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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 없는 남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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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 없는 남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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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3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536쪽 | 674g | 140*210*35mm
ISBN13 9788954691475
ISBN10 8954691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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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히는 변화와 환경을 이렇게 무방비 상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분노가 치밀었다. 속수무책의 심정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야 하고, 인간의 품위에 맞지 않게 계획 없이 그저 순종적으로 이 시대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화가 났다.
--- p.40

개별 사건은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그 사건들이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는 아무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이를 이해하는 정말 몇 안 되는 사람들도 확신은 없었다. 다만 얼마가 지나면 일이 다른 순서, 혹은 정반대 순서로 일어날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그것도 사건들의 차이를 알지 못하기에, 시간의 지속성 속에 불가해한 방식으로 자리를 잡고, 역사의 달팽이가 기어간 점액의 흔적처럼 끈끈한 울림을 낳는 몇몇 예외적 변화만 빼면 대부분은 인지하지 못한다.
--- p.181

어느 시대건 이런 종류의 사람들은 자기 시대를 새 시대라 불렀다. 이 말은 바람을 잡으려는 아이올로스의 자루와 비슷한데, 사물들에 제자리를 찾아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항구적인 변명일 뿐이다. 그것은 곧, 사물을 본연의 객관적 질서가 아닌 멋대로 상상한 기형의 관련 속에 짜맞추는 것에 대한 변명이기도 하다. 어쨌든 그 속에는 하나의 고백이 담겨 있다. 세계에 질서를 부여할 사명을 띠고 있다는 확신이 그들의 마음속에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숨쉬고 있었던 것이다.
--- p.195

“나는 모든 진보는 동시에 퇴보라고 생각합니다. 진보는 항상 특정한 의미에서만 진보일 뿐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삶은 전체적으로 어떤 의미도 없기에 전체적인 진보도 없습니다.”
--- pp.239~240

카카니엔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예전에는 그게 바로 카카니엔의 수수한 옛 문화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잠을 잘 수 없거나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을 때처럼 불안한 것이 되어버렸다.
--- p.308

‘냉정하게 보면 인간은 남의 눈에 일련의 비유에 지나지 않아.’
--- p.391

혁명이란 무릇 새 문화를 만들어내겠다는 약속으로 시작해서 인간 정신이 그때까지 이루어낸 것들을 마치 적의 소유물처럼 일소하고, 기존의 낡은 고지를 넘기 전에 다음 혁명에 추월당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문명시대라 부르는 것도 앞으로 나아가려는 모든 실패한 시도들의 기나긴 우회로의 역사에 지나지 않는다.
--- pp.474~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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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나는 인물, 갈등, 줄거리, 심리 묘사, 사상 등 여러 가지를 포기하는 데에서 현대성을 드러내는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무질은 정반대의 노선을 택했다. 그는 소설 안에서 인식의 지평을 넓혔고 자신의 작품을 지적인 종합체로 만들었다. 이러한 종합은 우리 세기의 그 어떤 철학적 학술적 작품에서도 본 적이 없다. 무질은 오직 소설만이 드러내 보일 수 있는 무한함을 발견했다.
- 밀란 쿤데라 (소설가)
에세이와 서사극 사이의 어려운 균형을 가장 절묘한 방식으로 잡아내고 있는 이 눈부신 책은 고맙게도 더이상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소설’이 아니다. 괴테가 말했듯 “자기 분야에서 완벽한 모든 것은 그 분야를 뛰어넘어 비교 불가의 다른 것이 되는 것이다.” 그의 아이러니, 지성, 정신성은 가장 종교적이고 가장 유아적인 영역, 바로 시에서 나온다.
- 토마스 만 (소설가)
무질은 방향성을 제시해 우리를 오도하려는 것이 아니라, 틀에 박힌 관습적 사고 바깥으로 우리를 이끌려 할 뿐이다. 그가 제시하는 상은 우리를 숙고하게 하고, 정확하게 또 대담하게 사고하게 한다. 언젠가 무질은 울리히에 관해 “잊혀버린, 중요한 발언“이라고 울적하게 표현했다. 중요한 발언, 이 책을 그렇게 칭할 수 있을 것이다. 결코 잊혀서는 안 될 발언이다.
- 잉게보르크 바흐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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