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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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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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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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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년 05월 19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356g | 133*197*30mm
ISBN13 9788937420634
ISBN10 893742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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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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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면에서 독립이 필요한 시기였다. 영대는 분연히 집을 나왔다. 그답지 않게 충동적인 결정이었으나 그답지 않게, 이전과는 좀 다르게, 그렇게 사는 것이야말로 지금 그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이었다. 나의 꿈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낯선 환경 속에서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고 싶었다.
--- p.17

괴롭거나 힘든 일이 생기면 나는 스스로를 타이른다.
‘어쩔 수 없잖아. 주인공은 원래 갖가지 시련들을 겪어야 하는 법이니까. 그렇다고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어. 스토리에 따르면 주인공은 그것들을 다 극복하게 되어 있거든.’
이렇게. 말하자면 나는 이 기나긴 소설의 결말을 해피엔드로 가정해 놓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을 미지의 존재가 일정 수준의 독해력을 갖고 있다면 이쯤에서 주인공의 성격이 상당히 긍정적이라는 것을 깨닫고도 남았으리라.
--- p.33

서울에 올라와서 내가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두 가지를 한꺼번에 다 가질 수는 없다는 사실이었다. 넓거나 혹은 높거나. 선택이 너무나 단순하고 또 명료하다는 것에 나는 놀랐다. 그것은 내 고향에서는 결코 체득할 수 없었던 잔인한 진실이었다.
--- p.37

내게 나이라는 건 항상 너무 많거나 너무 적었다. 예전에는 내가 원하는 걸 가질 수 없는 것이 나이가 적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내가 원하는 걸 가질 수 없는 것이 나이가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은 나이 때문이 아니었던 것이다. 삶이 해마다 잊지도 않고 내게 갈아입혀 주는 옷이 매번 팔이 짧거나 목이 좁아 입기 불편했던 것은 옷이 잘못 만들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내 신체 비례가 불균형하기 때문이었다.
--- p.54

스무 살, 스물한 살, 스물두 살, 청춘의 계단을 밟고 이사를 다닐 때마다 조금씩 좁아지고 낮아지고 어두워졌던 방들. 문이 잘 닫히지 않던 방, 저녁마다 서향으로 난 창에 노을이 번지던 방, 장마 때면 침대 다리가 물에 잠기던 방, 정전이 잦던 방, 그가 들어오고 싶어 했던 방, 방, 방들. 그 많은 방들에 나는 내 20대를 골고루 부려 놓았다. 나에게 방은 집에 부속된 공간이 아니라 온전한 집 자체였다.
--- p.57

여덟 번째 방 속에 나의 일곱 번째 방이 있고 그 속에 다시 여섯 번째 방이, 다시 그 속에 다섯 번째 방이, 그렇게 첩첩이 들어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 방들을 역순으로 되짚어 올라가다 보면 마침내 스무 살 시절의 나 자신과 조우할 수도 있으리라. 그때가 그리운 것인지 어떤 것인지 지금의 내 심정을 잘은 모르겠으나, 그때의 나를 만나면 할 말이 무척 많을 것 같기는 하다.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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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는 내내 과거의 나를 만나는 것만 같았다. 주인공 지영처럼 나 역시 스무 살부터 서울 생활을 시작했고 ‘집’보다는 ‘방’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공간을 옮겨 다니며 이삼십 대를 보냈다. 서울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 프로페셔널하게 대학 생활을 하는 친구들과 달리 나만 아마추어 같다는 느낌,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담긴 자괴감과 소외감 등에 깊이 공감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그때 당신도 어딘가에 스며들지 못한 채 서성이고 있었구나, 꿈이 없던 시절이 당신에게도 있었구나, 되뇌다가 이십 대 초반의 나에게 이 책을 선물하는 상상을 했다. 그때의 내가 이 소설을 읽을 수 있었다면 ‘말없이 먼저 안아 주는’ 사람에게 안긴 것처럼 위로받았을 것이다. 조금은 덜 외로운 상태로 서성였을 것이다. 작은 방에서 나처럼 혼자 울고 있을 김지영을 떠올리며 눈물을 닦았을 것이다. 나의 공간을 아끼는 방법으로 스스로를 다독였을 것이다.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의 여덟 번째 방을 떠올렸다. 그 방에 머물렀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 소설이 알려 주었다.
- 최진영 (소설가)
『여덟 번째 방』의 인물들은 성장통을 지극히 ‘김미월다운’ 방식으로 겪는다. 그들은 자신이 숨어들 참호를 자기 내부에 마련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마음을 골똘히 들여다본다. 그래서 그들의 특별함은 여간해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들은 평범하다는 말이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로 평범하지만 그들을 그려 내는 김미월의 손길은 그 평범함을 재료로 삼아 끝내 인상적인 고유함을 만들어 낸다. 여기에 김미월이 구가하는 소설적 연금술의 매력이 있다.
- 한영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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