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예로 들어 봅시다. 그는 아주 평범한 남자입니다. 마음 속으로도 살인 같은 것은 생각도 못하는 사람이죠. 그에게는 어딘가 연약한 기질이 있습니다. ...... 그런데 어떤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는 어려운 상황에 있습니다. 그는 우연히 비밀을 알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의 생사가 달린 비밀 말입니다. 그는 그것을 폭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겁니다. 정직한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죠. 그런데 그 때 그의 약한 기질이 속삭입니다.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야. ...... 게다가 그건 너무 쉬운 일입니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죠. 그저 입만 다물고 있으면 되니까요. 그것이 시작입니다.

제 1항
9시 30분에 애크로이드 씨가 어떤 사람과 이야기 하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제 2항
신발 자국으로 보아 그날 밤에 랠프 페이튼이 창문을 통해 들어온 것이 분명하다.
제 3항
그날 밤 애크로이드 씨는 흥분되어 있었기 때문에 안면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방안으로 들어오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 4항
9시 30분에 애크로이드 씨와 함께 있었던 사람은 돈을 요구했다. 참고로 랠프 페이튼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있다.

'위의 네 가지 항목은 9시 30분에 애크로이드 씨와 함께 있었던 사람이 랠프 페이튼이라는 것을 말해 줍니다. 그러나 우리는 애크로이드씨가 9시 50분까지도 살아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를 살해한 것은 랠프가 아닙니다'

제 5 장 살 인

즉시 차를 꺼내어 펀리로 몰았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성급하게 종을 울렸다. 안에서 아무 기척이 없어 다시 종을 울렸다. 그때 쇠사슬이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파커가 전혀 당황한 기색도 없이 태연한 태도로 문을 열어 주었다. 나는 그를 밀고 홀로 들어갔다.

'어디 있소?'

나는 날카롭게 물었다.

'무슨 말씀인지요, 선생님?'

'애크로이드 씨 말이오. 그렇게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만 있ㄴ지 말고 어서 말해 주시오. 경찰에는 신고했소?'

'경찰이오ㅡ 선생님? 지금 경찰이라고 말씀하셨나요?'

내가 이미 말한 것처럼, 캐롤라인은 정보를 얻기 위해 밖에까지 나갈 필요가 없었다. 집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그녀에게 정보가 다 들어오게 되어 있었다. 누님은 계속 물었다. ''무엇때문에 죽은 거니? 심장병?''
''우유 배달부가 그 말은 안하던가요? '' 내가 빈정거리며 물어보았다. 내 말이 좀 심했는지 그녀는 자못 심각하게 대답했다. ''그 사람도 그것까지는 모르더구나.''
결국 캐롤라인은 조만간 그것을 듣게 될 것이다. 그러느니 차라리 내가 말해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수면제를 너무 많이 복용했기 때문에 죽었어요. 불면증 때문에 최근에 그것을 복용해왔다고 하더군요. 너무 많이 먹은 것이 틀림없어요.''
''그건 말도 안된다.'' 캐롤라인이 즉시 말을 받았다.''그녀는 일부러 먹었을 거야. 나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거라.!''
마음속으로는 확신하고 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어떤 사실을 누군가 다른 사람이 먼저 말하면, 이상하게도 화를 내며 부인하고 싶어진다. 나는 감정이 격해져서 말했다.

나는 그녀에게 아무런 연민도 느끼지 않는다. 또한, 나자신에게도 연민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니 수면제를 먹자. 그러니 에르큘 포와로가 일을 모두 마친 뒤에 여기에 와서 호박이나 기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계단을 뛰어 내려가 수화기를 들었다. '뭐라고요? 예? 알겠소, 당장 가지요.'

나는 2층으로 뛰어 올라가 가방 속에 약품을 몇 가지 챙겨 넣었다. '파커에게서 온 거예요.'

나는 캐롤라인에게 소리쳤다.

'펀이에서요. 방금 로저 애크로이드가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는 군요.'

그러나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두려워한 것은 캐럴라인 누님이었다. 누님이 모든 걸 알아차릴지도 모른다고 늘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날 갑자기 누님이 내 성격이 약하다고 말한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그러나 캐럴라인은 끝까지 진상을 모를 것이다. 포아로가 말한 것처럼 내게는 한 가지 피할 길이 있으니까......

나는 포아로를 믿는다. 그는 래글런 경감과 단둘이서 일을 잘 처리해 주겠지. 캐럴라인에게는 알리고 싶지 않다. 그녀는 남동생인 나를 몹시 사랑할 뿐 아니라 자존심도 있다. (p. 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