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주식 시장을 회고해보면 두 가지 포인트가 보입니다. 첫 번째 포인트는 비정상적인 하락률로, 2022년 6월의 하락률이 무려 13.2%에 이릅니다. 외환위기 이후 13번째로 큰 하락인데, 우리 기업들의 체력을 감안하면 너무 심각한 패닉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 번째 포인트는 주도주의 몰락입니다. BBIG(배터리, 바이오, 인터넷, 게임)로 통칭되던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때 가장 인기 있던 기업의 주가가 속절없이 빠졌습니다. 이 가운데 배터리 업종만이 버티는 듯했습니다만, 2022년 말의 패닉 국면에는 힘을 잃어버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핵심 원인은 ‘수출 부진’이었다고 봅니다. 2022년 봄을 고비로 한국 수출 증가율이 빠르게 둔화되고, 심지어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기업실적 전망이 악화되었죠. 2022년 하반기의 반도체 주식의 폭락 사태는 참으로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습니다. 특히 실적 전망의 악화 속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주식을 매도하며 주식 가격의 하락 폭을 더욱 키웠습니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요인은 레버리지 투자의 청산이었습니다. 레버리지 투자란, 돈을 빌려 투자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주식 1억 원을 보유한 이가 금융기관에 가서 주식 담보대출 2억 원을 활용해 투자한다면, 그의 투자 규모는 3억 원으로 불어납니다. 만일 주가가 30% 오르면, 그의 투자 금액은 3억 9천만 원으로 불어나며 원금 대비 투자 수익이 무려 90%에 이를 것입니다. 그러나 주가가 빠지는 순간, 그의 투자는 재앙으로 변합니다. 30% 하락하는 순간 손실 금액이 9천만 원에 이를 테니 말입니다.
이 지경이 되면 금융회사가 그에게 “추가적인 담보를 넣지 않으면, 내일 반대매매를 할 수밖에 없다.”라고 통보할 것입니다. 즉, 2억 원을 회수하기 위해 그의 계좌에 있는 모든 주식을 시장가격으로 팔아 치우겠다는 뜻이죠. 이 과정에서 주식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 소식이 주변에 알려지는 순간 ‘저가 매수’를 계획하던 이들도 매수를 꺼릴 것입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주식 가격이 더 떨어질 텐데, 굳이 비싼 값에 살 이유가 없기 때문이죠.
2022년에 대한 회고만으로도 벌써 ‘한국에서의 주식 투자’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수출 경기도 봐야 하고, 미수나 신용융자 등 레버리지 투자의 흐름도 점검할 필요가 있죠. 이 정도의 지표도 챙기기 어렵다면, 저는 굳이 한국에서 주식 투자를 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주주들에게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소각 같은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다, 수시로 패닉 장세가 출현하는 곳이니 말입니다. 상황이 이럼에도 한국 주식에 투자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분들에게 이 책은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주식 시장이 지금 어떤 국면에 있는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지표들을 눈에 쏙쏙 들어오는 그림과 함께 친절하게 소개하니 말입니다. 물론 이 책 한 권 읽는다고 주식 투자의 달인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달인의 길로 가는 소중한 디딤돌 역할은 하리라 생각됩니다.
- 홍춘욱 (박사ㆍ이코노미스트)
2022년 주식 시장 폭락 경험은 매크로 변수를 이해하는 것이 우리의 주식 계좌를 지키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했다. 이 책에서는 주식 시장의 흐름을 결정함에도, 사람들이 놓치기 쉬운 매크로 변수를 간결하게 담아냈다. 또한 많은 경험과 사례 분석을 토대로 제시하는 투자 원칙은 반드시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운에 휩쓸리는 그저 그런 개미에서 벗어나 진정한 투자자로 거듭나고자 하는 이들에게 반드시 읽어보기를 권한다.
- 윤영교 (KDB 산업은행 미래전략개발부 글로벌 경제팀)
투자의 긴 역사를 보았을 때, 어떤 시대는 확신에 찬 동질화의 시대였고 어떤 시대는 의심이 팽배한 차별화의 시대였다. 동질화 시대의 투자는 눈 덮인 들판 위에서 앞서간 발자국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성공적인 성과를 거둘 때가 있다. 반면 차별화 시대의 투자는 녹아내린 눈 사이로 보이는 이정표를 찾으며 가야 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이정표의 깃대가 견고하고 높을수록 눈이 녹기 시작했을 때 누구보다 먼저, 스스로 확신할 수 있는 정확한 방향을 가늠할 수가 있다. 이 책은 투자자들이 자신만의 투자 이정표를 꽂을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유용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 최민아 (미래에셋자산운용 투자풀 운용 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