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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하고 기묘한 이야기 첫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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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하고 기묘한 이야기 첫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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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5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292g | 128*220*30mm
ISBN13 9791159319396
ISBN10 1159319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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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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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워버리는 게 낫습니다.” 군인은 시무룩하게 말했다.
“갖고 싶지 않으면, 나한테 주게.” 화이트 씨가 말했다.
“그건 안 됩니다. 난로에 던져버리세요. 갖고 싶으면 나중에 무슨 일이 벌어져도 저를 탓하지 마세요. 제정신이라면 불에 던져버려야 해요.” 군인은 단호하게 말했다. 화이트 씨는 고개를 흔들며 새로 얻은 물건을 유심히 살피다 물었다. “소원을 어떻게 빌지?”
“오른손으로 높이 치켜들고 크게 소원을 말하세요. 결과에 대해선 분명히 경고했습니다.”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얘기 같네요.” 화이트 부인이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한테 손이 네 개쯤 달리게 해달라고 빌어보슈.”
--- p.12

불멸하는 사랑이나 증오의 힘으로 종종 불가능한 일들이 가능해지고, 자연의 섭리도 정지할 때가 있다. 우리가 경고하고 위로하며 처벌했던 사람들이 우리를 발견해내곤 한다. 우리가 그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 모른다. 아는 것은 그토록 위안을 주고 애정과 연민을 다하려고 애썼던 사람들에게조차 우리는 공포와 망령으로밖에는 다가설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한때 한 여성으로 살았던, 이 기묘한 망자의 입에서 튀어나온 조리 없는 장광설을 용서해주길 바란다.
--- p.40

나는 심장이 멎는 것 같아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그녀는 느릅나무 아래서 여전히 나를 바라보았다. 엠마 색슨이 그곳까지 나를 데려온 이유가 분명 있을 터였다. 그러나 어떻게든 뭔가 해야 한다는 절실한 생각이 들 뿐, 정확히 무엇인지 알 길이 없었다. 브림프턴 부부에게 조금도 해가 되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왠지 그들에게 불길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엠마 색슨이 그 불길함의 정체를 알고 말해주려는 게 분명했다. 내가 묻는다면, 대답해줄지 모른다.
--- pp.76~77

나도 삼십 년 전에 꿈에서 똑같은 일을 봐서, 파킨스 교수가 얼마나 당황하고 두려워했을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빈 침대에서 무엇인가 불쑥 일어섰을 때 그가 얼마나 놀랐을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는 펄쩍 침대에서 뛰쳐나와 창가로 달려갔다. 그곳에 유일한 무기이자 차양을 만드는 데 사용한 막대가 있었다. 그러나 그건 최악의 선택이었다. 그 형체는 부드러운 동작으로 침대에서 빠져나와 자세를 잡더니, 두 침대 사이와 출입문 앞에서 두 팔을 쭉 펼쳐 들었기 때문이다. 파킨스는 겁에 질리고 어리둥절한 상태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어쨌든 그것을 지나 출입문으로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스치자 견딜 수 없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형체를 스치거나 만진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고, 그보다 차라리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었다.
--- p.112

엄마 곁에 바짝 붙어서 방에 처음 들어선 순간, 멈춰 선 아이는 경련을 일으키다가 정신을 잃을 뻔했다. 그리고 바깥에서 자갈길을 손보던 정원사들에게도 들릴 만큼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방 한쪽 구석으로 달려가더니 조그만 주먹으로 살갗이 벗겨지고 벽지에 손자국이 남을 때까지 벽을 후려쳤다. 그 모든 일이 벌어지는 데는 일 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중략) 아이린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출입문을 찾아 도망치려고 발버둥쳤다. 방에서 나가자마자 아이린이 한 일은 통로의 돌 바닥에 끔찍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 p.159

쐐기벌레들은 희미하게 빛을 발했으며 침실 쪽으로 내 시선을 끈 것도 그 빛이었다. 보통의 쐐기벌레의 배다리 대신에 게처럼 집게발이 달려서 그것으로 표면을 움켜잡으며 움직거리다 앞쪽으로 몸을 미끄러뜨렸다. 그 오싹한 곤충은 노르스름한 회색빛에, 울퉁불퉁한 혹과 종기로 뒤덮여 있었다. 간혹 한 마리씩 툭 하는 부드러운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단단한 콘크리트 바닥도 집게발 앞에서는 접착제 구실밖에는 못하는 것 같았다. 떨어진 쐐기벌레는 뒤로 기어가다가 다시 침대를 기어올라 소름 끼치는 동료들과 합류하는 것이었다. 얼굴은 없는 것 같고 한쪽 끝에 숨을 쉬느라 양쪽으로 벌려진 입이 하나 있을 뿐이었다.
--- p.195

보이지 않는 손이 장미를 꺾으려는 듯, 장미 줄기 하나가 내 쪽으로 구부려졌다가 급히 잘려나갔다! 마치 손에서 입가로 움직이듯, 장미꽃이 곡선을 그리며 위로 올라가더니 꼼짝도 없이 투명한 허공에 떠 있었다. 내게서 삼 미터 남짓한 거리였다. 나는 절박하게 꽃을 잡으려고 뛰어갔다! 아무것도 없었다. 꽃은 사라지고 없었다. 곧바로 제정신에 사리분별이 정확한 사람이라면 그런 환영을 보지 않을 거라며 나 자신에게 격분을 느꼈다. 그러나 환영이었을까? 장미 줄기를 찾아 돌아서자, 풀숲 장미 가지 사이에 방금 꺾인 줄기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나는 몹시 심란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이제 분명해졌다. 나는 낮과 밤이 뒤섞인 채 생활하고 있으며, 우유와 물을 마시고 물건을 만지며 위치를 바꿔놓는, 보이지 않는 존재와 함께 살고 있다.
--- pp.266~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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