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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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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캠핑

: 멋과 기분만 생각해도 괜찮은 세계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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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20쪽 | 258g | 113*184*13mm
ISBN13 9791159351006
ISBN10 115935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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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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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생활의 살림은 집 생활보다 할 일이 다섯 배는 많다. 캠핑을 하면서 우리 부부가 얼마나 좋은 팀워크를 가졌는지 확인하곤 한다. 빨래 개기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 남편도 커다란 텐트를 혼자서 완벽하게 정리하진 못한다. 두 사람이 양쪽 끝을 잡고 합을 맞춰 움직여야만 구김 없이 텐트를 갈무리할 수 있다(참고로 우리 텐트는 면 소재라 잘못 접어 보관하면 꾸깃꾸깃 아주 볼품없어진다). 아무리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라도 혼자서는 하기 힘든 일이라는 것. 2인용 캠핑에서 팀워크를 발휘하는 보람은 여기에 있다.
--- 「2인용 캠핑카, 2인용 캠핑, 2인용 인생」 중에서

우리가 꿈꾸던 캠핑의 낭만은 2일 차부터 시작이다. 이웃 캠퍼들이 철수하느라 바쁜 아침. 2박 3일 캠퍼는 느지막이 일어나 음악을 고르고 풍경이 좋은 곳에 의자를 가져다 놓는다. 커피를 마실까 낮술을 할까 고민하다 아이스박스를 열어 맥주를 한 캔 꺼낸다. 무려 모닝 맥주라니. 한량이 따로 없네. 자화자찬하며 늘어져 있다가 아침을 만들어 먹고 낮잠을 자는 것. 한낮에 머리를 감고 물기가 뚝뚝 흐르는 채로 나와 따가운 햇볕에 말리는 것. 어제보단 조금 나아진 실력으로 불을 피우는 것. 어느덧 어두워진 하늘을 올려다보고 “별이 이렇게나 많았네!”라고 말하는 것.
--- 「당신이 꿈꾸는 낭만은 2박 3일 캠핑에 있다」 중에서

나무를 가지고 싶다는 나의 로망은 의외의 방식으로 현실이 되었다. 어떤 캠핑장엔 나무가 있다. 이용료를 내면 (시한부지만) 내 몫으로 주어진 땅 주인이 될 수 있고, 운이 조금 더 좋다면 그 땅 안에 나무가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다. 텐트를 칠 자리와 함께 덤으로 나무를 빌리는 셈이 되는 것이다.
--- 「나무를 빌려 드립니다」 중에서

입김이 고드름으로 변할 만큼 추운 날씨지만 노란 조명을 밝힌 텐트 안은 등유 난로 열기로 훈훈하다. 난로 위에선 따뜻한 무언가가 끓고 있다. 사케인지 보리차인지. 아님 전날 먹고 남은 스튜인지.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확실한 건 딱딱한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한 온기라는 것이다. 한겨울 밀폐된 공간은 우정이 발생하기에 더없이 적합한 장소가 된다.
--- 「캠핑의 사계」 중에서

“우리 여기서 하루 더 놀다 갈까?”
“그러자. 포항이랑 경주는 다음에 가지 뭐. 내일도 오늘처럼 해변에 누워서 그냥 흘려보내자.”
서로 같은 마음임을 확인하자마자, 김수현은 입고 있던 티셔츠와 바지를 벗어 던지고 바다에 들어갔다. 한 명은 11월의 바다에 풍덩 들어가 팬티 바람으로 해수욕을 하고, 다른 한 명은 한낮부터 얼큰하게 취해 모래에 파묻혀 있는 모습이라니. 거참 청춘 뮤직 비디오의 한 장면 같네. 마침 스피커에선 비치 파슬스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세상을 다 가진 표정으로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남편을 멍하게 보면서, 시간이 이대로 멈추길 바라는 기분이 어떤 건지 이해했다.
--- 「영원히 반복되어도 좋을 하루를 보내는 법」 중에서

마음이 먼 곳으로 흘러가려는 바로 그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나를 불러 세운다. 푸른밤 클로징 멘트다.
“벌써 마지막 곡이네요. 수고했어, 오늘도. 또 와, 내일도.”
내일을 위해 이제 그만 자야 할 시간이지만 캠핑의 밤은 그렇게 쉽게 저물지 않는다. ‘장작 하나만 더 태우고 자야지.’라는 결심을 열 번쯤 한 뒤에야 겨우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다. 내가 주로 듣는 라디오 방송국의 정규 방송은 새벽 3시에 끝난다. 아직 두 개의 방송이 더 남았다. 그럴 줄 알고 장작도 넉넉하게 준비해 두었다.
--- 「캠핑과 라디오」 중에서

나에게 인생 캠핑장이었던 곳이 누군가에겐 다신 가고 싶지 않은 최악의 장소로 남을 수도 있다. 반대로 모두가 입을 모아 별 한 개도 아깝다고 외치는 캠핑장에서 인생의 한순간으로 남을 좋은 추억을 쌓을 수도 있다. 꼬치에 쫀디기를 꿰어 화롯불에 구워 먹으면서 생각했다. 직접 겪어 보기 전엔 어떤 것도 단언할 수 없구나. 그동안 타인의 경험에 너무 의존하며 살아왔다고 반성도 했다. 인터넷에 존재하지 않는 세상, 아직 리뷰를 받지 못한 장소는 대체로 없는 셈 치고 지내왔다. 어쩌면 내게 맞는 진짜는 거기에 있을지도 모르는데.
--- 「별점을 믿지 마세요」 중에서

캠핑은 기분을 위해서 하는 취미다. 요즘 나에게 ‘행복하다’의 동의어는 ‘평화롭다’이고, 캠핑은 그런 기분을 가져다주는 램프의 요정 지니다. 평화로운 마음이 필요하지만 여건상 캠핑을 할 수 없을 때. 임시방편으로 캠핑의 ‘기분’을 소환하곤 한다. 캠핑의 기분은 ‘바깥에서 하지 않는 일을 바깥에서 할 때’ 온다. 이를테면 나무 아래 눕기 같은 것. 바깥을 걷거나 어딘가에 잠시 앉는 일은 지극히 일상적이지만, 바깥에서 눕는 일은 캠핑을 할 때 빼곤 거의 하지 않는 행동이기 때문에 일상이 아닌 것이 된다.
--- 「딴딴+ _ 거창한 장비 없이 캠핑하는 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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