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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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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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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184쪽 | 264g | 125*200*12mm
ISBN13 9791170400462
ISBN10 1170400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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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입을 벌린 채 잔다. 호흡이 곤란한 것 같다. 번번이 깜짝깜짝 잠에서 깬다. 그녀는 마치 내가 일부러 그녀를 깨웠다는 듯 심술 난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그러나 그건 약을 먹이기 위해서다. 그녀는 신장기능이 좋지 않다. 그녀는 마치 병원 생활을 되풀이하는 것 같다고 했다.
--- pp.15~16

아델은 이상한 인간이다. 그녀는 정원을 떠나는 마지막 사람이다. 오지 않는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낮에 호텔이 비었을 땐 정신 나간 사람 같다. 이리저리 서성거린다. 해가 떨어지면 그녀는 방에 틀어박혀 준비를 한다. 그녀 옷이 헐렁하다. 꺼져 들어가는 빈약한 그녀 앞가슴이 눈에 들어온다. 그녀는 부끄러운 줄 모른다. 나는 보지 않을 수 없다. 그게 그녀를 짜증나게 한다.
--- p.25

언니들은 장엄호텔은 걱정도 하지 않는다. 부서져도 코웃음 친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먹고 자는 주제에. 그들은 이곳에서 바캉스, 영원한 바캉스중인 것이다. 나는 그들을 너무 쉽게 살게 해준 것이다. 아델이 정말 진지하게 연기 연습을 하는지 자문해본다. 그러는 척만 하는 건 아닌지. 그녀는 언제나 공사판 근처를 배회한다. 연극보다 철도의 장래가 더 궁금한가보다.
--- p.32

도대체 꽁꽁 얼어붙은 날씨의 그런 시각에 할머니는 혼자서 뭘 하고 있었을까? 할머니는 심장마비를 일으켰던 것이다. 그리곤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할머니가 죽었다기보다는 내가 모르는 다른 누군가가 할머니 모습을 차지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생각에서 벗어나기가 무척 힘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묻힌 묘지에는 분명 그녀 이름이 적힌 비석이 있다.
--- p.38

노란 이끼가 퍼진다. 인근 늪에서 왔을 것이다. 늪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서로 뚝뚝 떨어져 있는 게 아니다. 작은 수로가 망을 이뤄 서로 통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병이 들어 다른 것에 오염시켰을 것이다. 곧이어 또 새들이 죽을 것이다. 정기적으로 있는 일이다. 풀들도 노래진다. 현장 소장은 불안한 눈길로 늪을 바라본다.
--- p.134

아델이 나를 아다라고 부른다. 그리곤 아델도 죽었다. 언니들은 같은 병으로 죽었다. 아델의 얼굴을 씻겨준다. 그녀도 할머니의 면사포로 덮어주었다. 아델을 아다 곁에 눕혔다. 이제 내겐 언니가 없다. 장엄뿐이다. 나는 아다와 아델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은 호텔에서 편하게 살았다. 어머니는 아다와 아델은 데려가면서 왜 나는 할머니에게 맡겼을까?
--- p.146

언니들이 묻혀 있는 둑에 자주 산책을 간다. 둑의 그 부분은 견고하다.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는다. 아다와 아델의 이름이 잘못 새겨졌다. 벌써 지워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장엄호텔이란 글자는 여전히 분명하게 남아 있다. 언니들은 벌써 조금은 잊혔다. 나도 기억력이 나쁜가보다.
--- p.159

아다와 아델도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밑바닥 어느 곳에선가 할머니와 만나게 될 것이다. 언니들에겐 늪 구덩이에서 떠돌이로 헤매는 종말을 면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그걸 이루지 못한 거다. 언니들 역시 휩쓸려갔다. 아무것도 늪에 대항할 수 없다.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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