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아이보다 행복한 아이로 키우고 싶었어요. 아는 지식이 많고, 수학과 영어 실력이 남보다 앞선 것보다, 자연에서 마음껏 상상하고 웃고 뛰놀기를 바랐어요. 요즘 과도한 입시 경쟁, 부모와 소통 부재,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영상물로 인해 마음이 멍든 아이가 많아요. 이제 아이들에게 욕과 혐오 표현은 일상어가 됐어요. 폭력과 왕따로 학교는 몸살을 앓고요. 불안과 좌절감을 견디지 못해 게임 중독과 공격 행동을 보이는 아이를 보면 가슴이 너무 아파요. 그러니 저는 세상을 살아가는 진짜 실력은 눈앞의 성적표와 대학 이름이 아니라 자존감 즉 정서적 안정감이라고 확신합니다. 또 미래 인재의 핵심 역량은 공감력, 창의력, 자기주도력이에요. 하지만 이것을 길러주는 학원은 없어요. 공감력은 부모와 친밀하게 소통하는 경험에서 길러지고, 창의력은 호기심 어린 체험 속에서 제 관심분야를 찾아 꾸준히 탐구해야 길러지고요. 자기주도력은 지속적인 선택 기회와 성공 경험을 갖는 게 관건이에요.
--- p.5, 「프롤로그」 중에서
물어볼 때마다 남매는 제주를 택했다. 아이들도 생기를 갈망하고 있었다. 용기를 낸 아이들을 보며 건강한 가족의 미래가 보이는 듯했다. 고생보다 희망을 선택하며 그렇게 주저앉을 뻔한 자리를 과감히 박차고 일어났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말했다. “모든 사람의 인생은 B(Birth)로 시작해서 예외 없이 D(Death)로 끝난다. 그리고 이 B와 D 사이에 있는 수많은 C에 의해 인생이 달라진다.” 제주살이는 인생을 길게 볼 때, 분명히 가치 있는 C였다. 아이들과 처음으로 선택(Choice)한 도전(Challenge)이자 용기(Courage)였고, 기회(Chance)이자 변화(Change)였다. 그렇게 우린 에메랄드 바다를 매일 만나는 제주 도민이 되었다.
--- p.27, 「얘들아, 제주에서 일 년만 살아볼까?」 중에서
무엇보다 제주는 역시 제주다. 이곳에는 엄마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특별한 장소가 많았다. 자연은 매번 아이의 넉넉하고 즐거운 놀이터가 돼 주었다. 아이는 신나게 놀고, 나는 여유롭게 쉴 수 있었다. 북촌 돌하르방 갤러리에는 아이가 놀기 좋은 아담한 곶자왈과 그물놀이터가 있다. 사계절 쾌적하고 예쁜 다락방 도서관도 있다. 표선 드루쿰다에서 남매는 동물 구경을 실컷 하다가, 자전거를 타고 놀았다. 유럽수국과 핑크뮬리가 흐드러진 카페 글렌코에는 대형 방방이가 있었다. 얼마나 신나게 뛰던지, 땀이 흠뻑 나도록 집에 돌아갈 줄 몰라했다. 덕분에 난 매번 숲과 꽃밭에 파묻혀 최고의 휴식을 즐길 수 있었다. 제주에선 부족한 엄마라도 괜찮다. 제주 자연이, 카페와 관광지가 아이를 돌봐주는 훌륭한 보모가 돼 주니 말이다.
--- p.114, 「적당히 부족한 엄마여도 괜찮아」 중에서
여행지를 정하고 나면 도서관에 갔다. 관련된 책을 찾아 읽으며 공부를 했다. 영상을 보면서 가볍게 흥미를 돋우기도 했다. 이렇게 조금만 알아도 여행지가 훨씬 더 궁금해진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궁금증을 질문형 문장으로 만들고 나면 여행 준비가 끝난다. 이제 여행지에 도착, 아이가 충분히 탐색하며 답을 스스로 찾길 기다렸다. 특별한 장소나 물건이 보이면 사진을 찍었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 다양한 질문을 했다. 사실을 확인하고, 상상력을 돋우고, 가치관을 물었다. 체험이 끝나면 넓은 테이블이 있는 카페에 갔다. 간식을 먹으며 당 보충을 하고, 그림일기를 썼다. (이건 체험 당일이 아니어도 된다.) 인상적인 장면을 그리고, 질문과 답 또 소감을 글로 썼다. 마지막으로 일기장에 사진을 출력해서 붙이면 질문 여행이 끝난다.
--- p.170, 「질문으로 생각이 쑤욱 자라다」 중에서
자연을 좋아하고, 소박하게 노는 아이를 보면 감사가 차오른다. 마치 함덕 바다가, 서우봉이, 동백동산이 튀어나와 “봐, 난 여전히 여기 있잖아.”라고 말하는 듯했다. 제주를 떠났지만 곱디고운 제주는 지금도 우리 가슴속에 여전히 살아있었다. 제주살이는 가족 모두에게 귀한 선물을 주었다. 특별한 추억으로 가족을 단단하게 묶어주었고, 행복한 엄마로서 아이와 공감할 수 있는 여유와 건강을 돌려줬다. 다양한 체험과 놀이를 통해 배움을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태도를 길러줬다. 여전히 아이들은 호기심이 참많다. 사소한 현상과 사물을 건성으로 넘기지 않고, 자주 질문한다. 마음을 나누며 공감하고, 가족이 함께 웃었기에 정서가 훨씬
안정됐다.
--- p.275, 「아이구, 제주살이 안 했으면 어쩔 뻔했어?」 중에서