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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는 왜 웃긴가?
중고도서

충청도는 왜 웃긴가?

: 청풍명월의 말과 웃음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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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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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예정일 미정
쪽수, 무게, 크기 276쪽 | 152*224*20mm
ISBN13 9791196843328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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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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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위탕과 소쉬르의 분석이 틀리지 않는다면, 다른 지방에 비해 충청도에 해학이 풍성한 근원적 배경은 ‘관조 습관’과 ‘언어 환경’이 될 것이다. 필자는 이런 충청도 사람들을 ‘청풍명월’이라는 별칭으로 부르기로 한다. 달처럼 한적하니 밤하늘에 떠서는 안 보는 척하면서 세상만사 다 굽어보고, 분명히 느낄 수 있을 만큼 존재감을 드러내는 소슬바람 같은 까닭이다. (중략)

30년 전 충청도의 어투와 화법에 꽂히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충청도의 해학에 매료당했다. 오랜 시간 경상도와 전라도가 우리 사회를 양분하다시피 하면서 갈등을 보이는 시간을 겪은 탓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생각된다. 삶이 고달프던 시절 친한 친구는 어쩌다 만나면 코미디 영화를 보자고 제안하곤 했다. 그런 심정이었을 것이다. ‘제3의 도’로 부를 수 있을 정도로 한국 현대사 외곽에 머물러온 충청도의 사람과 언어에 꽂힌 것이다. 그러면서 ‘충청도는 왜 웃길까?’를 화두로 삼기 시작했다. 언어의 특성과 구성원의 개성 그리고 지역 특색이 망라됐다. 필자는 점점 충청도의 퍼스낼리티가 진영논리에 발목 잡힌 우리 사회의 강퍅한 경직성을 풀어줄 수 있는 멋진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갈수록 더 급해지고 더 거칠어지는 우리의 매너와 언어 환경도 ‘충청도 따라 하기’를 하면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청풍명월’을 닮아 여유와 해학을 아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주류를 형성하면, 세상은 훨씬 부드럽고 편안해질 것이라 확신한 까닭이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들어가며」중에서

테리 이글턴은 웃음이 “사회적으로 속속들이 코드화된다.”라고 말한다. “웃음의 요소들이 사회적으로 특정돼 본능과 문화 사이에 존재하는 까닭”이라는 것이다. 웃음을 코드화시키는 기제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현실 비판, 세태 풍자, 자학 등이다. (중략) 우리 사회에는 ‘중2병’에 힘들어하는 부모들의 고초를 담은 이런 우스개가 있다. “북한이 쳐들어오지 못하는 건 중2가 있기 때문이다.”

중2가 그만큼 다루기 어렵고 무섭기까지 하다는 데서 비롯된 유머이다. 한 꺼풀 벗기고 들어가면 남한의 안보 의식이 중2에나 기댈 만큼 매우 헐거워졌다는 송곳 같은 지적이 숨어있다. 정치판을 소재로 삼으면 이런 유머도 가능해질 듯싶다.

“‘나쁜 놈의 반대말은 ‘착한 놈’이 아니라 ‘더 나쁜 놈’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정치가 나아지지 않고 여전히 표리부동한 정치 모리배들이 등장해 국민을 실망하게 하는 우울한 세태를 풍자하는 씁쓸한 웃음일 것이다.
--- p.26

2007년 10월. 충청남도 예산 장터. 중년 사내 둘이 국밥집에 앉아 농주 비워가며 이바구에 여념이 없다. 안주로 시킨 수육은 벌써 절반이 사라졌다. 얼굴이 불콰해지자 말들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소머리 국밥 한 그릇 뜨러 들어갔던 필자는 그들의 대화에 집중하느라 음식 맛 음미는 뒷전이 되었다. 얼른 손전화의 녹음 버튼을 눌러 채록에 나선다.

― 그러구… 며칠 뜨악허더니 워디가 션찮었담? 누구 말마따나 봄 도둑 모셔다 놓구 가을 도둑 쫓기가 더 급허던가 벼?
― 그것두 그거지만 하우스 지붕이 션찮아서 그놈 고치느라… 차일피일허다 내려앉게 생겨서 자재 사다가 맘먹은 김에 후딱 해치워버렸지…
― 아 그려? 변소허구 굴뚝도 그렇지만 지붕도 아주 무너진 뒤에 고쳐야 조은 벱여. 난 또 안 뵈길래 애인 데리구 어디 놀러 갔나 했지.
― 허허 이 사람이 바둑 두다 말고 장기 벌리는 소리 허구 있네. 내가 워디가 팔자가 그 모냥으로 조아서 지집 끼구 산천경개 찾아 놀러를 대닌대?
― 아 자네 정도믄 워치케 팔자가 안 좋다 헐 수 있남? 아 하우스로 떼돈 벌지, 예산, 공주 부여에 집 시 채 있지, 서울 갱냄에도 아파트 사놨지, 애들 셋 다 서울서 대학 댕기지, 아 그 정도믄 시쳇말로 짱이고 대박이지.
― 뛰다 죽겄네. 아 이 사람이 여름 다 갔는데 시방두 더위 먹은 소리 허구 있어. 머슨 집이 시 채여? 예산 집 한 채가 전부잔여? 부여, 공주 있던 건 애덜 대학 갤치느라 팔어먹었다고 몇 번을 얘기했어? 갱냄 아파트는 처남 거구. 자네는 워째 하나를 갤키믄 열을 까먹는 비상한 재주를 가진 겨? 도덕적으루다 사는 사람헌티 팔짜구짜 읊으며 쉰소리 허지 말구 술이나 마셔. 넘덜 들으믄 오해햐.

비닐하우스 영농인들로 보이는 두 50대의 이바구는 전형적인 충청도 사람들의 대화법을 따르고 있다. 너스레를 떨고, 말이 길고, 사투리가 정겹고, 비유가 있고, 문자를 쓰고, 듣는 이의 귀를 기울이게 하고, 웃음 짓게 만든다. 그들의 대화는 마치 미리 써놓은 연극 대사를 읊는 것 같아서 한 편의 극본을 방불케 한다. 다분히 필자를 비롯한 식당 내 주변 사람들을 의식한 말 배틀로도 보인다. 그럴 정도로 충청도 사람들은 말할 줄 알고, 말의 재미를 알고, 말을 즐길 줄 안다. 아니 삶을 재미나게 연출할 줄 안다.

청풍명월의 해학은 충청도의 능청, 너스레, 재치, 의뭉, 소심, 뭉근함, 수다, 사투리 등이 만든다. 충청도의 트레이드 마크들이다. 그 기질들은 충청도의 느긋한 여유와 느릿한 사투리 그리고 양반 연하는 품격과 만나면서 말에 재미를 더해준다. 자기들에게는 특별할 게 없는 이러한 성향들이 외지인들에겐 큰 웃음을 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 p.29

유명 개그맨들 가운데는 충청도 출신이 많다. 아니 압도적이다. 자니윤, 이상용, 임하룡, 서세원, 김학래, 최병서, 최양락, 이봉원, 김정렬, 남희석, 이창명, 서경석, 황기순, 홍기훈, 이영자, 김준호, 신동엽, 장동민, 안상태, 노홍철, 유병재, 오나미, 홍진호 등등. 배우 윤문식, 최주봉, 박인환 등을 비롯해 꼭 개그맨은 아니라 하더라도 개그맨 못지않은 웃음을 주는 인물들이 충청도 출신 가운데는 차고 넘친다. 매체에서 자주 접하는 인물들만 꼽아봐도 백종원, 김성주, 박찬호, 남능미, 강부자, 조영남, 장항선, 정청래, 김태호, 김용옥, 장사익, 태진아, 박영규, 이원종, 배일호, 금보라, 이명세, 이어령, 김홍신, 유지나, 전영미, 성지루, 서현철, 유해진, 이범수, 한기범, 황선홍, 박순천, 장기용, 양금석, 이봉주, 박세리, 류승완, 류승범, 정준호, 권상우, 차태현, 박광덕, 홍석천, 조영구, 안상태, 홍경민, 김종민, 장윤정, 한영, 음문석 등 전 분야에 걸쳐 있다. 면면을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말이 능수능란하고 개그감이 넘친다. 예외 없이 능청 9단들이다. 이들은 타고난 해학감으로 기회가 주어지면 대중의 눈과 귀를 휘어잡는 특장을 발휘한다.
--- p.41

1980년대 초중반 필자가 주말마다 TV에 출연해 얼굴을 내밀면서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추적 60분」이라는 사회 고발 프로그램의 인기 덕이었다. 택시를 타면 음성만 듣고도 알아보고, 장거리 전화를 걸면 지방 교환수가 바로 이름을 알아맞히는 정도였다. 어느 날 사전 취재차 천안에 가서 택시를 탔다. 기사가 백미러로 힐끔 보더니 말했다.

“맞쥬?”
‘내가 아는 그 사람 맞지?’라는 물음이었다. 순간 그와 나는 하나의 뇌를 나눠 쓰는 이인일체가 되었다. 타지방 사람들 같았으면 “많이 뵌 분입니다.”, “TV 나오시는 분 맞죠?”, “유명하신 분이시네요. 여긴 어쩐 일이세요?” 등으로 아는 체를 했겠지만, 충청도는 단 두 마디면 족했던 것이다. 이때 필자가 받은 인상은 강렬해서 한 동안을 “맞쥬?”에 꽂혀 지냈다. 충청도를 재발견하던 순간이었다. 흥미로웠고 매력 있었다.
--- p.80

다음은 간결의 극치를 보이는 충청도 부자의 전화 내용이다. 충남 예산 사는 수필가 남덕현 씨 부자.

아들: 아버지.
아버지: 오냐.
아들: 아버지.
아버지: 내가 니 아버지 맞다.
아들: 아버지.
아버지: 알았다.
아들: 감사합니다.

2018년 8월, 작가는 페이스북에 올린 이 글을 혹여 사람들이 못 알아먹을까 봐 짧게 덧붙였다.

“통화는 짧게, 송금은 신속히!”

필자는 이 에피소드를 접하고 한참을 웃었다. 도시에서 하숙하며 용돈 보내 달라는 대학생 아들의 청을 아버지가 들어준 것이다. 너덜너덜한, 모양새 빠지는 청탁을, 아들은 ‘아버지’ 이 한 마디에 담고 있다. 아버지는 아들의 세 번째 ‘아버지’ 소리에 비로소 전화한 이유를 파악한다. 아버지 역시 긴 말을 하지 않는다. 그냥 ‘알았다’ 한마디뿐이다. 은유와 축약과 생략과 재치가 모두 감지된다. 청풍명월들의 대화다.
--- p.84

충청도의 외적 환경은 지역 주민들의 성향을 신중하고 소심해지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그런 가운데서 충청도 지역 사람들이 상황 파악을 위해 뜸 들여 처신하느라 대응이 느리고, 상대의 감정을 사지 않도록 직접적인 표현이나 직설적인 화법을 피하기 위해 은유와 비유를 선호하며, 매사에 신중을 기하느라 내향적이고 소심한 성향이 자연스레 몸에 배었을 것임은 유추하기 어렵지 않다.

그런 환경 요소들이 충청도의 유머를 배태하는 자궁 역할을 했다. 에둘러 말하고, 먼 산 보며 딴소리하고, 옛이야기 속으로 도망가고, 자학의 말을 내뱉는 등 언어의 유희들이 충청도의 해학으로 진화한 것이다. 그 해학은 청풍명월이 고단한 삶을 영위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였다. 질곡의 역사에 비추어 볼 때, 해학이 없었다면 충청도는 존재하지 못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연고로 청풍명월의 말 습성은 사람들이 일반적이라고 받아들이는 수준에 만족하지 않는다. 충청도의 유머는 일반적인 것을 깨부수려는 의도적 창의성에서 비롯된 것인 까닭이다. 사람들은 비록 은유와 비유 뒤에 숨더라도 세상의 질서를 뒤엎거나, 세상이 설정해놓은 기준을 부수거나, 사회규범의 궤도를 이탈하거나 하는 언어유희에서 쾌감을 느끼는 법이다. 그 잠깐의 유예에 기반한 유머가 논리정연의 세계를 초라하게 만들면서 모두에게 웃음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으로 안다. 청풍명월에게 유머는 삶의 방편이자 ‘불굴의 정신’과 동의어인 셈이다.
--- p.120

충청도의 해학은 지형적 이유로 힘든 시간 살아온 청풍명월들이 수고하는 자기 자신에게 주는 보상의 의미도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웃음이라는 보상이 없이는 각박한 시간을 견뎌낼 힘에 부치는 까닭이다. (중략) 충청도 사람들은 유머로 억압을 분출하며 스스로에게 정신적 보상을 준다. 상냥하거나 곰살맞지 않지만, 청풍명월들은 착하고 다정한 역할을 포기하고 퉁명한 가면을 씀으로써 위선을 강요하는 억압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스스로를 지키는 유머라는 방어기제는 절대 놓지 않는다는 데 그들의 강점이 있다. 그들이 사회가 지정해준 천편일률적 역할을 포기하는 대목이 웃음과 맞닿는 지점이 되기도 한다.
--- p.146

이른바 ‘충청 스타일’이란 게 있다. 충청도 특유의 이 기질은 ‘일이 생기면 의견을 잘 표현하지 않고 혼자 고민하다 끝난다. 쉽사리 남의 의견에 따르지 않는다’로 요약할 수 있다. 적극적으로 자기 의사를 표현하고 찬성이든 반대든 그 의사를 관철하기 위해 세력을 모으는 영호남 스타일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중략) 전문가들은 ‘충청 스타일’이 조선 중기 이후 고착된 것으로 본다. 송시열 등 충청 인물이 당시 국정을 장악한 노론의 핵심이 되면서 충청도에 양반 문화가 정착했다는 것이다. 양반 문화의 요체는 “부화뇌동하지 않고, 정황을 주시하면서 기다리다 참을 수 없을 때는 분연히 일어난다.”라고 풀이할 수 있다. 참다가도 의분이 쌓이면 폭발하는데, 대단한 파괴력을 갖는다.
--- p. 163

우리 사회는 말이 거칠다. 상사의 갑질, 정치인의 막말이 뉴스의 단골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자기가 갑의 위치에 있다고 느끼면 무례하게 하대하기 시작한다. 정치인들은 당론이 부닥치고 이념이 충돌하면 바로 막말을 해댄다. 평소 점잖던 사람도 핸들을 잡으면 상스러운 욕설을 퍼붓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 스님이나 목사도 운전대만 잡으면 쌍욕을 하고선 “나무아미타불!”, “아멘!”을 읊조린다는 우스개도 있다. 버스를 타고 가다 앞차가 꾸물거린다고 욕을 쏟아내는 기사들을 접할 때마다 필자는 충청도를 떠올린다. “충청도 사람들은 저러지 않을 텐데…” 그것은 곧 청풍명월들이 보여주는 여유와 배려, 정중과 우직, 따뜻함과 정겨움을 아쉬워하는 까닭이다.
--- p.263

한국 정치는 청풍명월들이 활동할 때 멋이 있었다. 충청도의 품격이 역할을 하던 시기였다. 그 품격은 은유적 상상력에서 비롯되고, 상상력은 관조의 습관에서 주어진 것이었다. 일상을 은유로 치장하는 청풍명월들의 패턴 덕에 그 시기 한국 정치에는 여유와 함께 양보와 타협도 있었다. 소위 ‘주고받기’ 식 거래였다. 승자독식이나 진영논리가 아닌 양보와 타협으로 여야 정당들이 필요한 바를 취했다. 그것이 제대로 된 정치 문화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사람들이 그때그때 자기 논리를 바꾸는 일본식 정치 행태로 여겨 ‘사꾸라’라고 손가락질을 했지만, 당시의 정치인들은 ‘All or Nothing’이라는 ‘너 죽고 나 살기’ 식의 극한 대립을 피했다. 시기적으로 민주주의 초기 단계이긴 했지만, ‘정파 간 갈등이 있더라도 타협점을 찾아내는 과정이 성숙한 정치 행위’임을 어렴풋하게나마 인식하고 있던 까닭이었다.

진영논리에 갇힌 채 사사건건 갈등과 대립을 되풀이하는 작금의 정치와 비교해 보면 그때의 정치는 확실히 품격이 있었다. 지금의 정치인들이 뇌 기능이 정지된 ‘운동화나 씹을 위인’의 꼴이라면, 당시의 정치인들은 살아 움직이는 뇌세포의 활동이 있는 운동선수 같은 존재들이었다. 그 시절 정치의 선봉에 충청도 정치인들이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충청도의 평화주의와 양반연하는 점잖음, 직접 표현을 피하는 화법 그리고 타고난 해학 감이 우리 정치를 활성화하는 세포로 작용했다. 그 시절 청풍명월의 언어들이 그리운 이유이다.
---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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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사람이 봐도 웃기는 충청도 이야기

이 책을 접하니 오래전 이문구 선생님의 『관촌수필』을 아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난다. 그때 소설 속 활자로 된 내 고향 충청도의 말을 소리 내어 읽으며 물씬 풍기는 고향의 구수한 냄새와 추억에 젖어 들었었다. 철없던 시절에는 촌스럽게만 느껴졌던 고향 말이 천안삼거리 휘늘어진 능수버들처럼 몰아치고 내치고 올리고 내리고 하니 꼭 판소리의 아니리[해설]가 따로 없다는 생각을 했었다.

내 고향은 충청남도 광천인데 배움이 짧았던 나의 아버지는 칠 남매 중 장남인 내게 거는 기대가 크셨는지 없는 살림에도 나를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로 유학을 보내셨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첫 여름방학에 고향에 내려와 밭일을 돕고 있는데, 아버지께서 불쑥 내게 말씀하셨다.

“넌 아직도 그랬슈, 저랬슈냐, 쑥맥처럼.”
“잘 안 돌아가유.”
서울에 유학을 보낸 아들이 똑 부러지고 멋지게 서울말을 구사할 줄 알았는데 여전히 어눌하게 촌티 푹푹 풍기는 것이 성에 차지 않으셨던 모양이다. 실은 서울에서 구멍가게에 물건을 사러 가면 혹시나 고향 말이 튀어나올까 걱정되어 그저 눈짓 턱짓으로 “얼마…?” 하면서 얼버무렸으니, 서울말은 언감생심이었다. 그 당시 서울 친구들의 말씨는 내가 들어도 정말 사근사근하고 교양 있어 보였다. 그때가 1965년, 그로부터 55년에 이르렀으니 이만하면 제법 서울말을 구사할 법도 한데 나는 “아직도 혀가 잘 안 돌아가서” 그냥 편하게 고향 말을 하고 산다.

이번에 안상윤 선생의 책 『충청도는 왜 웃긴가?』를 보면서 충청도 사람도 아닌 분이 어째 이렇게 자상하고도 정감 있게 충청도 사람들의 말투와 정서를 되살려주는지 글을 읽으며 감탄을 하기도 하고 충청도식 유머에 한참을 웃기도 했다. 연상 “마져, 마져.” 공감하며 읽다 보니 어느새 책 한 권이 후다닥 읽혔다. 나 역시 충청도 사람인데도 때로 당황스러울 때가 있는데 타지 사람들은 어련할까.

몇 년 전이었다. 충남 홍성에서 공연이 있었다. 모처럼 만에 고향에서 열리는 공연이어서 큰맘 먹고 고향의 친구들과 어른들을 초청하여 공연장에 모셨다. 그날 열광적인 박수와 함께 공연이 끝났다. 그런 곳에 생전 처음 와 보셨고 내 공연 역시 처음 접하신 고향 어른들이 꽤 흡족하셨던 모양인지 내게 그분들로선 최대의 찬사를 아끼지 않으셨다.

“좀 허네!”
우리 고향에서 “노래 좀 허네.”는 최대한의 칭찬인 것이다.
이런 분위기이니 고향 사람들은 큰일이 있어도 호들갑 떨지도 않고 모든 게 구렁이 담 넘어가는 식이다. 그야말로 “됐슈.”라는 말 한마디 갖고 웬만한 의사 표현을 다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됐슈.”라는 말은 억양의 높낮이와 길게 늘여 빼는 정도에 따라 정말 괜찮다는 건지, 기분 나쁘니 그만하라는 볼멘소리인지, 알았다는 이야긴지 달라진다.

아무튼, 야심 차게 서울로 유학 보낸 아들이 당최 서울말을 배우지 못하고 (이는 곧 서울에 적응하여 출세하지 못하고) 언저리로만 빙빙 돌아도 채근하지 않으시고 기다려주신 아버지 덕분에 마흔다섯에 나는 가수가 되었다. 충청도 사람 아니랄까 봐 느려도 한참 느려터지게 데뷔를 한 셈인데, 어릴 적엔 부끄럽게 여겼던 충청도 사투리가 무대 위에선 박수갈채를 받는 말이 되었다. 나의 공연에 와주신 팬들에게 “고마워유! 아, 고마워유!”라고 말하면 객석에선 큰 웃음으로 응답하며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주는 것.

지금 이 책을 덮으며 고향이 아닌데도 숨어 있는 소중한 언어들을 큰 발품 파시며 진주를 꿰듯 엮어 주신 안상윤 선생님, 청풍명월의 해학과 은근한 웃음으로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위로로 위안을 준 글들에 대해 나의 공연 말미에 늘 던지는 멘트를 보내드리고 싶다.
“안상윤 선생님, 고마워유~”

직설적이지 않고 아프지 않게 빙빙 돌려 말하지만, 자신의 속내와 생각을 은근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드러내는 충청도식의 해학은 어쩌면 지금 이 시대에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미덕이 아닐까 싶다. 말을 못 참고 막말을 해댐으로써 자신이 수십 년 동안 쌓아온 노력을 한순간에 날려버리는 사람들에 대한 뉴스를 접할 때마다 안타까웠는데, 참으로 시의적절한 책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기에 많은 분이 나처럼 이 책을 읽으며 여유와 웃음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2020년 5월
- 장사익 (소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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