 있다.
“픽사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곳이니 특수한 경우가 아니냐?”고 반문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업종이나 분야를 떠나, ‘혁신’이나 ‘인재경영’의 관점에서 보아도 픽사는 단연 그 선두에 서 있다. 당신이 냉장고를 만들든, 초등학생을 가르치든,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든, 이제 ‘혁신’이라는 것은 누구나 갖춰야 하는 필수적인 생존의 조건이 되었다. 누구라도 ‘이노베이터’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아닌가?
그리고 그런 창의적인 혁신은 ‘어린 시절의 꿈’과 ‘과업 달성’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데서 시작된다. 혁신에 대한 픽사만의 특별한 방식, 그것이 바로 이 책이 말하는 ‘픽사웨이’다. 에드 캣멀과 존 래스터, 그리고 1,200여 명의 구성원들은 픽사웨이에 입각해서 계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스스로를 혁신시켜나가고 있다. --- 26p, 5회전 공중제비를 앞둔 곡예사의 마음
“사람들은 픽사가 창의적인 일을 하는 조직이니까 우리가 하는 일을 측정하거나 분석하는 게 힘들 거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요. 우린 어떤 일이 일어나는 확률, 어떤 일을 재작업해야 하는 빈도, 다른 부서로 넘긴 일이 완전히 끝났는지 아닌지 등등 모두 추적하고 있어요. 잘한 것이든 잘못한 것이든 인과관계가 명확하죠. 숫자와 데이터를 가지고 토론하면서 우리가 저지른 실수들을 체크하고 문제점을 추적해서 해결합니다.” --- 170p, 성공한 영화도 사후평가를 통해 고칠 점을 추적한다
스토리를 만드는 래스터와 창작팀은 무아지경에 빠져 신나게 작업했지만, 기술팀은 그야말로 심장발작에 걸릴 지경이었다. 얼굴이 하얘진 기술팀은 감독인 브래드 버드에게 이대로 가다가는 작품완성까지 10년은 족히 걸릴 테고 예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했다. 그때 버드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그렇다면 기술팀에 ‘미운 오리 새끼’들을 붙여주세요. 좌절을 맛본 아티스트로 말이죠. 모두가 외면했던 방법으로 뭔가 해보려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정을 맞더라도 모난 돌이 되길 고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겠어요.” ...... 마침내 ‘인크레더블’은 전작들보다 1분당 3배나 많은 배경이 등장하면서도 더 적은 예산으로 완성되었다. 또한 2005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과 음향 편집상을 거머쥐었으며 그 해 최다 DVD 판매량을 기록했다. 버드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이 모든 것은 픽사의 경영진이 우리가 정신 나간 짓을 하도록 그냥 내버려두었기에 가능했죠.”--- 44p 기발한 재주가 있는 ‘미운 오리 새끼’를 캐스팅하라
“우리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아냐, 이게 더 나아!’가 아니라 ‘좋아, 그리고…’입니다. 일을 어떻게 하라고 시시콜콜 알려주는 게 아니라, 필요한 정보를 모두 제공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게 하죠.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스스로 아이디어를 끄집어내도록 유도하면, 훨씬 더 생생하고 기발한 디테일이 완성됩니다. 그건 정말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마법 같은 일이에요.” --- 106p, 예술을 팀 스포츠로 승화시킨 팀워크의 4가지 기술
픽사의 CEO인 에드 캣멀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회사가 추구하는 핵심가치의 하나로 꼽았다. “사람은 누구나 위험을 회피하거나 최소화하려는 본능이 있습니다. 조직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픽사는 그러한 본성에 맞서기 위해 노력합니다. 물론 실천하기는 쉽지가 않아요. 위험을 피하려는 본성을 따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앞서 이룬 성공을 우려먹게 되지요.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 수가 없어요. 그래서 관객들은 자꾸만 엇비슷한 영화들을 보게 되는 겁니다. 당연히 영화의 작품성이 낮아지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전혀 새롭고 독창적인 것, ‘전대미문’인 것은 곧 한 번도 검증해본 적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다면, 위험을 감수하고 그에 따른 불확실성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물론 불안하고 두렵죠. 누구나 다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제품이나 서비스는 그런 마음가짐에서 시작됩니다. 또한 조직은 큰 위험을 감수해서 결국 실패를 하더라도 이를 극복하고 이겨낼 역량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래야 구성원들이 마음껏 실패할 수 있거든요.” --- 128p, 마음껏 실패해본 사람만이 전혀 새롭고 독창적인 것을 만든다
아트리움뿐만 아니다. 픽사에서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직원들의 사무환경이다. 픽사는 스토리와 애니메이션을 담당하는 파트를 오른쪽에, 컴퓨터 기술을 담당하는 파트는 왼쪽공간에 배치했는데, 이것은 인간의 뇌 구조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알다시피 우뇌형인 사람은 변화를 좋아하고, 특이한 것, 규칙이 없고 조화롭지 않은 것, 색다른 것을 좋아해서 그림이나 음악을 잘 다룬다고 한다(스토리와 애니메이션 담당). 그리고 좌뇌형인 사람은 질서와 안정을 좋아해서 논리와 수치, 상징 등을 잘 다룬다고 한다(컴퓨터 기술 담당).
픽사는 좌뇌와 우뇌의 스파크가 일어날 때 혁명적인 아이디어가 탄생한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모든 직원의 이성적인 좌뇌와 감성적인 우뇌가 만날 때 좋은 아이디어와 스토리, 흡입력 있는 캐릭터, 뛰어난 제작 기술 그리고 연출력이 조화된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들은 칸막이 안에 갇혀 있는 딱딱한 사무환경을 과감히 탈피했다. 직원 배치에서부터 아이디어가 활발하게 창출될 수 있는 분위기를 고민한 것이다. 결국 더 훌륭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그로 인해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자는 것이 픽사의 전략이었다.--- 186p, 즐기면서 일하기에도 인생은 너무 짧다
처음에 스티브 잡스는 애니메이터들이 사무실을 기상천외하게 꾸미는 데 열광하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이내 깨달았다.
“누군가가 픽사의 새 건물을 보고 나서 ‘세계 최고의 본사’라고 말한다면, 내 의도가 실패로 돌아간 셈입니다. 나는 우리의 새 스튜디오가 기업의 ‘본사’가 아니라, 직원들의 ‘집’이 되길 바랐으니까요.”
혁신이라는 것은, 직장을 내 집처럼 편안한 곳으로 여기는 데서 시작된다. 무려 인생의 1/3을 거기서 보내게 되리라는 점을 기억하면서 말이다.
--- 205p, 당신만의 독특한 놀이터를 만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