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도 없는 이 고질병, 마음이라도 편히 가져 보자’는 생각에 그동안 나를 괴롭히던 갖은 자책감, 억울함, 괴로움 등의 감정을 다 내려놓았다. 내가 나를 다독여 주고, 인정해 주니 의외로 마음이 조금씩 편해졌다. (중략) 건강이 점차 회복되면서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겼다. 마음에 한 줄기 빛이 드는 기분이었다. 끝이 없어 보이던 기나긴 우울감과 무기력감이 어느새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한순간 눈에 띄게 일어난 변화가 아닌 아주 천천히 아주 조금씩 생긴 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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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심리적으로 바닥을 찍는 경험은 참 소중했다. 내면을 점검하고 단단하게 해주는 밑거름이 되었고, 예전보다 훨씬 견고해진 나를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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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나긴 슬럼프에서 빠져나오고, 한 걸음 물러서서 보니 조금은 왜 그랬는지 알 것 같다. 객관적으로도, 주관적으로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그래서 엄마들에게 왜 그렇게도 우울감과 무기력감이 지속되는지 알려주고 싶다. 그리고 따뜻하게 위로해 주고 싶다. 나의 경험이 동일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엄마들에게 손을 뻗어 도울 수 있기를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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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동안 그렇게도 투덜거리며 억지로 감당해 오던 엄마의 자리는 더 이상 벗어나고 싶은 자리가 아닌, 내가 꼭 있어야 할 가장 소중한 자리임을 깨달았다. 그토록 원망스러웠던 내 일상이 하나둘씩 감사한 일들로 변했다. 상황은 바뀌지 않았지만 마음가짐이 달라지니 세상이 달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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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조금씩 생기를 찾아가고, 다시 활기를 띠게 되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현재 우울감을 벗어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불가항력적인 외부 요인의 해결이 아닌, 그나마 통제 가능한 내부 요인들을 해결하는 게 핵심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중에서도 나 자신을 바꾸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는 것을. 이를 실천함으로 마음의 짐을 내려놓게 되었고 예전보다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중략) 동시에 나의 마음가짐, 생활습관, 언어, 대인관계 등을 점검하고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그 후로 하나둘씩 삶에 긍정적인 신호가 켜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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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라는 마음가짐으로 모든 욕심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생각으로 내 인생 전반을 점검해 보는 시간으로 삼기로 했다. 득도하는 심정으로 마음을 비우니 내 안에 요동치던 부정적인 감정이 하나둘 정리가 되었다. 당장 눈에 띄게 뭔가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었지만, 이전보다 한결 풍요로워진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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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 증후군을 겪고 나가떨어지기보다 사전 예방 차원에서 때로는 강제 휴식이 필요하다. 완벽한 엄마, 착한 엄마, 부지런한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압박감을 내려놓고 미친 척하고 쉬어 보자.
--- p.83
비록 당장의 계획은 예상치 못하게 틀어질지언정, 삶의 방식이나 태도, 판단력, 가치관 등에서는 자신만의 주체성을 가져야 한다. 남이 아닌 나의 의견이 더 중요하고 본인의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도 온전히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삶을 주도적으로 꾸려나가며 나도 자녀들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
--- p.145
행복해지는 비결은 의외로 단순하다. 좋은 음식을 먹고, 건강을 잘 관리하고, 내게 주어진 시간을 잘 가꾸는 것. 그리고 독립적으로 내 삶을 개척하는 것. 그것에 성공하면 아이들이나 남편이 나를 뒤흔들어 놓아도 큰 요동 없이 의연하게 대처할 여유가 생긴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점차 독립을 하고 조금 천천히 남들과 다른 길로 가더라도 내 방식대로 삶을 살기로 결정하면 그만이다.
--- p.158
꼭 내 사고방식이 맞는다고 생각하고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내 마음만 골병이 든다. 뭐든 좋게 생각하고 넘어가자. 크게 신경 쓰지도 말고, 지나치게 스트레스 받지도 말자.
--- p.182
나도 아이들도 조금씩 자라고 있다. 돌아보니, 나도 아이들도 점점 자신의 삶을 꾸려가고 독립할 준비를 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나도 엄마가 되어 가는구나.’ 싶다.
--- p.207
그토록 나를 힘겹게 했던 긴 슬럼프가 당시에는 아무 쓸모없다고 생각했다. 우울한 감정이 요동칠 때는 왜 내 인생에 딴지를 거는 건지 분노하기만 했다. 하지만 이런 경험 덕분에 진지하게 나를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나와 내 가족의 문제 해결에만 급급했던 근시안적 시야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의 아픔을 공감할 줄 알게 되었다. 조금씩 남을 배려하면서 이기적이던 내가 서서히 변해 가고 있다.
--- p.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