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고의 꿈이 흩어진 먼 훗날, 미국의 동양사학자로서 주일대사를 지냈던 라이샤워(Reichauer)는 장보고를 '해양 상업 제국의 무역왕'이라고 불렀다. 장보고에 대한 연구가 거듭될수록 그의 업적에 대한 더 많은 칭송이 쌓이고 있다.
하지만 너무 늦은 일이다. 우리는 어리석게도 천 년이 넘게 그를 잊고 육지 안에서 움츠리며 살았다. 태평양의 조그마한 바위섬 하나라도 우리것으로 개척해 두었더라면, 반지름 200해리(375킬로미터에 해당)의 영해가 생겼을텐데 그러하지 못했다. 해상왕 장보고처럼 바다를 이용해 나라를 부강하게 하려는 걸출한 위인이 더 있었다면, 지금쯤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잘살 수 있었을텐데 그러하지 못했다.
장보고가 동북아시아의 바다를 호령하던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지금의 상황을 비교할 때면 일순간 전율이 느껴진다. 천시의 반복이 느껴지는 것이다. 가야 할 목적지가 비슷할뿐더러 시대적 상황 역시 비슷한 구석이 많다. 장보고가 청해진을 세워 천재적 전략을 펼칠 당시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중국의 개방성이 그 중 하나다.
--- pp. 256-257
물류측면에서 본 외국 기업들의 공통점은 세계시장을 하나의 고리처럼 엮는 물류체계구축을 서두르고 있다는 점인데, 이른바 공급 사슬망(SCM,Supply Chain Management)이 그것이다. 공급사슬망에서 거점역할을 하는것은 항만으로, 동북아시아 시장이라는 고리의 중심을 한반도에 둘지, 중국의 거점 도시에 둘지 고민하는 외국기업의 선택이 '한반도물류중심지화'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반도가 공급 사슬망의 거점 지역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짜임새 있는 물류망 구축 계획의 수립과 철저한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아제 강력한 물류정책과 편리한 물류인프라, 빠른 물류 서비스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발등의 불이 되었다.
--- p.136,--- pp.15-24, --- 거대물류시장,중국이주는기회중에서
동북 아시아의 십자로에 자리잡은 지리 뿐만 아니라 천시 또한 우리의 편에 섰다. 세계 경제의 중심이 태평양을 건너 동아시아로 옮겨 오고 있는 것이다. 서진 하는 세계 경제의 목적지는 한반도다.
세계 경제의 서진 징후는 지난 20세기 후반부터 여러 곳에서 이미 나타났다. 동북아시아 지역은 지난 30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곳으로 경제 성장과 무역 신장이 다른 어느 지역보다 빨라 북미와 유럽에 버금가는 경제권으로 부상했다.
시계를 좁혀 봐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3대 수출 시장이라면 미국-일본-유럽 순이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중국-미국-일본으로 바뀌었다.
후순위 시장도 마찬가지여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p68
나는 경제관료도 경제학자도 아니다. 또한 정치가도 아니다. 단지, 나라 안팎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우리나라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생각할 기회를 많이 가졌던 기업인으로서, 평소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글로 엮어 보았다. 배를 타고 바다를 항해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위치가 어디 있는가를 확인하는 일이다. 그래야만 바른 침로를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기업경영에서도, 국가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세기를 맞이한 우리나라가 오늘에 처한 상황과 기회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국민적인 꿈을 만들고 이를 실현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21세기에는 정보의 바다를 자유자재로 항해하는 인터넷이 주도하는 정보화의 물결이 더욱 확산돼 세계를 하나의 장으로 엮는 동시에 지식산업화로의 이행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 p.책머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