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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델핀의 환상 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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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380쪽 | 133*200*30mm
ISBN13 9788954693868
ISBN10 8954693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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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일을 시작한 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을 진정으로 원하는, 아니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에요. 그래요, 누구에게나 잠깐의 휴식, 때로는 깊은 꿈도 필요하니까요.”
--- p.35

“우린 다 똑같은 존재들이니까요. 어떻게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살아갈 수 있겠어요? 때로 자신을 향해 내민 손을 잡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 p.38

이미 일어난 일은 그 어떤 것에 의해서도 흔적이 지워지지 않았다. 진줏빛 가짜 손톱 아래엔 피가 나도록 물어뜯은 진짜 손톱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처럼.
--- p.44

그렇다, 이 모든 건 그렇게 시작되었다. 난 낯선 여인의 딸이고 손녀였으며, 수많은 이들의 누이이자 연인, 여자 친구,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진짜 내 자식이라고 말할 수 없는 아이를 뱃속에 품고 있다. ‘당신을 위해’는 모든 것을 구할 수 있는 커다란 요술 주머니이자, 어느 고객의 표현대로 판도라의 상자와 같은 곳이다. 사실 우리가 거래하지 못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삶과 사랑, 그리고 죽음까지도.
--- p.72

난 오만했다. 아니 어리석었다. 라일락 향 티슈로 눈물을 훔치는 고객들처럼 언젠가 나 자신이 무장해제 상태가 되라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무엇보다 내가 나 자신의 고객이 되리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다. 자신이 파는 사탕통 속에 손을 집어넣는 사탕가게 주인, 자신이 파는 마약의 효과를 보려고 자기 혈관에 주삿바늘을 찔러넣는 마약상처럼 말이다.
--- p.73

어떤 법정도 ‘당신을 위해’의 효용을 인정해주지 않을 터였다. 물론 나는 우리가 심리상담가나 사회복지사, 혹은 고독의 무게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때 이용하는 무료 상담 전화만큼이나 꼭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했지만.
--- pp.99~100

지금까지 내가 한 일이라곤,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상관없이 다른 이들의 욕망을 실현해준 것밖에 없었다. 그러니 어느 누가 날 판단할 수 있단 말인가?
--- pp.113~114

그의 지골로와 나 사이엔 분명 어떤 공통점이 있었다. 사람과 상황에 맞춰 적응해나가는 능력, 그러기 위해 어떤 일이든 가리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물론 메마른 마음까지도. 하지만 그런 생각을 깊게 하고 싶진 않았다. 그러면 곧 나 또한 도둑이자 불한당이며, 일종의 지골로라는 걸 인정하게 되었을 테니까. 그리고 ‘당신을 위해’가 저 깊고 어두운 시궁창 속 시커먼 물 위를 한 겹 덮은, 빛나는 얇은 막일 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을 테니까.
--- p.146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어요, 아도르노.”
“그럼 처음부터 시작해.” 그가 속삭였다. “처음부터 시작하는 게 늘 가장 쉬운 법이거든.”
--- p.172

우린 어쩌면 세상에 꿈만 남겨두고 떠난 이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건 아닐까.
--- p.189

야롤은 가끔 거짓말도 필요하다는 것을, 세상은 거짓 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아직 이해하지 못했다. 지나친 솔직함은 짚으로 지은 집에 불을 지르는 격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 p.205

“저희가 하는 일이 당신에게 위안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 또한 이 영상이 당신이 현실에선 이룰 수 없는 꿈을 대신 이뤄주고, 슬픔을 극복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군요. 마치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보듯 이 영상을 감상하세요. (…) 이건 당신에게 핑크빛 알약이자 마법 같은 휴식인 셈이에요.”
--- p.218

나라는 톱니바퀴를 돌아가게 만드는 건 사랑도, 사랑에 대한 추구도, 그렇다고 단지 돈만도 아니라고요. 이미 당신도 썼듯이, 돈은 강력한 것이긴 하지만 누군가를 살아 있게 해주는 건 아니니까요.
--- p.268

난 그저 방관자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목격자가 아니었다. 우리를 이어지게 만든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내가 중요한 역할을 해낸 것이다. 내가 자각하기도 전에 난 이미 우리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었고, 늘 타인의 운명에만 개입하던 내가 마침내 나 자신의 운명, 나 자신의 삶 속으로 그렇게 뛰어들었던 것이다.
--- p.293

당장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그 속에는 아도르노의 말과 내 말이 한데 뒤엉켜 있었다. 난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없는 이식수술을 떠올렸다. 환자의 몸이 자신의 것이 아닌 피부와 장기를 받아들일 것인지,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이식이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을지는 오직 시간이 흘러야만 알 수 있을 터였다. 그렇다, 그것은 하나의 이식수술과도 같은 것이었다. 난 그들의 삶 속에 내 삶을 이식했던 것이다.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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