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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둘에게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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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둘에게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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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5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16쪽 | 150g | 130*224*20mm
ISBN13 9788954692472
ISBN10 8954692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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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지금은 작고 불쌍한 새처럼 결코
아빠를 떠나지 않겠노라 재잘대지만
머리 크면 알게 되겠지, 사랑하는 것과 중요한 것이 다를 수 있다는 걸.
제발 아이에게 모든 것을 해주세요, 그리고
우리를 위하여 이 집 하나는 남겨주시오.
나와 아내와 아이는 한때 이곳에 살면서 세상 무서운 것이 없었답니다.
---「작은 집」중에서

다르게 말해 내 생각 속에서
죽음과 아이는 어째서 이토록 동떨어져 있는지?
가령 정말로 죽은듯이 잠들어 있는 작고 차가운 몸뚱이를 만졌다가 소스라치게 놀라
숨을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안심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불확실한 인간」중에서

세상 정말 싫다. 이런 말을 하면 나의 다정한 사람은 아까부터 우리만 쳐다보는 강아지에게 가슴줄 걸고 산책을 준비한다. 그리고 줄곧 나를 참아주었다.

얼마큼 사랑해? 하늘땅만큼, 바다와 우주, 우주에 우주를 더한 것만큼…… 가본 적 없는 곳에 상상도 못한 곳을 덧붙이다보면 감정이 농담 같다.

손잡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다. 보도 모퉁이 돌 때마다 수많은 발이 달린, 우글거리는 마음을 몇 개 밟으면서 걷는 중이었다. 나의 다정한 사람의 손바닥이 땀에 젖어 잠시 놓았다.

사실 나도 세상 사람이 싫어, 가늘어진 사랑의 손가락들이 주머니에 담겨 똑똑 눈물 흘리고 있다.
---「노크」중에서

너는 영혼 같은 건 세상에 없다고 말한다
죽으면 다 끝이고 남는 건 아무것도 없고
내가 죽은 다음에 꼭 보고 말겠다는 일억 년 전 지구도
공룡도, 죽은 자가 돌아오는 집과 공원 같은 것도 없다고 말한다
죽으면 다 끝이고 다시 만날 일 없다고 말하는 네가
나보다는 꼭 먼저 죽고 싶다고 말한다
---「네가 말해주는」중에서

요즘으로 말하자면 아내 손이 어깨에 닿을 때
말이 마구 쏟아진다 당신이 만지기 전까지 아무 일 없었는데, 나는 나의 재미없는 속과 시간의 밑바닥을 긁어 이야기를 짓는다

나이 먹으니 말 좀 그만하고 살고 싶다 그렇지만 나는 나라도 붙잡고 아무 말이나 걸어보는 시끄러운 사람이고
그래서 조용한 친구를 만나면 그가 할말을 참는 것 같아 혼자서 괜히 전전긍긍인데

내가 나를 알면서도
내가 나를 알면서도
한 계절 어디 숨어 왕래도 전화도 끊고 싶다 그렇지만 곧 나의 재미없는 속과 시간에 갇혀서, 저기…… 하고 혼자 지어낸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너 없이 한 계절만, 당신 없이 한 계절만…… 시끄러운 메아리 속에서
사랑도 말도 없이 살고 있는 나를 떠올리다가
---「시끄러운 사람」중에서

친구가 하는 사랑이 이상하지 않아서 좋아요. 친구 애인이 사 온 이만원짜리 꽃 한 송이가 예쁘고, 그걸 자기 식당 프런트에 올려둔 친구 마음 더 예쁘고. (……) 간판이 무너지는 거리를 코가 비뚤어진 사람들과 걷는데 이상하지 않은 당신과 만나 즐거웠어요. 이상하게 죽기 싫어요, 당신 없이 이상하게 살기도 싫어요. 그렇지만 오래된 당신을 보고 이상한 거 떠올리지 못하면 안달이 납니다.
---「오래전 사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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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업체명 : 김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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