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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합리성은 어떻게 현대과학을 창조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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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5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444쪽 | 145*220*30mm
ISBN13 9791158084585
ISBN10 1158084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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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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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티스에 과학을 도입하는 것은 당신이 상상하는 것보다 어렵다. 당신은 헛기침을 한 후, 설명에 대해 몇 가지 알아둬야 할 게 있다고 말한다. (...)아틀란티스의 철학자들은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며, 간헐적으로 당신을 향해 연민의 눈 길을 보낸다. 훌륭한 기술을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한 철학자가 말한다. “아니에요, 유감스럽지만 틀리는 것은 우리 이론이 아니라 당신의 이론이에요.” 이쯤 되면 누가 선생님이고 누가 학생인지 모르겠다. (...)사실 돌이켜보면, 우리에게도 아틀란티스인들과 다를 바 없는 시절이 있었다. 아 … 현실 세계의 전깃불, 마취, 광대역 인터넷! 그것들은 모두 어둠 속의 판타지였다. 그렇지 않은가?
---「170쪽, 〈6장 설명의 재구성〉」중에서

과학은 산호초처럼 형성된다. 개별 과학자들은 산호충polyp으로, 세상을 떠날 때 조개껍데기 같은 외골격shelly carapace을 분비하여 산호초에 유산으로 남긴다. 그 외골격은 연구에 대한 ‘소독된 공적 기록물’과 ‘관찰 또는 실험의 모음집’이며, 가능한 경우 ‘알려진 이론과 보조가정에서 나온 데이터의 설명적 도출물explanatory derivation’일 수 있다. 과학자는 산호충과 마찬가지로 완전한 생명체이며, 과학의 역사가와 사회학자가 기술한 방식대로 너무나 인간적이다. 그러나 유기체가 세상을 떠날 때, 그것이 보유한 인간성도 함께 세상을 떠난다. 그 뒤에 남는 것은 하나의 과학 경력에 대한 증거적 외골격evidential exoskeleton이다.
---「267쪽, 〈8장 관찰의 우위〉」중에서

‘과학은 왜 그토록 늦게 도착했는지’를 밝히기 위해, 나는 지금까지 역사적 내러티브가 아니라 현대과학 전체에 대한 철학적 검토에서 시작하여, 과학의 필수불가결한 조건sine qua non(발견력을 설명하는 데 결정적인 요소)을 찾아냈다. 그 필수불가결한 조건은 설명의 철칙인 것으로 밝혀졌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한 숱한 자연철학자들은 (우리가 현대과학이라고 부르는) 지식 기계를 작동하는 데 실패했다. 왜냐하면 관찰에 많은 관심이 있었음에도 철칙을 발명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272쪽, 〈9장 과학의 전략적 비합리성〉」중에서

그들은 다른 방법을 모른다. E. O. 윌슨이 말하는 것처럼, “너무나 많은 과학자들이 편협하고 어리석다”. 윌슨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게 바로 그들의 성공 비결이다. ‘상자 밖에서는 생각할 수 없다’는 무능력은 과학자들로 하여금 모든 정신적 · 신체적 · 정서적 에너지를 상자 자체에 쏟아부음으로써, 단일 질문에 대한 경험적 탐구, 단일 구조의 탐구, 단일 물질의 제작에 집중하게 만든다. 이러한 집중을 통해, 철칙은 지식 기계에 (현실의 속살을 파헤치는) 레이저 같은 힘을 부여한다.
---「348쪽, 〈12장 과학적 마인드 구축〉」중에서

뉴턴은 어떤 의미에서 최고의 르네상스인이었고, 그의 관심은 데카르트만큼이나 광범위했다. 그는 경험적 과학자일 뿐만 아니라 수학자, 연금술사, 경전 해석가, 그리고 데카르트처럼 철학적 논증을 이용해 공간과 물질의 본질을 이해하려 한 형이상학자였다. 데카르트와 달리, 그는 의도적으로 이러한 탐구들을 통합하지 않았다. 각각의 탐구는 다른 탐구의 도움 없이 독자적인 기법의 힘으로 전진했다. 그는 탐구를 구획화하면서 휴머니즘의 종합적 기풍synthesizing ethos을 완전히 부정하는 접근방법을 실천했으며, 개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58쪽, 〈13장 과학과 휴머니즘〉」중에서

과학은 빛이 아니며, 별에서 발사되지 않는다. 그것은 골렘, 유리 구두, 신경쇠약증에 걸린 새neurasthenic bird, 산호초도 아니다. 사실, 그것은 기계가 아니다. 그것은 사회적 제도social institution로, 천체나 마법의 주문에 의해 탄생할 수 없다. 탐구자들은 과학적 제도scientific institution를 구성하는 규칙을 스스로에게 부여해야 했다. 그러나 철칙은 권력과 삐딱함의 독특한 혼합물이다. 논리적으로, 그것은 도리에 어긋난다. 사회적 · 정치적 · 도덕적 조건이 엮여 하나의 관점이 되고, 그러한 관점에서 철칙이 수용 가능한 아이디어로 여겨지기까지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제 우리는 웬만큼 알고 있다. 그리고 철칙 덕분에 우리는 계속해서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지식이 우리를 구원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381쪽, 〈14장 지식 기계의 유지·보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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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철학, 법률 등과 비교해보면 근대과학의 출현은 한참 뒤처졌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과학의 영향력은 매우 크며, 어떤 학문보다 믿을만한 지식을 생산해낸다. 철학자들은 이를 가능케 한 특징을 과학의 고유한 방법에서 찾으려 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들의 시도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포퍼가 제안한 반증의 방법도, 쿤의 패러다임과 과학혁명도 모든 이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지식 기계』의 저자 마이클 스트레븐스는 그보다 느슨하지만, 근대과학이라는 게임의 규칙을 정의하는 하나의 방법을 제안한다. 바로 ‘설명의 철칙’이다. 과학도 인간의 활동이기에 본질적으로 주관성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공식적인 과학의 논증에서만큼은 과학자 개인의 인간적 면모, 종교나 철학, 미적인 특성을 모두 배제해야 하며, 오직 관찰과 실험에만 호소해야 한다는 무자비하고 비합리적인 ‘철칙’이 과학을 작동시킨다. 『지식 기계』는 경험적인 디테일에 강박적으로 몰입하는 이러한 규칙이 근대과학이 역사적으로 뒤늦게 도래한 이유인 동시에, 과학의 성공 이유임을 보여준다. 과학사의 풍부한 예시들과 철학자 특유의 날카로운 통찰로 근대과학의 핵심을 관통하는 『지식 기계』는 효과적인 지식 생산 기계인 과학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 천현득 (서울대학교 과학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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