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잘못되지 않았어. 괜찮아.”
내 잘못이 아닌 것을 내 잘못이 아니라고 쉽게 말할 수 없을 때 삶은 그늘진다. 『비밀을 말할 시간』에는 주인공 은서가 성폭력 피해로 인해 그늘졌던 일상을 다시 회복해 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 “개새끼. 쓰레기 같은 놈.” 은서의 친구 지윤이 대신 발화해 준 ‘어설픈’ 욕은 참 상쾌하다. 피해를 마주하고 정의하는 과정을 통해 여성들은 내 몫이 아닌 것들과 비로소 이별한다. 그 이별의 시간에서 주인공이 좋은 여성들을 만날 수 있어 무척 다행이었다. 사회는 여전히 더디게 변하지만 우리는 안다. 너의 눈물이 나의 눈물임을, 우리는 “잘못되지 않았”음을. 작가의 전작 『기분이 없는 기분』에서 담담하게 아려 오는 이야기 방식을 사랑했던 독자들이라면 이 책 역시 그러하게 되리라.
- 김보라 (영화 「벌새」 감독)
일곱 살 때 성추행을 당한 은서가 스스로 ‘괜찮다’고 말하기까지 넘어서야 했던 자책과 복수심, 원망과 후회와 두려움의 문턱들이 섬세하게 담겨 있다. “이 나라에서 여자로 살면서 성추행 안 당해본 게 더 신기”한 우리들에게 은서는 담담하게 말한다. 우리는 잘못하지 않았고 잘못되지도 않았다고. 자기가 겪은 일을 부정하거나 그 일에 자신을 가두지 않으면서 소중한 일상을 살아가는 은서를 보며 우리가 원하는 이해나 위로는 거창하지도 멀리 있지도 않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우리 내면에 묻혀 있는 ‘괜찮다’는 감정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주변에서 비춰 주는 따뜻한 빛이 필요하다. 『비밀을 말할 시간』은 우리에게 그와 같은 빛이 될 것이다.
- 최진영 (『이제야 언니에게』 작가)
어릴 때 당한 성폭력의 기억이 얼마나 피해자에게 오래 남는지는 아직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많이 전해지지 않아서 그렇다. 폭력의 피해자가 겪는 힘듦에 공감한 경험이 우리 사회에서 두 배로 늘어난다면, 가해자는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성폭력은 다른 폭력과 마찬가지로 강한 놈이 약자를 상대로 저지르는 비겁한 짓이다. 자기보다 지위가 높은 상대 앞에서 폭력은, 빛 앞에 선 어둠처럼 움츠러든다. 폭력 예방 교육을 할 때 우리는 피해자가 겪는 아픔에 공감하게 한다. 가해자가 재미로 하는 행동이 상대에게는 어떻게 고통이 되는지 알면 알수록, 사람은 약한 사람을 괴롭히지 않게 된다. 그리고 가해자를 추하게 보게 된다. 가해자가 어디 가서 자신의 폭력을 자랑할 수 없는 사회가 되는 데 이 만화는 힘을 보탠다.
- 송승훈 (광동고 국어 교사, 전국국어교사모임 독서교육 분과 물꼬방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